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일포스티노'조율사민남일작곡가되다

탁계석 | 기사입력 2009/07/20 [15:22]

한국판'일포스티노'조율사민남일작곡가되다

탁계석 | 입력 : 2009/07/20 [15:22]
↑2009 비목가곡 콩쿠르 창작부문 1등을 차지한 민남일씨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the postman)는 임시직 우체부가 된 마리오 로뽈로(mario ruoppolo)가 마침 섬으로 망명 온 대 시인 네루다와 만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우정과 신뢰로 시인이 된다.

내면의 영혼의 눈이 뜨면서 시를 통한 새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작곡가의 집 피아노 조율을 하면서 창작에 호기심을 느낀 민남일씨도 이 경우와 비슷하다.
 
그가 오페라 뮤지컬 윤동주를 쓴 이용주 작곡가의 집을 드나들면서 그에게 배운 기초 창작의 테크닉을 밤새도록 연습하고 시를 되뇌이면서 만든 곡이 화천에서 개최되고 있는 ‘비목가곡 콩쿠르에서 1등 상’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비목 콩쿠르는 화천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렸는데 모두 21명이 본선대회에서 실력을 가누었다. 2009 콩쿠르는 성악 부문과 창작 부문으로 나뉘는데 성악부문의 1위는 파리 앙상블의 단원인 장선혜가 차지했고 창작부문 대상은 순천향대를 졸업한 민남일 씨로 선정된 것이다.
 
각 부문 1위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주어지며 성악부문 1위의 경우 이탈리아 사비나 시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기간 중 개설되는 성악 마스터 클래스 단기코스에 참가하는 특전이 제공된다.
 
그리고 우수 창작 가곡은 다음해 성악부문 지정곡으로 채택되어 cd제작과 연주회를 통해 다시 선보여 당당한 작품으로 사회에 알려지게 된다.
 
정종성 비목문화제 조직위 운영위원장은 “비목콩쿠르는 국내 가곡만으로 선곡이 가능하며 18세 이상 내·외국인이라면 성악가나 일반인 모두가 참여해 음악 역량과 실력만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협의 없이 바로 현장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고 했다.
 
부문별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성악부문=△1위 장선혜 △2위 이효섭 △3위 박진선 △4위 이규봉
◇창작부문= △1위 민남일 △2위 김새롬 △3위 이재용 △4위 김누리 화천/윤수용
 
창작부문 1위인 민남일씨는 순천향대 제어계측 공학과를 졸업했는데 그의 작품은 ‘연가’ 였다. 각 부분 1위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탁계석: 작곡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민남일: 작곡가 이용주 선생님 댁의 피아노조율 하러 갔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저의 조율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가깝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 우연히 제가 조율 후 시험 삼아 쳐본 창작음악을 들어보시고, 제가 작곡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일하러 갈 때마다 제 곡을 들어보고는 조금씩 작곡의 지식들을 알게 해 준 것이 동기가 되었습니다.
 
탁: 집에서 조율과 창작에 대해 어떤 반응인지요?
 
민: 창작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한 반대할 일은 없지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매일 직업상 피아노를 만지다 보니 자연 음악과는 뗄 수 없는 환경이어서 피아노를 조율 하다가도 즉흥적으로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면 쳐보기도 한다고도 했다.
 
탁: 소프라노 최정원의 역할이 컸다고 했는데 그와의 인연은?
 
민: 이번 응모에서 1등이 된 작품은 소프라노 최정원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소프라노 최정원 양은 제가 만든, 송명희 작시 성가곡 ‘있으니’를 통해 만남이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곡이 많이 제법 많이 알려져 교회 특송 곡으로 찾는 성악가들이 늘다보다 그 악보가 최정원씨에게도 건너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저한테 자기가 곡을 연주를 하게 되니 좀 와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서 들어보니 정말 노래를 잘 하더라구요. 제가 늘 찾던 서정적인 리릭 소프라노였기 때문이지요. 그 뒤로 노래하는 성향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노래할 때마다 찾아가 성악가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제대로 작곡을 하려면 노래 부르는 성악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그 사람에 맞는 곡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곡이 ‘연가’입니다.
 
탁: 시의 느낌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민:詩에서 얻어지는 곡의 느낌을 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 시에 나오는 듯한 공간적 배경을 일부러 찾아 돌아다니면서 멜로디를 작곡했습니다. 도시적인 환경에서는 그런 느낌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다행히 시골에서 초등학교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음악 속에 서정성을 담아내는 것이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연 가
                                   허문영

한 포기 풀잎으로 서서 그대를 바라보면
울창한 숲이 되어 나를 가두는 그대
다시 바람으로 태어나 그대를 만나면
그대는 푸른 하늘처럼 높아져서 나를 쳐다본다

내가 냇물이라면 그대는 나를 섞이게 하는 강물
내가 메아리라면 그대는 나를 울리게 하는 깊은 산
 
그 산 너머 잠시 붉은 노을로 사라지는
그대는 서쪽 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은하수
 
탁: 지금의 관심은 순수 서정시를 재료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민: 네,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아름다운 자연의 것들과 파란 하늘을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 들어왔던 새소리와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 나뭇결에 이는 바람소리 등등 모두 음악을 하는 원천적 재료가 되었죠.
 
시의 착상을 위한 방법은 시에 나옴직한 배경을 찾아다닙니다. 간접 경험이지만, 그 안에서 주로 단서를 찾곤 합니다. 거기서 찾을 수 없다면 또 다른 곳을 찾습니다.
 
탁: 그간 어느 정도의 곡을 만들었고 마음에 드는 곡들은?
 
민: 네, 20여곡 만들었는데 가곡이 네 곡, 나머지는 거의 송명희 시인의 시로 만든 성가곡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곡이든지 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극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것을 더 열심히 해 볼 계획입니다.
 
탁: 곡을 쓰면 쓸수록 재미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가면 갈수록 부족함도 느껴질 것 같아요.
 
민: 상상 속에서 그려진 악보가 마침내 연주자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울려 퍼질 때 가장 환희를 느낍니다. 그 연주 속에서 수정할 부분들을 발견하고 또 연주를 반복하면서 가장 최후에는 훌륭한 곡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물론 연주 후에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가 좀 더 알고 더 많은 지식이 있고 더 많이 배웠더라면 더 좋은 곡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탁: 앞으로 다루고 싶은 소재는 어떤 것인지요.
 
민: 클래식 성악 뮤지컬을 하나 쓰고 싶습니다. 아직 배움도 부족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테지만, 꼭 해보고 싶은 분야입니다.
 
탁: 자신만의 창작곡 음반도 언젠가는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민: 저만의 곡으로 cd를 내는 것이 간절한 희망이기는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든 곡들을 다 정리하고 곡에 맞는 성악가를 찾는 일이 쉽지가 않더군요.
 
탁: 소프라노 최정원의 프로필을 좀 소개 해주세요.
 
민: 제35회 중앙 음악콩쿨 1위, 제19회 kbs 신인음악콩쿨 1위, 제21회 한국성악콩쿨(이대웅콩쿨) 1위, 제27회 오스트리아 belvedere 국제콩쿨 특별상, 제2회 cbs창작가곡제 대상, 제4회 세종문화회관 세종콩쿨 우수상, 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원 재학 중입니다.
 

↑소프라노 최정원
탁: 최정원에 대한 음악적 인상과 공감은?
 
민: 네, 그녀의 연주를 처음 듣고 감짝 놀랐습니다. 그만한 나이에 이렇게 숙성된 연주를 하는 걸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연주 성악가로 전혀 손색이 없고, 장래가 촉망되는 성악가입니다. 좋은 곡은 훌륭한 시와, 작곡, 성악가, 반주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군데도 허술하지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정원 양은 서정적 소프라노이기 때문에 서정적으로 곡을 쓰는 저의 곡이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탁: 성악가의 특질, 성악의 특질이 어떻게 발견하는지요....
 
민: 연주자의 프로필보다는 직접 연주를 들어봐야 알겠지요. 저는 우리말로 노래하는 걸 봐야 압니다. 타국의 언어를 제가 못 알아듣기 때문에 연주의 깊이를 제가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연주를 직접 봄으로 그 성악가의 알맞은 음역과 표현의 방법들을 유심히 기록해 두고 차후에 그에 맞는 곡을 쓰도록 합니다.
 
탁: 나름대로 성악에 대한 평소의 주관을 이야기 해주세요.
 
민:우리나라에 많은 성악가들이 있는데 우리 가곡을 많이 사랑하고 많이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음악회 가보면 이태리 가곡과 독일 가곡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일반 대중들은 대부분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러 창작가곡대회를 통해서 훌륭한 우리의 가곡들을 많이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탁: 기타 우리 음악계나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민: 화천 비목 콩쿨처럼 전공에 관계없이 실력으로만 겨룰 수 있는 공정한 대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콩쿨에서는 아직도 음대전공자만 출전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응시자격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음악[音樂]을 음학[音學]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일류 호텔 주방장이 해 준 요리만 맛있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해 준 된장국도 맛있으니까요.
 
탁: 음식의 맛이 기준이 되어야 하듯 음악도 소리 맛이 학력에 묶여 발휘를 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렇다면 축구선수도 체육대 출신이 아니면 안되어야 하니까요. 긴 시간 대화 고맙고 더욱 정진하기를 바랍니다.
 
민: 귀한 지면을 할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 좋은 노래 만들겠습니다.
탁계석(본지 논설주간/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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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이 2010/08/25 [05:37] 수정 | 삭제
  • 안좋던데요. 곡보다는 성악가의 가창력으로 더 돋보인듯하고
    곡만 따지면 차라리 2등,3등곡이 더 좋았습니다.
  • kang9471 2009/12/16 [17:16] 수정 | 삭제
  • 작곡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려지고요 신념이남다르고 노래를부르는이로 하여금 표현을잘하게 배려하려고하는 마음이 좋네요...
    연가을 읽으면서 순수한 섬속에 있는듯한 ..이렇듯아름다운시를 접해 행복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곡 써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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