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영화 ‘1987’, 진솔하고 절제된 역사의 눈물

정재영 청소년기자 | 기사입력 2018/01/12 [09:55]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영화 ‘1987’, 진솔하고 절제된 역사의 눈물

정재영 청소년기자 | 입력 : 2018/01/12 [09:55]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1987년 1월, 22살 대학생 ‘박종철’(여진구)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한다. ‘박처원’ 처장(김윤석)은 증거인멸을 지시하지만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명령한다. 이야기가 언론으로 누설되자 ‘윤 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라는 제목을 내걸고 사건을 보도하고, 경찰 측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조 반장’(박희순)만을 구속시켜 사건을 축소시키려 한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그의 조카 ‘연희’(김태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재야인사에게 전달하려 한다. 그 때부터 1987년은 대한민국 역사 속 가장 뜨거웠던 해들 중 하나가 된다.

 

영화 ‘1987’에서는 주인공을 한두 명으로 좁히기 어렵다. 각 인물들에 투자된 시간,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주인공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증거인멸을 거부한 하정우의 최환 검사일수도 있고, ‘물고문 도중 질식사’라고 보도한 이희준의 윤상삼 기자일수도 있다. 아니면 사건을 제보한 유해진의 한병용 교도관을, 혹은 결국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김태리의 연희를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김윤석의 박처원 처장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세력에 맞서고 있다는 것뿐이지만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6월 항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비록 일반 시민을 대표하는 인물 연희에 큰 중심을 두긴 하지만 영화는 이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전두환 정권에 맞서는, ‘나라를 바꾼’ 민주화 운동이 있을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도 부각되는 인물은 박처원 처장이다. 악역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용기가 없는 요즈음 영화들과 다르게 ‘1987’은 주인공들의 대척점에 서있는 박처원에게도 많은 설정을 부여한다. 그는 좋은 악역의 조건들, 위압감과 살기, 이해할 수 있는 동기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행동력을 모두 갖췄다. 관객들은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를 이해하고, 전두환에게 버림받는 받는 모습을 보며 과연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물어보게 된다. 영화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박처원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기 때문에 어수선하지 않고 집중되어 있다.

 

(이미지제공=CJ엔터테인먼트)

 

자칫 신파로 몰릴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1987’은 보다 진지하고 절제된 연출로 감정을 필요이상으로 극대화 시키려 하지 않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눈물을 보여주고, 객기 없이 이에 영향 받은 인물들의 이해관계만을 보여주기만 하여도 관객들은 벌써 마음속에 묵직한 짐 하나를 가지고 있다. 답답하고, 뜨겁고, 강렬한 감정선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날이 오면’과 함께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쉽게 정치적으로 몰릴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색깔을 보여주기 보단 사실(혹은 사실 같은 허구)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손짓한다.

 

초호화 캐스팅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정우, 이희준, 김윤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매력과 성격을 연기로 충분히 표현한다. 하지만 강동원과 김태리 관계의 분위기는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 시대의 청춘과 그들이 미친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굳이 이 배우들과 굳이 이만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게 만든다. 

 

1987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역사는 반복됐고, 똑같이 몇몇 사람들의 싸움이 우리 모두의 싸움으로 번져 변화를 이루었다.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턱’ 치니 ‘억’ 하고 죽는 세상에 수긍하기엔 대한민국은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 1987년 뜨거웠던 그해는 몇몇에겐 상실과 눈물의 시간으로, 혹은 자유와 승리의 시간으로 각자 다르게 기억됐을 것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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