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온상 ‘롯데’…협력업체 직원 5명 죽음에도 나몰라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5/17 [17:13]

갑질의 온상 ‘롯데’…협력업체 직원 5명 죽음에도 나몰라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5/17 [17:13]

문재인 정부가 권력형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이 협력업체들에게 상식 이하의 ‘갑질’을 저질러 온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 대표들과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는 갑질을 멈추고 피해업체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의 증언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납품업체들에게 원가이하의 납품을 요구하고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했다가 설립비용을 떠넘기는가 하면 매장을 강제로 철수하고 직원들을 무단 해고하고 바코드를 바꿔치는 등 상식을 넘은 갑질 행위를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소속 직원 5명이 화병으로 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 갑질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롯데마트·롯데슈퍼,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수수료 전가까지

“날인한 사실 없는 처음 보는 계약서가 있었다”

계약서상 사업자번호도 달라…법원은 문제제기도 안해

 

롯데마트의 갑질을 폭로한 윤형철 신화유통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11월까지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육류를 납품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최대 반값에 달하는 납품단가를 요구하는가 하면, 박스당 2천~5천원에 불과한 물류비를 최대 3만6천원까지 부과했다. 롯데가 제품 품질 컨설팅 업체 ‘데이몬’에 지급할 수수료를 신화유통에 전가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화유통이 입은 손해는 법원이 인정한 금액만 109억에 달한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폭로되자 롯데 동반성장팀 직원은 뒤늦게 신화유통 대표를 찾아와 회유를 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신화유통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롯데는 굴지의 대형로펌 2곳을 섭외하며 방어했다. 

 

윤 대표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기간 동안 담당사무관이 3번이나 바뀌면서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공정위가 롯데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부디 공정위가 진상규명에 나서달라”고 큰절을 하기도 했다. 

 

▲ 롯데슈퍼에 과일을 납품했던 김정균 성선청과 대표가 공개한 계약서. 김 대표는 "사업자번호와 상호를 틀리게 해서 계약하는 경우는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박영주 기자

 

롯데슈퍼에 과일을 납품했던 김정균 성선청과 대표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원가보다 싼 납품단가를 요구하는가 하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금액을 납품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 측은 당초 계약했던 15% 와는 달리 수수료를 25%로 책정해 편취했는데,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날인한 사실도 없는데 저의 날인이 찍힌 처음 보는 계약서가 있었다”며 “제가 쓰던 사업자번호는 107-91-01481이었지만, 롯데가 공개한 계약서에는 전혀 다른 번호가 날인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자번호와 사업자 상호를 틀리게 해서 계약하는 경우는 없다. 2013년도에는 계약을 한 사실조차 없는데 저도 모르는 계약서가 있다는 게 충격”이라며 “이후에 언론보도로 논란이 되자 롯데 측은 합의를 하자면서 돈을 제시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저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 울먹였다. 

 

이날 참석한 협력업체 대표들은 롯데가 로펌업계의 큰 손이라 롯데를 상대할 경우에는 사건 수임자체가 어렵다. 롯데그룹을 상대로 소상공인들은 기울어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롯데는 언제나 법대로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그 뒤에는 롯데의 편을 드는 대형 로펌들이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롯데상사에 쌀을 납품했던 업체 가나안RPC의 김영미 대표(왼쪽)가 '롯데 갑질규탄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달래주고 있다.  ©박영주 기자

 

롯데상사 직원이 결제대금 횡령해 도주…손 놓은 롯데상사

가나안RPC 대표 “직원들 일자리 잃고 농민들 홧병으로 5명이나 돌아가셔”

文정부 추진하는 권력형 적폐청산, 1호로 잘려나가는 기업될까

 

롯데의 갑질행태로 회사 자체가 붕괴되고 5명이 죽음에 이르는 일도 있었다. 문제를 만든 롯데상사 직원은 결제대금을 횡령해 도주했지만, 사측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김영미 가나안RPC 대표는 “원래 저희는 청와대와 현대백화점 등에 명품쌀을 유통하고 자체쇼핑몰까지 운영하던 건실한 회사였다. 하지만 롯데상사의 합작제안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직원들은 전부 일자리를 잃었고 농민들은 화병으로 5명이나 돌아가셨다”고 폭로했다.

 

롯데상사는 당초 가나안에 기술을 제공해주는 대신 토지와 시설투자를 약속하며 합작 RPC설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7~8개월간 부지제공을 미루다가 뒤늦게 독자적으로 RPC를 설립할 것을 요구했고, 가나안 측이 자금사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자 월2500톤 규모의 쌀을 매입하겠다며 계획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롯데상사의 제안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수시로 뒷돈을 요구하던 양곡팀장은 비리 발각으로 퇴사했고, 롯데상사는 기존 거래업체인 ‘숙이네’를 거쳐 쌀을 납품하도록 요구했다. 납품을 시작한지 2주 뒤부터는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문제의 결제대금은 롯데상사 직원과 숙이네 측이 결탁해 횡령하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 직원의 부정한 행위로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롯데상사는 숙이네에 책임을 떠넘기며 방기했다. 결국 가나안 당진RPC는 설립비용으로 인한 적자누적으로 145억의 피해를 입은 채 2009년 도산했다. 

 

김 대표는 롯데그룹을 향해 “일본에서의 롯데 이미지는 A+였기에 믿었는데 참담한 결과가 초래됐다. 이제 그만 저희의 재산을 돌려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윤영철 신화유통 대표가 17일 '롯데갑질 규탄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절을 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일각에서는 중소형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도를 넘은 갑질을 일삼은 롯데그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1호 대상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돼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폭로들은 롯데그룹을 완전히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추혜선 의원은 “정의당은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를 개소해 운영할 것이며, 더 많은 사례들을 접수받아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 경고하며 “더 큰 비난과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철저한 개혁을 이뤄내고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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