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걸레질 / 장인수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8/17 [01:01]

[이 아침의 시] 걸레질 / 장인수

서대선 | 입력 : 2020/08/17 [01:01]

걸레질

 

교실 바닥에서

걸레끼리 부딪친다

교사도 걸레질

교탁과 칠판의 50%가 학생의 몫인 것처럼

걸레의 50%도 교사의 몫

교실 바닥에 눌어붙은 껌도, 침도, 녹아 끈적한

사탕도

우리 모두의 것

교실 바닥에는

우울, 졸음, 짜증, 자학, 무기력, 얼룩도 널려있다

자폐와 분노조절장애의 욕설과 핏물도 묻어 있다

종이비행기가 된 교과서도 있다

코피를 닦아낸 빨간 휴지도 있다

교실의 쓰레기통에는

두통약, 복통약, 독감약, 알레르기 비염약, 결막염약,

신경안정제가

뱀 허물처럼 널려 있다

걸레도 교육이다

닦는 것도 교육이다

 

# 팔짱 끼고 학생들의 청소를 지켜만 보거나, 청소 시간 동안 교실을 떠나 학생들을 방임한 교사에게서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만나기 어렵다. 팔짱을 낀 교사의 모습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자기방어적 신호로 보이고, 청소 시간 동안 학생지도를 방치한 교사는 청소도구가 자칫 싸움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청소도 교육의 연장이기에 당연히 교사도 동참해야 한다. 하루를 살아낸 학생들의 교실 바닥을 닦아내는 “걸레질” 청소를 함께 한다면 학생들 학교생활의 뒷면을 만나 볼 수 있으리라.  

 

교실 청소는 “뱀 허물처럼 널려있는” 학생들의 하루 흔적들 중에서 닦아내야 할 것과 다시 제자리에 둘 것을 취사 선택하여 새로 시작해야 할 공간과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행동이다. 예컨대, 칠판의 흔적은 깨끗하게 지워 다음 날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탁자와 책상과 걸상과 쓰레기통도 정리 정돈하여 다음 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교실 바닥에 “눌어붙은 껌”, “침”, “녹아 끈적한/사탕”. “코피를 닦아낸 빨간 휴지”등은 “걸레질”을 통해 닦아내야 하는 흔적들이다. 교실 구석구석을 걸레질하며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우울, 졸음, 짜증, 자학, 무기력, 얼룩”들이 엉겨있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자폐와 분노조절장애의 욕설과 핏물도” 찾아낼 수 있다. 그뿐이랴 쓰레기통 속에 쌓여 있던 “두통약, 복통약, 독감약, 알레르기 비염약, 결막염약,/신경안정제” 봉투들은 학생들의 통증의 부위를 알게 해줄 것이다.

 

청소하는 것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자신 스스로 주변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행동이다. 청소는 일상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청소는 공간만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습관이나 인간관계도 포함된다. 먼지든, 흔적이든, 좋지 못한 습관이든, 관계이든, 너무 많이 쌓이면 떨어내기 쉽지 않다. 청소란 ‘현재에 과거를 지우는’ 일이다. 그러기에 ‘오늘의 청소는 어제의 청소와 달라’야 한다.

 

걸레를 들고 학생들과 함께 교실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교사의 모습을 보게 된 학생들은 “걸레질”의 중요성을 알게 되리라. 교사가 닦아내는 “걸레질” 속에서 무엇을 닦아내어야 하는지 왜 닦아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걸레질” 하고 난 후 깨끗해진 교실 바닥을 보며, 새로운 마음 새로운 태도로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 가는 전략을 배우게 될 것이다. “걸레도 교육이다/ 닦는 것도 교육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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