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미친 집값은 누가 만들었나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16:39]

[시선] 미친 집값은 누가 만들었나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0/01/17 [16:39]

여권 핵심 지지기반을 다져온 전라도 광주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얼굴을 합성한 조롱 현수막이 걸리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일주일 사이 4%가량 급락했다.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1월 3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46.5%에서 4.7%포인트 오른 51.2%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주부터 3주간 49.7%→49.0%→48.8%로 보합권을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다. (TBS 의뢰, 전국 1506명, 13~15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

 

모멘텀은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3.9% 상승했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당시보다 낮은 상승률이지만 서울은 22.4% 올랐다. 말이 20% 상승이지,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마포, 용산, 성동 등의 인기 지역은 호가 기준 2년 반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반면 경상도, 충북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방은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을 통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를 살펴보면 109㎡의 매매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 지난 2015년 1월 8억 9500만 원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지난해 말에는 21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5년 만에 2.5배 뛴 것이다. 대부분의 상승 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말부터 이뤄졌다. 청와대도 부정할 수 없는 확연한 수치다.

 

  © 문화저널21

 

그동안 청와대는 무얼 했나. 

청와대 투기놀음에 놀아난 불쌍한 국토부 장관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18번의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사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정책도 아니었다. 문 정부의 대형 부동산 규제 정책을 꼽으라면 12번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 중 7번은 공급확대방안이었다.

 

분양가 보증 등으로 분양가 상승을 내버려 둬놓고 공급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뜯어보면 공급 확대안이라는 것도 정부 주도 땅장사가 대부분이다. 헐값 보상으로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건설사에 땅을 팔아 짓게 한다는 것인데,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간접비를 올리고, 과도한 옵션 장사로 분양가를 끌어올려 있는 자들의 고분양 투기판으로 변질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도 3기 신도시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며 수급조절로 집값을 잡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파격 책도 내놓는다.

 

청와대는 집값이 왜 오르는지 정말 모르고 있을까? 집값 상승은 부동산이 재산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믿음과 비례 된다. 즉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2년 반 만에 2배 이상 상승하는 기형적인 현상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을 국민에게 비춤으로써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을 더해줬다.

 

대표적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여름 기습적으로 발표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김 장관은 집값 상승을 잡겠다며 민간택지에 대해 전국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식발표는 아니었지만,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김 장관이 ‘진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카드를 뽑은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가를 정부가 통제해 분양가에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건데 이런 정책이 예외 없이 적용되면 기존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과 맞물려 주변 집값 하락까지 술렁일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이 고심 끝에 내린 ‘조커 카드’ 였던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즉각 전면적 시행은 없을 것이라며 김 장관의 말을 뒤집었다. 더 나아가 여당 인사들까지 시장에 공황이 올 수 있다며 전면적 시행 유보를 주장했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어오다 뒤늦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핀셋으로 지정하듯이 꼭 짚어 서울 27개 동으로 제한했다. 이마저도 사업이 끝난 지역들이 대부분이었고, 사업이 시행 중인 강남 일부 지역은 상한제를 6개월 유예하는 개별 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면서 부산 해운대구 등 5개 지역의 규제는 곧바로 풀어버렸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조일 수 있는 공시지가 현실화, 보유세 인상 등의 카드에는 소극적 태도를 일관해왔다.

 

결과는 뻔했다. 비적용지역 청약 광풍, 집값 폭등. 규제를 해제한 해운대구 역시 집값이 폭등했다. 

 

  © 경실련

 

누가 국민과 정치하랬나

육하원칙도 필요 없다. 

‘언제’, ‘어떻게’라도 밝혀라

 

이 시기에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 “집값이 안정됐다”라는 엉뚱한 발언을 한다. 같은 시기 경실련이 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 재직 공직자의 부동산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재산 상위 10위 평균 27.1억 원 상승을 기록했다.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비서관들조차 집으로 수십억의 불로소득을 일궈내고 있는데 대통령만 “집값이 안정됐다”라고 티브이에 나와 이야기한 것이다.

 

이쯤 되니 문 정부 참모들이 대통령 모르게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SOC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을 속이면서 공급을 빌미로 대형 SOC에 투자해 실효적인 수치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집값 상승이라는 이슈는 공급(SOC)을 늘리기 아주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공급을 늘려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골자는 집값이 아닌 건설경기 부양을 말하고 있다. 대중에는 공급량 증가=집값 하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다.

 

우리나라 미분양주택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만 3561호다. 대부분이 경남을 중심으로 한 지방이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훌쩍 뛰어넘지만, 보급률은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집’이 없는 이들은 죽으라 열심히 일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 오히려 은행 이자와 월세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집 값 상승분(불로소득)을 상납할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효과가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라고 말하면서도 보유세, 거래세에 대해서는 “시장 동정을 보겠다”며 한 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12·16대책의 효과는 이미 다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세가는 한 달도 채 안 되어 수억 원이 오르고, 주변(수도권) 지역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단편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부가 지표다.

 

대통령은 미친 집값과 관련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잘 하겠다.”, “절대 지지 않겠다”, “용서할 수 없다”라는 추상적 정치용어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할까. 육하원칙도 필요 없다. ‘언제’, ‘어떻게’ 두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답을 내줘야 한다. 정치에서나 통하는 립서비스는 지지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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