[리뷰] 영웅에 가려진 민초들의 목소리 '적벽가'

'적벽가' 더 잘 전달할까 하는 김정민 명창의 숨은 고민 느껴져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7/09/09 [11:48]

[리뷰] 영웅에 가려진 민초들의 목소리 '적벽가'

'적벽가' 더 잘 전달할까 하는 김정민 명창의 숨은 고민 느껴져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7/09/09 [11:48]

김정민 명창 '적벽가' 완창 공연 탁월한 선택

민초들의 웃음과 슬픔의 정서에 다가가고자

'적벽가' 더 잘 전달할까 하는 김정민 명창의 숨은 고민 느껴져

 

100만대군을 잃은 조조의 입에서 영혼없는 실소가 터진다. 막다른 퇴로에서도 원수들이 길을 가로막으니 그럴법도 하다. 조조의 퇴각에는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원혼이 새가 되어서 조조가 가는 길을 저주한다. 적벽가 ‘새타령’은 군왕을 잘못 만나 몰살당한 것을 원망하고 탄식하는 노래로 백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지난 2일 서울 KBS아트홀은 여류 명창의 호방하고 힘있는 목소리가 울렸다. 김정민 명창의 아홉 번째 완창 ‘적벽가’였다. 관객석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으며, 공연장에는 관객들의 후렴구가 끊이질 않았다.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김정민의 적벽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 지난 2일 서울 KBS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김정민 명창이 '적벽가'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일반적으로 적벽가는 남성소리로 호방하고 힘 있는 목소리를 일품으로 꼽는다. 그만큼 힘이 넘치는 소리다. 김정민 명창의 적벽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힘’에 충실했다. 그러면서도 김 명창 특유의 테크니컬한 강약조절과 끊이질 않는 표현력 그리고 무대 전체를 사용하는 몸짓은 소리 그 이상이었다.

 

공연 중간에 고수와 농담 섞인 말들은 제갈량과 조자룡이 나눴을 법한 재치였고, 목을 축이자며 나눈 술은 영웅들의 삶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을 조롱하는 모습은 조조의 대담함보다는 껍데기만 남은 마지막 자존심처럼 느껴졌다.

 

적벽가를 어떻게 더 잘 전달할까 하는 김정민 명창의 숨은 노력과 열망이 두드러졌다. 사자성어와 빠른 소리가 많아 듣기 어려울 수 있는 단점은 공연 뒤편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고해상도 애니메이션을 통해 커버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은 설명의 도구가 아닌 상황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장치로만 사용했다.

 

김정민 명창의 공연만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김 명창이 관객과의 소통에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선과 소리를 빼앗지 않으면서도 극의 맥락과 소리의 이해를 돕는다. 공연에 노출되는 애니메이션들의 저작권자 역시 김 명창이다. 그가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물이다.

 

사실 공연 초반에는 어려운 용어와 익숙하지 않은 소리로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 어려웠다. 극 초반의 복숭아밭의 도원결의, 제갈공명을 찾는 삼고초려 등의 소리는 삼국지 지식을 배경으로 한 상황적 인지로 맥락을 이해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1시간 가량 지나자 귀가 트이면서 조조를 원망하는 군사들의 한스러운 목소리, 공포에 질려 뒷걸음치는 조조의 몸짓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백성들의 원망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김정민 명창의 소리와 몸짓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판소리 ‘적벽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웅장하고 멋진 전투신이 있는 ‘적벽가’와는 다른 시선을 갖고 있다. 기존의 적벽가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민초들의 웃음과 슬픔의 정서에 다가가고자 하는 해석이 숨어있다.

 

적벽가의 대표적인 눈대목인이자 하이라이트인 ‘새타령’, ‘군사설움타령’ 역시 패장군 조조가 아닌 조조를 뒤따르다 숨진 병사들의 한을 담아낸 소리다. 삼국지에도 등장하지 않는 우리의 시선이자 공감이었다.

 

최근 많은 극장과 극단들이 ‘적벽가’를 음악극 또는 뮤지컬화 시켜 웅장한 무대를 만들고 있다. 적벽가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대형 무대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다만, 시대의 영웅들 뒤에 가려진 군사와 민초들의 한이 담긴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다면 판소리 ‘적벽가’를 추천한다.

 

# 김정민 명창은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 5호 ‘흥보가’ 이수자인 김정민 명창은 뉴욕카네기홀과 호주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판소리를 공연한 바 있으며, 실제로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연극제에서 모노드라마 대상을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또한 그는 1994년 국악영화 ‘휘모리’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기도 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cjk@mhj21.com

정치일반
썸네일 이미지
한국당 분열 길어지나…중진 5인 “김성태 자리 떠나라”
정치일반
한국당 분열 길어지나…중진 5인 “김성태 자리 떠나라”
자유한국당 소속 중진 의원 5인이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와 탈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내홍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5선의 심재철·이주영 의원, 4선의 유기준·정우택·홍문종 의원 등 5인은 25일 ...
산업/IT
썸네일 이미지
삼성전자, 스타트업에서 ‘모바일 혁신’ 답 찾는다
산업/IT
삼성전자, 스타트업에서 ‘모바일 혁신’ 답 찾는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혁신’의 답을 찾고자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 혁신성 부족이 꾸준히 지적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외부에서 참신...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통일 위한 첫단추, 남북 보건의료 협력부터
저널21
통일 위한 첫단추, 남북 보건의료 협력부터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순항이 지속되면서 통일을 대비해 남북 보건의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북한 귀순병사 몸속에 수많은 기생충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 북한 ...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문재인 케어의 성공, 간호인력 처우개선에 달렸다
저널21
문재인 케어의 성공, 간호인력 처우개선에 달렸다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정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서비스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직군이 간...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제약사들의 갤러리 소통…Best와 Worst
저널21
제약사들의 갤러리 소통…Best와 Worst
일반시민 무료공개, 저소득층 미술교실로 안국약품 Best사내 갤러리에 전시하고 언론보도(?) 녹십자 Worst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사업은 국민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이 때문에 모든 제약사들은 병으로 고통 받...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친일파 교육감 당선을 취소해 주세요”
사회일반
“친일파 교육감 당선을 취소해 주세요”
“청소년도 교육감을 뽑게 해주십시오”“청소년의 교육감 선거권을 요청합니다”“청소년의 선거권을 보장해주세요”“교육감 선거만이라도 참여 연령을 만17세로 낮춰주세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등학생들...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조재현 성폭행 재일교포 여배우 찾기(?)…언론들의 '관심법'
사회일반
조재현 성폭행 재일교포 여배우 찾기(?)…언론들의 '관심법'
재일교포 여배우가 약 16년 전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일부 언론들이 사실관계가 아닌 과도한 인물 폭로성 보도를 내놓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 20일 SBS funE는 단독 기사를...
자동차
썸네일 이미지
기아차 쏘렌토 ‘에바가루’ 수산화알미늄…폐섬유증 유발
자동차
기아차 쏘렌토 ‘에바가루’ 수산화알미늄…폐섬유증 유발
지난 2015년부터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에서 에어컨 작동 시 송풍구에서 백색가루(에바가루)가 나오는 현상이 제보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가루 성분이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수산화알미늄으로 유력하게...
정치일반
썸네일 이미지
北·中관계 과시하는 김정은…후속회담 주도권 잡을까
정치일반
北·中관계 과시하는 김정은…후속회담 주도권 잡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후속 북미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찾았다. 미국과의 만남 때마다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를 드러내는 행보가 포착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한 내...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4인 초기 사진展 ‘목련꽃 아래서’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