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빈자리…벌써부터 시끄러운 野

구심점 잃어버린 野, 김종인 우려 현실화 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1/04/12 [11:51]

김종인의 빈자리…벌써부터 시끄러운 野

구심점 잃어버린 野, 김종인 우려 현실화 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1/04/12 [11:5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이른바 ‘명예로운 퇴진’을 택했지만, 김종인의 빈자리가 생기자마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철수와의 합당과 홍준표 의원의 복당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안철수 측과의 합당을 우려하며 “건방지다. 무슨 대통합 타령이냐”며 일침을 가하긴 했지만,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김종인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장제원‧배현진 의원 등은 “무슨 미련이 남아 독설을 퍼붓는지 모르겠다”며 더는 참견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퇴임식에서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말했던 김종인의 우려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화되면서 4‧7 재보궐선거 이후 야당이 구심점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4·7재보궐선거 이후 8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국민의힘) 

 

박수 받으며 떠났던 김종인, 이젠 ‘써버린 패’

자강파 vs 합당파, 벌써부터 당내 불협화음 표출

대선 전 당내 안철수 vs 홍준표 충돌할수도

 

당내 세력다툼 격화시 윤석열 합류 어려워질듯 

 

4‧7 재보궐선거는 서울에서 오세훈, 부산에서 박형준 등 국민의힘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선거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퇴진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국민의힘은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국민의당 안철수 측과의 합당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등의 문제다. 

 

퇴임식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며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예상은 곧바로 적중했다.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국민의힘 당사를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혹은 ‘우리’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언급하며 공동의 승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안 대표의 태도에 김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느냐”, “야권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을 보이는데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대선은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미 ‘김종인’이라는 패는 써버린 패라는 인식이 강한걸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미 ‘외부인’이 된 김종인이 왜 당을 흔드냐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그동안 안철수 측과의 합당이나 홍준표 복당에 찬성표를 던져온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착되는 양상이다.

 

포문을 연 것은 장제원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이다. 장제원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나가자마자 당을 흔들고 있다”며 “무슨 미련이 남아 그토록 독설을 퍼붓는지 모르겠다. 당이 붙잡아주지 않아서 삐친거냐”고 힐난했다. 

 

배현진 의원 역시 11일 SNS를 통해 “선거도 끝났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설마 하시겠냐”고 비꼬았다. 

 

안철수 대표도 12일 당 최고위에서 “야권의 승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김종인 측과의 대립각을 세웠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서울시 공동운영 계획과 관련해 인사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면 다음주 중에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나오면, 이를 발판 삼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도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측에서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홍 의원은 11일 자신의 복당을 반대하는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을 겨냥해 “굳이 한국 보수의 적장자인 내가 들어오는 것조차 반대할 이유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28년 전 악연으로 서로가 피하는 게 좋다고 판단돼 지난 1년간 외출하고 있었다”며 “나는 당권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뿐”이라며 향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히기도 했다. 

 

▲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무소속 홍준표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내 재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자강파와 야권 내 외부인사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는 통합파의 의견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안철수 측과의 합당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한번에 추진할 경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안철수계와 홍준표계의 충돌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렇게 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대권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로 들어가기 더 힘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빠르게 당을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자칫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안철수‧홍준표‧윤석열 3파전이 벌어지면서 한쪽에 힘을 집중하기 보다 갈라치기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계속해서 윤석열 전 총장에 우호적 평가를 내면서 국민의힘에게는 자생력을 가지라고 말한 것 역시도, 국민의힘이 혁신과 쇄신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윤석열 전 총장을 영입할 길이 열린다는 점을 조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 지도부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불거지는 합당이나 복당 이슈가 당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자칫 당내 세력싸움으로 비화될 경우 기껏 가져온 승기를 도로 여당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는 형국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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