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진 화백 - 존재의 미학

김월수 | 기사입력 2020/08/10 [14:34]

문서진 화백 - 존재의 미학

김월수 | 입력 : 2020/08/10 [14:34]

문서진화백은 선명한 색채와 능란한 필치로 사실주의 미학과 초현실주의 미학을 아우르며 비움과 채움 사이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존재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국선 입선작). 162.2 × 130.3cm(가로x세로) Water Color on Paper. 1990년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사실주의(realism) 미학


 

문서진화백은 자연과 현실 생활이 제공하는 사물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로서 작가는 아름답고 선명한 색채와 능란한 필치로 그림을 한층 빛내주고 있다. 대자연의 숨결과 맥박까지 가닿은 하얀 캠퍼스 위로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겨울의 하얀 눈과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어 한기를 느껴질 정도이고 녹녹치 않은 삶의 풍경마저 말을 하듯 적절히 표현하여 완성한다. 여기에 표현으로 사용한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 깊이와 섬세함은 스밈과 우러남에서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물이 만물의 근원’이라 하여 일원설(一元說)을 주장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땅[地]·물[水]·공기(空氣)·불[火]이라고 하는 사원설(四元說)을 주장할 정도로 인류는 물의 존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왔다.

 

첫째로, 작품의 구도와 소재 및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물을 이용한 투명 수채화 물감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원근감과 율동감이 느껴지는 전광형(S자형) 구도로 눈이 쌓인 산길에서 절정의 순간 고개 너머 기다림과 설렘의 마음까지도 표현한다. 여기서 작가는 이미 젖어 있는 종이에 색을 칠해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하는 기법(웨트 인 웨트 기법)과 마른 종이 위나 이미 칠해진 마른 색 위에 겹쳐 채색하는 기법(웨트 온 드라이 기법), 갈필기법, 덧칠 흘리기와 뿌리기 기법 등을 적절히 혼용하여 구성상 허와 실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둘째로, 오랜 세월의 노력 하나로 작은 꽃을 만드는 데도 오랜 세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대자연의 섭리가 녹아 있는 생생한 현장감, 이것은 살아난 그림 같은 수작으로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셋째로, 작가는 투명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는데 물을 이용할 때 물을 적게 쓰면 붓질의 경계면이 그대로 살아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세밀한 묘사에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과 기법 그리고 깊은 감성과 내면까지도 표현한다. 수채화(水彩畵,Water Color)의 사전적 의미는‘채색을 물에 풀어 그린 그림’으로 되어 있다. 투명 수채는 안료의 생생함과 광택을 살려주고 능란한 필치를 잘 나타내기 때문에 가장 매력적인 재료이다. 투명 수채와 다른 모든 중후한 회화 재료 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그 투명성에 있다. 유화 작가는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하나의 색채 위에 다른 불투명한 색채를 덧칠할 수 있고 백색은 불투명한 백색으로 만들어진다. 수채화가의 기법은 이와 정반대로서 흰색을 본질적으로 쌓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종이의 흰 면을 남겨두어 살려낸 것이다.

 

1990년 국전(미술대전) 입선작인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은 무궁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모현 마을의 겨울 풍경을 풍부한 감성과 섬세하게 표현하여 작가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는 야심작이다.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한겨울 속의 세상 

   가깝고도 먼 그곳

 

   뾰족한 푸른 솔잎과 부드러운 노란 풀잎 사이

   매서운 바람이 잠시 숨죽이는 동안

 

   무심한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도 

   어찌 잊을까?

   고개 너머 내 마음의 고향 

   하얀 함박눈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품

 

   추우면 추울수록 생각나고 

   더우면 더울수록 그립구나!                   

   

   - 2020. 08. 08. 서양화가 문서진의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을 보고 쓴 시- 

     

▲ 'Intimate but Odd Ⅲ', 'Intimate but Odd Ⅳ', 'Intimate but Odd V' 등 2018년 ∼2019년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초현실주의(surrealism) 미학


 

문서진화백은 최근의 작품들인 '익숙하지만 낯선(Intimate but Odd) Ⅳ'와 'Intimate but Odd V'등의 시리즈를 살펴보면 달항아리(둥근 달 모양의 백자 항아리)와 대자연의 숨결 차용(adaptation)과 변용(transmutation)하거나 융합과 통섭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현한다. 둥글고 하얀 달항아리와 대자연의 숨결 속에서 하나 된 생각과 텅 비운 마음으로 순백의 영혼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들에는 아침의 맑은 기운(平旦之氣)과 새벽의 청정결백(淸淨潔白)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맹자의 야기지설에서 人之良心雖已放失, 然其日夜之間 亦必有所生長。 故平旦未與物接, 其氣淸明之際, 良心猶必有發見者.) 이것은 20세기 초현실주의(프랑스의 평론가 브르통 (André Breton)는 "경험의 의식적 영역과 무의식적 영역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수단이며, '절대적 실재, 즉 초현실' 속에서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일상적인 이성의 세계와 결합될 수 있다"에 아우르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미지의 범주를 넘어 서양의 철학과 동양의 명상으로 들어낸 영혼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꿈과 희망의 미래를 꿈꾸는 작품

작품의 구도와 소재 및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원형 구도로 원만한 안정감을 주고 잡념이 떠오르지 않으며 사색적인 생각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여기서 텅 빈 하늘과 원초적 생명의 바다 그리고 달항아리를 통해 철학과 명상의 시간으로 자아성찰과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제시한다. 무중력 시리즈에서 공간과 사물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를 시작하여 사물과 사물 사이의 대화에 대하여 서양의 철학적사고로 인식하게 된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식할 수 있는 이성을 지녔고 명철한 지혜(합리주의)로 나아갈 때 정신이 한곳에 통일되며 존재로서 무(無)에 귀결되는데, 이는 즉 나(我)를 잊고 있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의 경지와 '익숙하지만 낯선' 시리즈를 통해서는 일체 대상과 그것을 마주한 주체 사이에 바깥 사물(事物)과 나, 객관(客觀)과 주관(主觀), 또는 물질계(物質界)와 정신계(精神界)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자(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가 된 듯)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말한다. 여기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투영하게 되고 현재보다 더 나은 아름다운 꿈과 희망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예술미니멀리즘(Minimalism)

작가는 하나로 집중된 생각과 둥근 마음에서 물감이라는 흙을 반죽하고 빚어 섬세한 손을 들어 붓 끝으로 대자연의 숨결을 불러와 아름다운 꽃과 맺힌 열매로서 화사한 꿈의 세계를 펼쳐 놓는다. 여기서 18세기 전반 무렵 상부와 하부를 각각 만들어 접합하는 방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둥글고 유백색(乳白色)의 형태가 둥근 달을 연상하게 되어 ‘달항아리’라고 불리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백자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형식이며 좌우 비대칭적인 둥그스름한 모습과 대자연의 풍경 그리고 점차적으로 텅 빈 여백의 배경 속에서 달항아리 안에 담긴 한 가지의 꽃과 한 가지의 열매 등, 이는 현대미술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철학과 명상으로 찾은 행복의 길

창조란?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냄. 현대미술은 재현을 넘어 그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게 하는 것에 목적과 의미와 뜻이 있다. 작가는 감상자에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상상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여기서 흰색은 눈의 색으로 가시광선 전체를 반사하는 색이고 상징적 효과는 어떤 색도 없는 무색이며, 순결과 숭고, 단순함, 깨끗한 느낌, 고독, 공허, 정직의 느낌을 준다. 흰 빛의 세계로 드러낸 한국미의 본바탕(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수룩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라고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찬미하였다.)과 겸손의 미덕 속에서 거듭난 자아(저명한 저술가 알랭 드 보통은 그는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달항아리를 소개하며 “보다 나은 자아로 거듭나라는 도덕적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달항아리는 쓸모 있는 도구라는 점 외에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고 적었다.)이다.  이는 비움과 채움 사이에서 존재의 미학(푸코가 말하는 존재의 미학에서 예술가의 표현은 자기표현, 즉 개인의 주관을 넘어 삶을 구성하는 힘으로서의 외적 원천(세계)에 가닿아야 하고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존재'(예술가)에게 자신 바깥의 세계는 구체적인 실체로서 주어지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지 않으며 예술가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이는 자신을 비우는 것에서 출발한다.)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존재의 미학과 같이 하나로 집중된 생각(一念)과 비워진 마음(텅 빈 본래 마음의 자리)에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경기 안산에 아틀리에를 마련하여 수도원의 수녀처럼 외부와의 담벼락을 쌓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했다. 생의 운명과 삶을 작가 생활에 던지겠다는 단단한 결심이다. 이후 오산, 수원 등으로 아틀리에를 옮겨가면서  초기의 산수, 정물 위주의 실경이나 구상적 재현에서 물아일체의 경지인 무중력 시리즈 및 달항아리 등으로 소재를 옮겨가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여기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자연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인간의 삶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데 자연의 개발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하면서도 자연의 생태적·미적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물아일체의 세계관) 여기서 인간은 만물과 더불어 사는 존재이고 사랑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문서진화백은 개인전 11회, 2인전 1회 및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등에 120여회에 참가했으며 수채화부문과 양화부문에서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했다. 롯데백화점 서양화 지도강사, 초등학교 교사 동호회 연수 지도강사. 열린작가협회 서양화 지도강사, 대한민국 교원·교직원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창작미술협회 경기 지회장. 이사 등을 역임했다. MBC 주말 연속극 '민들레가족' KBS 수목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 KBS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 등 다수의 드라마에 작품을 협찬했다. 또한 OBS 이주의 화제 현장, SBS 컬쳐 클럽에 출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그만의 독보적 아이템인 달항아리 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화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Intimate but Odd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무심한 듯 눈을 감고 상상의 눈으로 바라다본다.

  내 심연과 영혼의 지평선 위로

 

  번득이는 섬광처럼

  하나로 집중된 생각의 초점

 

  피어난 허공의 꽃처럼 

  환하게 텅 빈 본래 마음의 안식처  

 

  공명과 울림의 시간 

  서로 겹쳐지거나 중첩된 사이

 

  늘 새로운 길처럼

  행복과 기쁨으로 열리는 세계 

 

  - 2020. 08. 09.   서양화가 문서진의 'Intimate but Odd'를 보고 쓴 시- 

 

미술평론 김월수(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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