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주총 앞두고 ‘시름’ 깊어진 기업들

삼성·현대차·한진 등 야속하거나 표정관리 중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25 [18:06]

코로나 주총 앞두고 ‘시름’ 깊어진 기업들

삼성·현대차·한진 등 야속하거나 표정관리 중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2/25 [18:06]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가 3월 중·하순부터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이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굵직한 이슈가 있는 기업에서는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가 올해 주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55% 이상 주식을 보유한 313개 기업 중 56곳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금융위원회의 소위 ‘5% ’(기관투자자의 주식 대량보유 공시 의무) 완화에 따라 보유 주식 변동을 자주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염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참석을 꺼려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수가 한 장소에 모여들면 자칫 기업의 본사가 코로나19 전파 지역이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굳이 주총장에 나오지 않고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기업으로서는 사회적 관심을 받는 안건도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

 

  © 신광식 기자

 


서초 대신 수원 택한 삼성전자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총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수원컨벤션센터로 장소를 옮겼다. 자사의 사업장이 아닌 외부 시설에서 주총을 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장에 입장하는 주주들의 온도를 재고 좌석을 넓게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총 때 삼성전자는 좌석 부족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다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주주의 수가 급격히 늘어서다. 당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는 800여 개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다수의 주주가 바깥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참다못한 주주들은 왜 안 들여보내 주느냐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사과했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총은 오는 318일로 예정됐다. 전자투표는 38일부터 17일까지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의 보수한도를 전기 465억원에서 당기 550억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지배구조 개편 고개 든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총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용퇴가 공식화하는 동시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출발을 알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모비스 주총이 한 차례 좌절됐던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금 시동을 거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319, 모비스는 18일 주총을 연다.

 

이들 회사의 주총 안건 중 눈여겨볼 것은 사내이사 선임이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사내이사 임기는 316일 만료되는데, 그 빈자리는 재무통인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CFO·최고재무책임자)이 대신할 전망이다. 또한, 모비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20183, 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세우는 등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주총장의 경우 현대차는 기존과 같이 서울 양재동 본사로 공시했다. 모비스는 광화문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주총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출입기자를 비롯한 외부인 전체의 양재사옥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전 계열사에 주주친화 정책인 전자투표를 시행해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원태 수호한진칼, 전자투표는 머뭇


 

남매끼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은 아직 주총 일정을 공시하지 않았다. 한진칼의 지난해 주총은 3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렸다. 이를 고려하면 326일 전후가 유력하다.

 

물론 한진칼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든 주주들이 표를 행사하려면 위임장을 쓰거나 주총장으로 직접 가야 한다. 조원태 회장에게는 자신이 유리한 지금의 판세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고 복지부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이 유리하다는 정치 세계의 통념과 비슷한 이치다.

 

반대로 이른바 () 조원태 연합군으로 불리는 조현아·KCGI·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은 전자투표 도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전자투표 도입을 재차 요구했으나 한진그룹 측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주주들로 하여금 주총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트 황창규마지막 관문 앞둔 KT


 

황창규 현 회장의 후임으로 구현모 씨를 내정한 KT에도 이번 주총은 중요하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27일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직함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고,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최종 후보자로 정했다. 구 내정자는 3월 주총에서 의결을 거쳐 CEO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KT는 지난해 329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추종을 개최했는데, 올해 일정은 공시하지 않았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영국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의 주식 보유 목적 변경이다. 2011KT3대 주주로 등극한 실체스터는 최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제안 등을 하겠다는 의미다. 실체스터의 지분율이 5.2%이긴 하지만, KT가 주총을 편안히는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KT새노조와 시민단체가 황창규 현 회장을 국정농단 부역자라며 물고 늘어지는 점, 구 내정자가 황 회장의 측근으로 받아들여지는 점 등도 주총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신동빈 사임에 코로나 직격탄 맞은 롯데


 

오프라인 쇼핑 쇠퇴와 코로나로 인해 200개나 되는 점포의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롯데쇼핑의 주총은 여느 때보다 우울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에만 1조원대 적자를 냈다. 백화점과 아울렛, 마트, 슈퍼마켓 등 전체 700여 곳에 달하는 매장을 30%나 줄이는 초강수를 두면서 유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예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322일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서다. 2013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신 회장은 사내이사직은 유지했지만, 그동안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3월 말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하고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롯데쇼핑 주가가 신 회장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소폭 반등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총을 앞둔 주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 향후 공시될 주총 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코로나 따위” 3세 경영 속도 내는 한화


 

크게 화제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한화그룹 3세 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통해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올랐다. 앞선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부터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의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이와 함께 32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주총을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굳이 주총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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