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기획] 이건희 부부의 미술史…이재용 불화설까지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19/07/17 [09:00]

[MJ기획] 이건희 부부의 미술史…이재용 불화설까지

최병국 기자 | 입력 : 2019/07/17 [09:00]

# 안평대군, 거부 김광국,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은 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대표 미술컬렉터였다. 특히 일본 강점기 때부터 문화재를 수집하던 삼성그룹 설립자인 호암 이병철은 1960년대 들어 컬렉션에 각별한 관심을 쏟으면서 전국 곳곳의 명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약 2만 점의 컬렉션은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을 능가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병철 회장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 아들 이건희와 며느리 홍라희에게 전파되면서 우리나라 미술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쌓았다.

 

▲ 삼성문화재단이 설립한 삼성미술관 리움  © 박영주 기자

 


 

이건희·홍라희 부부 골동품 수집 일화

비자금 미술품의 구매·관리 등 미술계의 어두운 일면들이 드러나기도

 

이병철, 이건희, 홍라희로 연결되는 삼성家는 그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미술품 수집 명문가의 역할을 다해왔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미술품 감상에 심취했다. 고미술품에 조예가 깊었고 수집 욕심도 많았다. 이병철 회장 생전 며느리였던 홍라희에게 인사동에 나가서 당시 돈 10만 원 안으로 마음에 드는 골동품들을 사오라고 지시한 한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홍라희 부부는 당시의 경험으로 빼어난 안목을 갖출 수 있었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가 미술품 중 골동 부문은 이건희 회장이, 현대화 및 해외미술 부분은 홍라희 여사가 담당했고, 1995년 홍라희 여사가 호암미술관장에 취임하면서 체계적인 관리와 수집이 이뤄졌다.

 

2004년 리움미술관이 개관된 이후부터는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등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 수집함으로써 홍라희 관장이 다년간 걸쳐 미술계 영향력 1위의 최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이 시기가 한국미술 중흥의 시기다.

 

사건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이건희 회장이 미술품 소개자인 A 모 씨를 통해 72억 원짜리 5족 용문호 청화백자를 구매했다가 모조품인 것으로 밝혀져 반품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은 부인 홍라희 여사에게 미술품 구매 등을 일임하기도 했다.

 

미술품 구매를 일임받은 홍라희 여사는 매년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비롯한 국내 굴지의 미술계 인사 A,B,C 등으로부터 매년 1000~2000억 원의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했다.

 

이런 과정에 이건희 회장에게 모조품인 72억 원짜리 5족 용문호 청화백자를 판매한 미술품 업자인 A 모 씨에게 합산 무려 9000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매한 것이 사정 기관의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A 모 씨에게 산 상당수 미술품이 시세의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구입한 것으로 밝혀져 홍 여사가 매우 분개했다는 사실은 미술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리움미술관장인 홍라희 여사는 2008년 미술품을 통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혐의로 특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홍 관장에게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판매한 큰손들인 B,C 등이 동시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사과정에서 비자금 미술품 조달 책인 삼성 고위 임원 김 모 씨의 신원이 드러나기도 했고, 비자금 미술품의 구매·관리 등 미술계의 어두운 일면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홍 관장은 우리나라 비자금 미술품의 대명사 격인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와 로이 릭텐스타인의(Roy Lichtenstein) ‘행복한 눈물(Happy tears)’ 작품을 둘러싸고 볼 성 사나운 송사를 벌이기도 했다.

 

▲ 로이 릭텐스타인의(Roy Lichtenstein) 행복한 눈물(Happy tears)

 


미술품으로 불거진 홍라희 이재용 불화설

이재용 부회장 취임 후 미술품 구매 '관심 無'

 

정기 기획전도 개최못하는 리움미술관

최대 컬렉터 위상 로펌에 뺏긴 삼성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여사는 2004년 리움 미술관장으로 취임한 이후 삼성그룹 미술품의 체계적인 관리 및 질적 향상을 위해 아들 이재용이 미술에 관심을 두길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모친의 기대에 무관심하면서 삼성전자 등 그룹의 영업이익 신장에 집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삼성은 미술시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홍라희 여사가 서운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미술시장 인사들과 미술계 거물 인사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미술계 거물 인사들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갈등설이 물 위로 나온 건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갈등설이다. 

 

갈등설이 나온 시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시점에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연루혐의로 2017년 2월 17일 서울구치소에 구속됐는데 이후 3월 6일 홍라희 여사가 리움미술관장을 사퇴했고, 이틀 후 홍 관장의 친동생인 홍라영 리움미술관 총괄부관장 마저 사퇴했다.

 

당시 삼성이 왜곡 보도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던 갈등설의 핵심은 “지난 6일과 8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동생 홍라영 부관장이 잇따라 퇴진한 것을 삼성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찍어내기’라고 보도하면서 ”홍 관장 아들이자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처리 될 처지에 놓이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홍 관장이 분신처럼 공들여 설립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건물 안의 플라토 전시장을 건물 매각에 따른 조치라며 폐관한 바 있다”며 “홍 전 관장이 열정적으로 진력했던 미술관 운영과 이미 기획된 전시까지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갈등설을 기정사실로 했다. 

 

더하여 “2만여 점으로 추산되는 삼성가 컬렉션은 남편인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 근대미술 컬렉션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편의 사후엔 상당수가 홍 전 관장한테 상속돼 소유권이 넘어올 수 있다”며 미술품 상속 분쟁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해 삼성문화재단은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서 합심해야 할 이 부회장과 어머니가 갈등을 빚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터무니없다”면서 “관장과 부관장의 사퇴 배경에 대한 어떤 억측들도 사실로 확인된 게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갈등설을 보도한 언론사나 이를 반박한 삼성그룹 양측 모두 갈등설의 실체적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제1의 대기업은 이미 개인 소유의 차원을 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자간 재산다툼을 할 여력이 없다는게 정설이다. 지분정리도 어느 정도 되었고, 남은 것은 생존 중인 이건희 회장 재산의 합리적 분배와 이재용에게 경영권이 원활하게 승계되어 기업이익을 확대시키는 것이 홍라희·이재용의 공동목표다.

 

특히, 문화재단 소유인 미술품은 원천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 재단이 해산되면 국가기관 또는 유사 공공기관으로 기증하도록 법에 강제되어있다.

 

하지만 갈등설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술계 복수의 거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갈등은 이 부회장의 미술 무관심에 대한 홍 여사의 서운함과 홍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은밀한 정보에 대한 이 부회장의 불편함 표현 등으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그룹 부회장으로 등극했고, 2014년 이건희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2015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시기부터 연간 미술품 구입액이 수천억 원에서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격감했고, 최고 컬렉터 자리를 국내 최대 로펌에 넘겨주게 됐다. 

 

그간 홍라희 여사와 미술품 거래를 해왔던 A, B 씨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속 쓰리게 지켜보고 있던 홍라희 여사가 이 부회장에게 미술품에 관심을 둘 것을 당부했으나, 이 부회장은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여사는 자신의 사임 후, 정기 기획전마저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리움미술관을 암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아들 이 부회장에 의한 미술관 활성화만을 염원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힘들게 달래가고 있는 근황을 전해주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2014년 부친 이건희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면서부터 미술시장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에 관한 확인되지 않는 각종 뜬소문에 간간이 불편한 기색을 표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더욱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정확한 소식통들이 전해주기도 했다.

 

미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한 홍 여사의 서운함과 어머니에 대한 각종 정보보고로 인한 이 부회장의 불편한 심기 표출 등으로 이들의 갈등이 심화된 것을 미술계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갈등의 상황은 이 부회장의 미술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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