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의 미세먼지 정책…문제는 낮은 국민의식 수준

마스크 착용한 모습 찾아볼 수 없어…미세먼지 걱정도 ‘남의 일’

박수민, 송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4/17 [09:04]

[르포] 중국의 미세먼지 정책…문제는 낮은 국민의식 수준

마스크 착용한 모습 찾아볼 수 없어…미세먼지 걱정도 ‘남의 일’

박수민, 송가영 기자 | 입력 : 2018/04/17 [09:04]

[중국 상하이=문화저널21 박수민, 송가영 기자]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리자마자 몰아치는 탁한 공기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모든 짐을 내팽개친 채 두 손으로 코를 쥐어야만 할 처지였다. 평소 아무리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다 해도 마스크의 불편함 때문에 착용하지 않았었는데, 상하이에서는 마스크가 구세주이자 생명줄이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풍경은 기자의 상황과 사뭇 달랐다. 이동하는 내내 스쳐지나간 중국인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열에 하나를 꼽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길을 나선 기자의 모습이 유난이라는 듯한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내 와이탄. 풍경을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박수민, 송가영기자

 

한국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도 마스크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미세먼지가 뭐 그리 대수냐는 태도였다. 왜 중국 정부가 그간 미세먼지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자 관련 영향을 미치는 공장지대 이전이나 폐쇄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세워 진화에 나섰다. 또 실제 효과를 보고 있다며 관영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상하이 내에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정유공장들이 남아있고, 오래된 석탄 난로도 겨울철 주요 난방용품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과연 공장지대 이전 및 폐쇄 등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인근 주민들의 삶의 영향을 미쳤을까. 이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상하이 내 과거 공장지대와 현재 가동 중인 공장지대를 찾아가봤다.

 

상하이 주요 공장지대에서 미술허브로…‘웨스트 번드’

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에도 나들이에 조깅, 산책 즐겨

“날만 좋으면 그뿐, 미세먼지 걱정은 ‘無’”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최근 상하이에서 새로운 미술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웨스트 번드(上海西岸, West Bund)’ 였다.

 

웨스트번드는 말 그대로 와이탄의 서쪽을 지칭한다. 황푸강 상류에 자리하고 있는 웨스트번드는 과거 100년 이상 상하이의 주요 공장지대로 기능해왔다. 시멘트 공장과 석탄 부두, 화물 기차역, 공항 등이 위치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웨스트번드는 아치 모양의 루푸대교를 지나는 지점부터 시작되는데, 황푸강을 따라 크고 작은 미술관 들이 5km 남짓 드문드문 이어진다. 옛 석탄 운반 다리 건축물을 살린 롱뮤지엄Long Museum)과 공항 격납고를 개조한 위주미술관(YUZ Museum), 젊은 사진가들이 꾸려가는 상하이 포토그래피센터(Shanghai Center of Photography), 항공기 제조 공장을 박람회장으로 재구성한 웨스트번드 아트센터(West Bund Art Center) 등이다.

 

중국 정부의 ‘12.5 계획’(十二五规划)에 따라 과거 공장들이 모두 밀려나고 문화 선도지역으로 지정됨으로써, 황푸강 서편을 따라 여러 문화예술 시설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각종 오염물질들을 뿜어냈던 공장지대가 사라지고 문화예술 시설로 변모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삶도 달라졌다.

 

과거 공장지대가 활발히 운영될 당시 웨스트 번드 부근은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모습으로 분주했다면, 갤러리와 산책로 등으로 바뀐 지금은 가족들과 산책을 나오거나 나들이를 즐기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하는 주민들은 드물었다. 아무리 날이 따뜻하다고 해도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면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한국 국민들과는 달리 그저 나들이와 산책을 즐기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미술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웨스트 번드(上海西岸, West Bund)’인근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수치. 이날 직접 측정한 웨스트번드의 미세먼지 수치(PM 2.5)는 74~83㎍/㎥ 수준이었다.  © 박수민, 송가영 기자

 

지난달 28일 취재진이 직접 측정한 웨스트번드의 미세먼지 수치(PM 2.5)는 74~83㎍/㎥ 수준이었다. 27일 환경부 정책에 따라 변경된 국내 미세먼지 기준에 따르면 ‘나쁨’에서 ‘매우 나쁨’ 단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인근 유치원에서는 아동들과 체험학습을 나오기도 했고, 건강관리를 위해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웨스트번드를 찾은 나들이객 A씨는 “날이 이렇게 좋은데 미세먼지가 무슨 대수냐”며 “그런거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산책로에서 조깅을 하던 B씨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있으면 이렇게 나와 조깅이나 운동을 할 수 있겠냐”면서 “관심도 없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직접 측정한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의 미세먼지 수치(PM 2.5)는 74~83㎍/㎥ 수준이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조깅이나 나들이에 여념이 없었다.     © 박수민, 송가영 기자

 

그래도 웨스트번드를 산책하는 사람들 가운데 간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웨스트번드 인근에서 10년간 살아왔다는 주민 C씨는 “겨울과 봄이 되면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져 마스크 없는 외출은 자제하고 있다”며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스크는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고, 최대한 빨리 귀가하려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에 관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하늘만 봐도 스모그로 가득해 가까운 빌딩들도 잘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날이 맑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변화없는 공장지대 주민들의 삶…여전한 미세먼지 공포

악취에도 코만 쥘뿐,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수수방관’

“더워도 미세먼지에 창문 열어놓을 수 없어”

 

새로운 모습을 찾은 웨스트번드와는 달리 여전히 공장지대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도 있었다.

 

웨스트번드를 벗어나 상하이에서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바오산강철의 공장이 위치한 바오샨구. 이곳에서는 가동 중인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흐렸고, 악취도 심했다.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매캐한 화학물질 냄새가 담배 찌든 내처럼 코를 파고들었다.

 

▲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 바오샨구 내 바오산철강 공장의 모습. 뿌연 미세먼지 아래 계속해서 연기를 내뿜으며 가동되고 있다.     © 박수민, 송가영 기자

 

중국의 대표적인 철강기업 바오산철강은 보무그룹과 합병하면서 상하이 내에서 강철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바오산철강 공장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는 골칫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오산철강 공장 근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D씨는 “바오산강철 공장이 한 번 위치를 바꾸긴 했지만, 거기서 거기”라며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 정도”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닥이 금방 새카매져 계속 걸레질을 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E씨는 주차된 자동차를 가리키며 “저것만 봐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한지 감이 오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날이 더워 가게 문을 열어놓으면 눈과 코가 간지럽고 따가워 견딜 수가 없다. 공장이 위치한 공장지대 특성상 주민들은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취에 코를 쥐며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정작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은 웨스트 번드와 마찬가지로 거의 없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의식수준도 낮았다. 해가 보이면 미세먼지 수치가 어떻든 날은 맑은 것이고, 스모그가 심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중국 당국이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또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의식은 기자를 당황하게 할 정도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강조,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의 낮은 의식수준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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