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에게서 느껴지는 반기문의 향기

강도훈 기자 | 기사입력 2021/07/16 [09:55]

윤석열 후보에게서 느껴지는 반기문의 향기

강도훈 기자 | 입력 : 2021/07/16 [09:55]

최재형 전 국정원장이 속전속결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가운데, 대권 선호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해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은 “정치적 손해나 유불리를 떠나 손해를 입더라도 한 번 정한 방향에 대해 일관되게 걸어가겠다”면서 입당과 관련해 선을 긋고 반 전 총장을 찾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15일 반기문 총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반기문 재단을 찾은 자리에서 “진작에 찾아뵙고 가르침도 받고 해야 하는데 많이 늦었다”라고 인사를 전했고, 반 전 총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발표하셨으니,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열심히 하시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라며 화답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님께서 국가안보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국민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어서 한시라도 안보태세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씀했다”며 “국방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동맹체제가 매우 중요하고, 오랜 전통인 한미간의 확고한 안보 동맹을 잘 유지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 하셨다”고 전했다.

 

  © 문화저널21 DB


입당 미룬채 반기문 전 총장 방문한 尹

애매한 행보로 대권 중도 하차한 반기문 총장

 

'반문' 이미지만으로 지지율 결집 어려워

국민의힘과 밀당 싸움에도 '빨간불'

 

입당을 미룬 채 반기문 전 총장을 찾은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2017년 대선 당시 한국 정치판에 화려한 이변을 불러올 인물로 지목됐다. 일찌감치 보수진영에서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전부터 구애를 보냈고 차기 대권주자로 점 찍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걷는 행보마다 사회적 논란을 불러오자 보수진영에서 ‘선 긋기’에 나서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한 열기는 급하게 식었다.

 

대표적으로 애매한 태도가 문제였다. 반 전 총장은 정당 입당을 미루면서 모호한 태도로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출마 여부도 반반이고, 여인지 야인지도 반반이고, 진보인지 보수인지도 반반, 정권교체인지 연장인지도 반반, 온통 반반”이라며 대권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정당 입당 여부나 비전제시, 정책 방향 등이 모호해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빌미를 놓친데다 계속되는 비공개 행보로 ‘불통’ 논란까지 겹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데 최근 윤 전 총장의 행보에서도 반 전 총장과 비슷한 문제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정권교체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지만, 정작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놓고도 이준석 대표와의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른 시일 안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은 입당 문제와 관련해 선을 긋고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무기로 국민의힘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지만 최근 이렇다 할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며 국민의힘과의 밀고 당기기 싸움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앞서 정청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반 전 총장과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내 기억으로 반기문은 지지율 1위를 달리다가 1일 1 실수를 반복하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10% 언저리로 가자, 이런저런 원망과 함께 불출마 선언을 했다”며 “윤석열도 반기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압도적 지지율 1위가 깨지고 2등 자리 마저 내주고 말았다. 지지율이 15%로 내려앉고 만약 10% 언저리나 이낙연에게 지지율 2등 자리를 내주고 3등으로 주저앉으면 윤석열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것이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틀리는지 모르겠으나 내 감으로는 윤석열의 완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래비전과 콘텐츠가 없이 누구의 반대자로 지지 세력을 끌어모으는 덴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치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작금의 문재인 정권에 불만을 가진 중도층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반문’ 성향만으로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과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철학이나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라며 “‘반문’ 이미지만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국민의 수준이 너무 높다”라고 직언했다.

 

문화저널21 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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