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리뷰] 피아노 음악사의 한 봉우리를 만든 피아니스트 서혜경

역경 이기고 헤쳐 온 길, 참 예술가의 표상으로 방향 제시

탁계석 | 기사입력 2021/09/27 [14:50]

[탁계석 리뷰] 피아노 음악사의 한 봉우리를 만든 피아니스트 서혜경

역경 이기고 헤쳐 온 길, 참 예술가의 표상으로 방향 제시

탁계석 | 입력 : 2021/09/27 [14:50]

역경 이기고 헤쳐 온 길, 참 예술가의 표상으로 방향 제시  

라흐마니노프의 서정과 농밀한 탐미(眈美)로 행복감 준 콘서트  


역시 서혜경이다. 주 관객이 젊은 층들이어서 그의 연주를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열기도 가득했고, 라흐마니노프를 테마로 협주곡으로 구성된 적이 전에도 있었던가? 때마침 한러문화수교를 기념해 잘 엮은 기획이었다.

 

▲ K-Classic 제공

  

‘협주곡’이란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지휘자, 오케스트라, 협연자가 찰떡궁합이어야 하는데 이날 정말 죽이 잘 맞아떨어졌다. 등용의 의미를 잘 살린 피아노 윤아인이 안정적인 호흡으로 제2번을 풀어 1루에 진출하자, 이어 다니엘 하리토노프가 3 루타를 치면서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파가니니 주제의 의한 변주곡’의 익살스러운 음형을 시작으로 비르투오조 기술자의 솜씨를 유감없이 펼쳐 나갔다. 마치 피아노가 나비처럼 날아다니듯 그렇게 셈, 여림의 섬세함이 극에 달할 수 있을까. 재밌고 유쾌한 피아노의 즐거움에 옆 자리 앉은 여성은 시종일관 무릎건반(?)을 치면서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주인공 서혜경이 느릿한 걸음으로, 그것은 부풀려진 의상이니까(ㅎㅎ~). 4번 타자가 타석에 등장한 것이다. 그가 페이스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몰고 간 것은 2악장부터다. 전체가 풍경화요, 전체가 대하(大河)가 흐르는 멜로디로 가득 채워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그는 즐겼고, 청중은 깊이 탐미(眈美)에 빠져들었다. 이토록 행복한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지휘자 , 오케스트라의 융합이 돋보인 연주 

 

협연 분위기가 이처럼 완성도 높게 펼쳐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휘자 여자경의 디테일 까지 잘 살리면서도 전체를 보는 윤곽이 융합적이었다. 유토피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처음 보는 악단이지만 웬만한 시향을 뛰어 넘어 있었다. 현의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혼을 비롯한 관악군도 발군의 솜씨다, 

 

이날 서혜경의 연주는 피아노 음악사적 관점이 더 중요하다. 이 땅에 피아노가 들어오고, 건반 위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맹세한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음악을 시작할 때 명성을 얻으려고 피아노를 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일반 대중이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손가락에 꼽힌다.

 

그 이름 하나가 서혜경이다. 그러니까 올해가 데뷔 50주년이고 그래서 도하 많은 언론에서 그의 삶과 예술이 걸어온 족적을 그려 놓았다. 그 스토리만으로도 감동이지 않은가. 화려해 보이는 콩쿠르 스타들이 잠시 반짝이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는 경우가 피아노뿐 아니라 바이올린 등 기악이다. 솔리스트 생존율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해도 전혀 이상스러운 것이 아니다. 

 

 

 

서혜경은 피아노가 되었고, 피아노가 그의 살과 피로 만들어졌고, 그 힘으로 8번의 항암치료와 절제 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냈다, 인간 승리요, 진정한 예술가의 표상이다.

 

공연 전 날 밤에사 겨우 티켓 한 장이 날아왔다. 테크닉을 들은 것이 아니라 이날만큼은 가슴으로 듣고, 그래서 눈 감고 들어도 심장에 꽂히는 듯했다. 그의 연주가 행복감을 넘어 예술정신이 가야 할 바른 방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누군가 다시 피아노 음악사의 한 봉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목표를 안겨준 서혜경! 관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도배방지 이미지

  • 그리다 2021/09/30 [09:12] 수정 | 삭제
  • 서혜경피아니스트의 환상적인 음악, 생명력있는 소리로 꽉찬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에서 직접 연주를 볼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최고의 라흐마니노프 피협을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Healing 2021/09/28 [16:29] 수정 | 삭제
  • 서혜경 피아니스트님께서는 초월적인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신 연주셨습니다!
  • Healing 2021/09/28 [16:28] 수정 | 삭제
  • “서혜경 피아니스트님” 께서는 ‘초월적인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신 연주셨습니다!
  • 아아 2021/09/28 [14:52] 수정 | 삭제
  • 라흐마니노프 3번 도입부도 너무 슬프고도 아름다웠으며 역시 소리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 어마무시한 곡을 거뜬히 연주해 주신 서혜경님 너무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아름다운 소리 뿐 아니라 음악이 깊이 또한 대단하였고, 여전히 뜨거운 열정과 대한한 무대를 선사해주셔서 음악회를 보는 내내 뭉클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주 들려주세요
  • 뚱마 2021/09/28 [13:41] 수정 | 삭제
  • 라흐마미노프콘첼토는 내노라하는 젊은연주자들도 제일치기어려운곡으로 정평이나있는곡입이다. 여성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서혜경피아니스트님 연배에 라흐마니노프콘첼토 전곡연주는 정말 음악에대한사랑과열정이아니면 할수없을것입니다. 따라올수없는 자수정같은 음색컬러는 들을때마다 감동이고 신금을울립니다 늘 이런 자수정같은음악 많이들려주세요
  • 노다 2021/09/28 [11:42] 수정 | 삭제
  •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는 피아니스트 서혜경님. 이번에도 새로운 역사를 쓰셨네요~ 마흐마니노프의 매력을 누구보다 완벽히 나타내는 피아니스트라고 이번에 더 확신이 드네요! 강렬하다가도 섬세한 터치, 그리고 바로 온몸으로 보여주는 음악적 경지를 느끼게하는 음악적 서사는 감동의 눈물마저 흘러내리게 했네요. 더 자주 더 많이 그녀의 피아노를 듣고싶네요.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다는게 감사할 뿐입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