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프레임] 설익은 ‘보수 빅텐트’가 불러온 급체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1/12 [17:42]

[정치프레임] 설익은 ‘보수 빅텐트’가 불러온 급체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1/12 [17:4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급히 쏘아올린 ‘보수 빅텐트’ 선언이 결국 화를 불렀다. 

 

통합을 하겠다고 양측이 확실하게 약속한 것도 아닌데다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전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유승민 대표와 전화를 했다”, “당내에 통합협의기구를 설치하겠다”, “대통합을 위한 마음을 모으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에서 마음이 돌아선 것이다. 

 

▲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유승민 대표.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지난 11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의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유의동‧권은희 의원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뒤이어 12일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보수통합과 관련해 언론에서 일방적인 기사가 나오는데 전혀 논의된 바 없다. 채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자유한국당이 흘린 정보로 기사를 쓰니까 뭔가 물밑협상이 있다고 오해하는데 참고하길 바란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과거 정당활동을 같이 했으니 언제 합치냐는 이야기가 지나가다 나왔는데, 그걸 진지한 통합논의를 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유승민 쪽에서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와전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불쾌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기업과 기업 간 합병이라 하더라도 물밑에서 이뤄진 대화내용이나 합병의 향방에 대해서는 최종결정이 나기까지 철저히 보안에 부쳐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혁과 자유한국당의 합병은 첫발을 떼기 전부터 한쪽에서 내부정보를 끊임없이 흘리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쪽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때문인지 자유한국당에서 아무리 군불을 때더라도, 변혁 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통합이 아닌 일방적으로 흡수합병하겠다는 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시각에 대해 자유한국당 내 의원들과 지도부에서는 “절대 아니다”, “완전히 바꿀 것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적인 예로 완전히 바꾸겠다, 쇄신하겠는 말과 달리 자유한국당 내 중진들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6일 초선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이 쇄신을 외치며 총선불출마 선언을 했고, 7일에는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44명이 전현직 당 지도부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향해 ‘험지출마’를 요구하며 기득권 내려놓기를 당부했지만 이에 대한 화답은 부재한 상황이다. 김무성 의원만이 10일 총선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12일 황교안 대표와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들이 오찬회동을 진행했지만, 여기서 나온 이야기의 핵심은 “통합을 성공시켜야 한다”였다. 황 대표가 보안문제가 발생하면 신뢰가 깨진다며 중진의원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기 혹은 결단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황교안 대표가 쏘아올린 보수통합은 △박찬주 영입논란 △패스트트랙 수사 향배 △황교안 리더십 논란 △당내 쇄신방안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모조리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보수통합 쇼(Show)는 확실하게 국면전환을 이뤄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변혁과 우리공화당의 대통합으로 문재인 정권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전략도, 용단도 지금의 보수진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볼 수 있는 것은 네가 먼저 숙이고 들어오라는 무언의 압박과 거기서 파생된 기싸움 뿐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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