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가(예술가)의 자화상(Ⅱ)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0/09/12 [20:13]

[기획] 화가(예술가)의 자화상(Ⅱ)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0/09/12 [20:13]

[편집자 주] 화가(예술가)들의 자의식과 욕망 등이 투영되어 있는 자화상은 그들의 가려져 있는 일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로서 깊은 영감을 안겨준다. 본지는 ‘자화상미술관’을 건립을 목표로 국내 유명 화가(예술가)들의 자화상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는 Lee Collection 이원주 (주)대일포장 대표를 통해 화가(예술가)들의 일생·예술관·의식(고뇌)·욕망·시대상황 등을 8회에 걸쳐 살펴본다.

 

자화상, 그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담다.

 

▲ 김정헌 자화상 60x60cm Oil on canvas 1997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우리는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 누군가와 소통하지만 이면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으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얼굴과 몸에는 인생이라는 역사적인 삶을 어떤 방식(글, 사진, 그림 등)으로든 기록하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40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처럼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살아온 배경과 정신이나 성격까지도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볼 때 예술(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은 작가의 삶이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미술(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축·회화·조각·공예·사진 등을 포함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자화상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검푸른 그림자의 굴레 속에 갇힌 세상

오색구름처럼 허공을 건너는 다리 아래로

거머리처럼 웅크린 욕망의 말들 

뒤틀리듯 뒤집힌 속살로부터

기억과 망각의 사이

위선과 가식의 옷을 벗어놓고

알몸 같은 사실의 민낯과 진실의 속살

아지랑이처럼 춤추듯 꿈꾸는 날  

불꽃처럼 영혼의 촉촉함과 탄력성을 잃지 않으리라.

 

서양화가 김정헌의 “자화상”를 보고 쓴 시

 

▲ 왼쪽부터 화가의 자화상 수집가 이원주, 작가 임옥상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Lee Collection(이원주는 미술사학 공부한 작품 수집가)-‘화가들의 자회상’ 작품에서 1. 민중미술 ① 현실과 발언 10점 ②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대한민국의 국토면적) 10점 ③ 광주자유미술인협회, 두령, 그 외 등 10점 2. 팝아트 10점 3. 페니미즘 10점 4. 극사실주의 10점 등에서 화가의 삶과 인생이 투영된 자화상 작품을 통해 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역사성 및 특이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 임옥상 자화상 38x88cm 나무에 그림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자화상(自畫像, 영어: self-portrait)은 화가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초상화이다. 보통은 유화 물감과 드로잉, 초상화 등의 그림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중에는 스스로를 새긴 조각, 스스로를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으며 작가의 주체성이 드러나기에 구상적인 작품이 대부분이고 추상적(비구상)인 작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서양에서 뒤러(Durer, A.), 렘브란트(Rembrandt, H.van R.), 고흐(Gogh, V.van.) 등 걸출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자화상은 화가 자신이 인식하는 자아라는 차원에서 개성이나 특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뛰어난 기량과 관찰력이 겸비되지 않으면 역량 있는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8세기에 들어오면 「윤두서 자화상(尹斗緖 自畵像)」(국보 제240호)을 대범한 필력과 섬세한 묘사의 작품이며 이광좌 (李光佐), 강세황(姜世晃) 등의 자화상이 전해 온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서양보다 자신을 낮추는(소극적 알리는) 동양에선 그리 많지 않는 편이다.

 

자화상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죽음은 썩음과 발효의 두 갈래의 길

주어진 시간과 결과는 뒷걸음치지 않는다. 

침묵은 두터운 바위만큼 안으로 거친 숨을 삼켰다.

죽음의 벌레가 꿈틀대며 삶의 껍질을 뚫고 파고든 사이

아직 남겨진 말의 뼈와 엷은 꿈의 메아리 

너는 그저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하라. 

모든 것이 절정으로 치닫던 궁극의 끝에서

운명의 시간마저 되돌아서는 날

먹구름의 장막을 뚫고 하늘길 열리듯

거친 파도의 벽을 잠재우고 바닷길 순풍으로 열리듯 

곧 새로운 날과 마주하리라.

 

서양화가 임옥상의 “자화상”을 보고 쓴 시

 

서양미술의 역사를 보면 원시시대에는 기록성이나 주술성을 띈 미술을 하였고 고대에는 종교적인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술이었고, 그리스시대는 인간 중심의 미술이었고 중세시대는 종교미술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르네상스시대는 다시 인간 중심으로 미술이 돌아왔으며 귀족주의 시대에는 초상미술이 발달하였고, 그 이후로 미술은 상업적이나 정치적 대중적인 코드(어떤 뜻을 나타내는 기호)로 발전해왔으며, 최근의 현대 화가들은 자신의 목적과 기질에 적합한 기법과 작업방식을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원시미술, 아동미술, 고전신화, 상업광고, 사진, 영화, 희극 연재만화 등 고대와 현대적 자료들에서 자유롭게 빌러오기도 한다.

 

한국 미술의 역사를 보면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미술이고 고분벽화, 불화, 문인화, 산수화 등의 평면 시각매체 예술과, 불상, 석탑, 도자기 등의 입체 시각매체 예술을 포함하다가, 1897년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양회화, 사진, 영화 등 들어와 현대 미술계는 비디오아트가 시도되고 1980년대 이후부터 인터넷 등의 신기술이 보급되며 미디어아트가 소개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미술은 서양화와 동양화(한국화)그리고 조각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퓨전문화(원래 '융합', '융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 문화 영역에서는 사물이나 생각 등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요소가 섞여 전혀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가진다.)와 융합과 통섭의 시대인 현재에 이르러 서로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작가들도 많이 보인다.

 

1915년대 처음으로 회화를 수용한 고희동(高羲東)의 작품인 〈자매(姉妹)〉를 통해 서양화를 접한다. 해방 이후 서구의 현대미술(전후 추상미술)로부터 1960년대의 앵포르멜 운동과 1970년대의 '비물질주의'를 표방으로 평면개념을 전적으로 모노크롬 회화(모노크롬은 흑색 또는 그 밖의 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통의 색조를 사용한 경향의 작품)를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1980년 새로운 흐름으로 사회적 현실주의(social realism)인 민중미술이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20대의 힘전’이라고 하는 젊은 대학출신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비평하듯 ‘저것은 민중미술이다.’라고 문공부장관이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부터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수)

 

1970년대 유신 체제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자아와 현실을 찾아 나섰던 작가들의 개인적 고뇌와 1980년대 군사독재의 시위 현장이나 대중 집회에서 어김없이 대형 걸개그림이 등장하고 양식의 걷잡을 수 없는 획일화, 작가들의 맹목적 집단화되는 이른바 민중미술의 등장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사회운동이 번지던 무렵에 등장, 역사 주체로서의 민중의 삶과 행동을 주제로 하는 미술을 주장했다. 이는 '현실과 발언' 의 동인들(민정기, 오윤, 주재환, 김정헌, 임옥상, 안규철 작가 등)이 함께 이끌던 미술운동으로 1980년 동산방화랑 창립전 이후 여러 차례 동인전을 열며 당시 화단의 풍조를 반성하며 한국 사회에서 민족적이고 민중적인 이념과 대중 활동 및 그것을 추구하는 미술가 조직으로부터 발생한 예술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 의미와 특징을 보면 민중 미술(민중의 고통과 사회상을 표현했던 미술)은 역사와 민중을 형상화하는 리얼리즘 미술을 추구하였고, 판화와 걸개그림으로 대표되는 미술 작업을 통해 사회적 실천 운동으로 반숭고, 반질서, 비복고적인 비판성을 띠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중미술작가의 자화상은 현실의 부조리함과 비판하고 민중의 삶과 애환, 분노를 표현했던 것처럼 한국미술의 역사와 당시 뜨거운 대중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오색영롱한 별들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재동 자화상 60x72cm Oil on canvas 2020 △성완경 셀카맨2 자화상 디지털프린트 △심정수 자화상 62×41cm 캔버스에 유화 1970년대말 △김건희 자화상 45.5x45.5cm Oil on canvas 2020 △박불똥 십자가자화상 55x55cm Oil on canvas 1992 △주재환 자화상 45.5x53cm 캔버스 오브제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왼쪽) 심소정 자소상 18x18x28cm 브론즈 2020 (오른쪽 위) 주재환 현발작가들과 나의 애송시 자화상 42x30 현발40주년 학고재 전시엽서 그2 2020 (아래) 성완경 48.3x32.9 티지털프린트 200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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