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단 꾸려도 '변창흠 리스크'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1/03/08 [10:30]

합동조사단 꾸려도 '변창흠 리스크'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1/03/08 [10:30]

LH직원들이 앞선 정보를 가지고 땅을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즉각 LH의 투기의혹에 강한 비판을 내놨고, 정부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사과와 함께 부당이득 환수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 모든 과정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간 청와대와 여당의 행보를 보면 이례적인 속도다. 이번 의혹에 제 식구 감싸기는 없었다. 

 

▲ 지난 4일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 LH제공

 

LH투기의혹 보도에 "몰랐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여권도 등졌다" 공공의적 된 변창흠

 

LH직원들의 투기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2일이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국토교통부에서 광명, 시흥시 지역 일부를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는 발표 이후 해당 지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투기를 위해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해당지역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LH직원들 여러 명이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건너 4일 LH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모양새는 엄숙했다. 흰 배경의 플랜카드에 검정 궁서체로 어떠한 변명도 없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철저히 조사하고 확실히 방지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장충모 LH부사장과 관계자들이 90도 인사를 하고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그런데 사과문이 조금 이상했다. 사과, 반성, 재발방지 대책은 있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사고에 대한 조치는 “인사상 불이익”이 전부였다. 외부에선 이 와중에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LH의 모습에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LH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신도시 개발이 안 될 줄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투기 몸살로 피폐해진 와중에 막강한 사전 정보력을 가진 LH직원들의 투기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책임 장관이 내던진 것이다. 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분명 LH의 사과문과도 대비되는 것으로 책임회피도 아닌 범죄의 정당화로 비춰졌다.

 

이 같은 변 장관의 발언은 청와대도 여권도 난처해 질 수밖에 없었다.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LH에 더욱 막강한 힘을 실어주고 공공주도의 신도시개발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여권의 분노는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감사원이나 외부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LH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이) 모르고 샀다는 식의 장관의 현실 도피성 발언에 국민적 공분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장관은 사실을 밝혀내는데 앞장서 본인부터 먼저 조사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획기적인 쇄신책 마련을 약속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나서 변 장관의 발언을 의식해 “전 LH사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비상한 인식과 결의를 갖고 임해달라”고 지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즉각 공식 입장으로 “안일한 인식이 아니고선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낙연 대표도 최고위원회 직전 변 장관과 장충모 LH사장 직무대행을 국회로 불러 “다음에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표는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 장관에게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훨씬 더 감수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정부 전수조사에 임하는 국토부와 LH의 자세에 대해서는 심할 정도로 매섭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도그럴것이 부동산 정책에 등 돌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LH투기의혹 이후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32%를 기록했기 때문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때문에 투기 의혹 조사가 마무리되면 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권내에서 심상찮게 들리고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우측 두번째)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합동조사단 꾸리고 전면조사 발표했지만..

시민단체 일제히 “못 믿는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합동조사단을 통해 3기 신도시 대상지역 전부, 국토부와 LH공사 직원 및 직계가족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의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국무조정실·국토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꾸려지며,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관련 기관이나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토지 거래 내역 등이 조사 대상이다.

 

이 쯤되면 정부는 이번 조사에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변창흠 장관이 이끄는 국토교통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두고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변 장관의 발언 후폭풍인데, 합동조사단에서 가장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이자 피감 대상으로 볼 수 있는 국토교통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는 일제히 “믿을 수 없다”며 외부기관의 강제수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의혹을 공론화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에 대해선 징역형과 함께 투기이익의 최소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토지 및 주택과 관련된 기관들은 기관별 부패방지기구를 설치해 내부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의 부동산 거래 신고와 투기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 검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역시 “정부 합동조사는 차명거래를 찾기 어렵다”며 “국토부 빠지고 가능하면 검찰이 수사하는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처벌과 관련해서도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과 함께 투기이익의 최소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토지 및 주택과 관련된 기관들은 기관별로 부패방지기구를 설치해 내부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의 부동산 거래 신고와 투기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 검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도높은 대응을 요구하는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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