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칸타타 ‘훈민정음’ 창작에 혼신을 바쳐야죠

이젠 글로벌 네트워크 유통이 필요한 때

마진우 기자 | 기사입력 2021/05/24 [13:17]

[인터뷰] 칸타타 ‘훈민정음’ 창작에 혼신을 바쳐야죠

이젠 글로벌 네트워크 유통이 필요한 때

마진우 기자 | 입력 : 2021/05/24 [13:17]

2022년 10주년을 맞는 K-Classic에 대해 K-Classic 조직위원회 탁계석 회장을 만나 그간의 족적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그간 K-Classic 운동에 박차를 가해 오셨는데요. 작업을 정리하신다면

 

내년 2022년이 K-Classic 10주년이다. 시간의 화살은 누구에게나 빠른데, K-클래식 홍보에 주력하면서 개인적으론 칸타타 작업에 집중했다. 칸타타의 경우 서울시립 1작품, 국립 7개, 구립 1개, 모두 9작품이니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본다.

 

그간 만들어진 칸타타는 △한강(2011 임준희) △송 오브 아리랑(2013 임준희) △조국의 혼(2018 오병희) △달의 춤(2018 오병희) △태동(2018 우효원) △동방의 빛(2019 오병희) △코리아판타지(2020 오병희) △나의 나라(일부. 2020 우효원) △훈민정음(2021.10 오병희)등이 있으며, 오페라로는 △소나기(2008 최천희) △메밀꽃 필 무렵(2009 우종억) △도깨비 동물원( 2010 김은혜) △미스킴(2017 박영란) 등이 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갔다 하였는데

 

10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될 칸타타 ‘훈민정음’ 준비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코리아판타지’는 지난해에 이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8월 25일 재공연 한다. 훈민정음은 그야말로 국민적 관심의 작품이니 부담이 크다. 한류 여파로 전 세계 곳곳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고 또 우리 한글을 제 2외국어로 하는 나라 12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그 위상과 문자의 활용성이 높아졌다. 훈민정음이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폭제가 되어야 하겠다.

 

 세종대왕 동상 (문화저널21 DB)

 

우리의 위대한 세종대왕을 알리는 일인 만큼 오병희 작곡가님이나 대본가인 나의 부담이 크다. 여기에는 한글 창제의 원리와 과정, 소리글자의 묘미는 물론 세종 임금의 가득한 애민사상과 성군으로서의 King Sejong을 담으려고 한다. 더욱 멋진 작품성을 위해 안지선 연출가가 처음부터 참여해 구성과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게가 대본을 던져주고는 작곡가 혼자서 씨름해야하는 다른 창작과 방식이 크게 다른 것 같다. 

 

우선 제목과 내용에 동의가 이뤄지면 대본가가 콘셉트를 정한다. 여기엔 당연히 예술감독의 안목이 적용된다. 감독이 아니라 하면 진행을 못한다. 이후 작품은 작곡가, 대본가, 연출가의 손으로 공이 넘어 오게 된다. 우리는 완전 오픈 시스템으로 격의 없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여기서 음악은 작곡가와 대본가가 음악적 구조와 스타일 등에 대해 소통이 이뤄진다.

 

대본가와 작곡가는 절묘한 호흡이 관건일텐데

 

작곡가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력자로서, 거꾸로 작곡가 역시 대본의 부족을 도와주는 것이어서 창작의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결국 대본이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대본 때문에 푸치니도, 바그너도 스트레스를 받아 직접 쓰기도 하지 않았나. 피아베와 베르디가 찰떡궁합으로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운명의 힘' 등 명작 연타인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지않나.

 

그러니까 대게 음악 분석력이 부족한 대본의 경우 작곡가와의 대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저는 음악을 알고, 합창도 해보았고, 오페라를 40년 보았으니까 나름대로 문법이나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오병희 작곡가가 '선생님과는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라는데, 작업하면서 늘 카톡으로 조크를 많이 하면서 하니까 즐겁다. 어느 작곡가와도 일 할 때 가장 신난다. 우리 오페라가 작곡과 대본이 아직도 벽이 두터운데, 이런 방향에서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는 게 작업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대본은 재료일 뿐’, 이란 말은 작곡가에게 무한 권한을 주시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본은 재료 자체다. 그런데 세프(chef)인 작곡가에게 이건 자르지 마라. 저걸 그대로 다 넣으라 하면 요리가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대본을 주고 맘에 안들면 바로 '반품'하라고 말한다.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지 않는 것은 작곡가의 주문에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OK가 떨어지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통대본 보다 그 때 그때 만들어지는 쪽대본의 작업이 흐름을 신선하게 가져가는 것 같다.

 

시인들이 토씨 하나 고치지 못하게 하거나, 극작가들이 연극에 습(習)이 들어 작품의 3~4배 분량의 대본을 주고 작곡가가 이걸 뜯어 고치느라 생고생을 하면서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오페라는 압축 기술을 가져야 한다. 꼭 아리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리아 하나가 터져서 브랜드화 된 작품들이 명작이란 것을 모르지 않는데 우리에게 결정적 한방의 아리아가 없다. 근자에 오페라가 문턱이 너무 낮아져 누구나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기술상으론 최고의 난이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작품마다 성공이고, 역량있는 작곡가들과 계속 이어지는것인가.

 

'메밀꽃 필 무렵'이 지난 창작 10년사에서 최다 관객, 최고 티켓 판매로 객석의 90%를 점유했다. 결국 본질은 ‘음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창작 생태 환경이 너무 박하다. 가뭄에 위촉이 오면 찬밥 더운 밥 가리지 않고 덥석 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몇 번의 경험을 한 분이들이라면 냉철하게 작품이 생존 가능한가? 지속적인가? 분별하는 눈이 생긴다. 대개 제목을 정하는 것에서 80%는 결정이 난다. 그런 후에 고전이냐? 역사냐? 창작이냐? 문학이냐? 외국 번안이냐? 등의 자기 개성을 찾아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K-oprea 로고 (문화저널21 DB)


이번 훈민정음은 어떻게 기획된 것인가

 

평소 한 작품이 끝나기 전부터 다음 작품을 늘 생각하면서 아이디어 숙성을 만들어 간다. 2019년 '동방의 빛'은 3.1절 100주년 위촉작이어서 , 역사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해서 단군에서부터 쭉 훓어 내려왔고, 2020년 '코리아판타지'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고래잡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조상들이 알류산 열대를 타고 알레스카, 북미, 남미에까지 간 뚜렷한 족적을 통해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의 코리아를 그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만 개척자로 여기지 말자. 우리에겐 무명의 개척자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근자에 오페라 '미스킴'을 한다고 들었는데

 

미스킴은 수원대학의 박영란 작곡가와 4년 전에 쓴 것인데,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으로 쇼케이스만 해놓고 더 진행되지 못하다가 지난달 소극장 축제가 불을 지폈기에 연장선에서 다시 꺼내어 살려 보려는 것이다. 소극장이어서 국민오페라로의 자리 매김을 하고 싶다. 그러니까 우리 생활에 익숙한 강남 룸살롱을 소재로 한국판 베리즈모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작품, 시장성 확보에 주력힌 직픔이다. 창작이 안고 있는 원천적인 문제들을 좀 풀어보자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못하면 창작이 쳇바퀴돌듯 헤매게 되니까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대중화에 방점을 한 번 찍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무대를 잃고 타 직종의 험한 일로 생계를 꾸려가는데 폼만 잡고 있을 때가 이니다. 이런 안타까움을 해소해 보려다 미스킴이 떠 올랐으니 궁즉통이면 좋겠다. 개인이 못하는 것을 K-Opera 시스템 구축으로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모든 분야가 수입구조에서 벗어나 수출구조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 시절 그 때는 맞았다 해도 세상이 바뀌면 바뀐 세상의 적응력이 곧 경쟁력이고 생존이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시장 개척을 할 것이라 믿는다.

 

보다 나은 창작 환경이란 무엇인가

 

작업이나 과정이 예술적이어야 한다. 불필요한 권위의식이나 규제, 형식에 묶이면 작품에 걸림돌이 된다. 마치 활시위처럼 출발선에선 사소해 보이지만 정확하지 않으면 과녁에선 청중의 기대감을 확 벗어나기 때문이다. 작품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꾸준한 인내로 시간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창작의 열정이 일회성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고치고 고쳐서 완성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 공공예술이 이걸 견디지 못했다. 예술감독 임기제와 작품 기회의 형평성 등에 묶인  결과라 할 수 있다.  

 

 2020 코리아판타지  (문화저널21 DB)

 

작품의 유통을 강조하셨는데

 

사후(死後)에 작품이 남을 것이란 기대보다 살아서 세워 놓아야 한다. 그 방법은 각자 생각들이 다를 것이다. 오페라의 경우 우린 전용구장 역할이 너무 미흡하니까, 해외시장을 개척할까 하는 궁리도 해본다. 칸타타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 활성화가 되어야 하니까, 이번 훈민정음이 대규모 합창과 관현악이 주는 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어려운 때에 진정한 성군(聖君)의 훌륭한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새삼 예술로 승화시켜 알리고 싶다.

 

문화저널21 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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