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의 ‘만유(萬有) 결(결의 교향곡)’,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아우르다

김월수 | 기사입력 2021/11/15 [22:50]

박종용의 ‘만유(萬有) 결(결의 교향곡)’,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아우르다

김월수 | 입력 : 2021/11/15 [22:50]

현대미술작품은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 그리고 동시대성(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그 무엇보다도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기법과 색채, 소재를 사용하여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선율과 명상의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박종용의 ‘결’예술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획기적이고 기념비적인 예술이 된다고 본다.

 

지난 9일 개막한 ‘세종컬렉터스토리 Ⅲ’ 전시회에서 박종용 화백의 ‘만유(萬有) 결(결의 교향곡)’ 시리즈는 자연 속에서 무엇을 관찰하고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우주의 관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제시)하려는 듯 보인다. ‘결의 교향곡’은 사물(색채)과 공간 사이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통해 구현되고 주어진 인연의 시간 속에서 진리(순환의 원리)처럼 존재(별 또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표현하는데, 변화하는 현상이라는 색채의 ‘결(점)’들을 통해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성을 담아내듯 ‘빛의 결(점)’들로 어둠 속에서 푸른 바람의 소리처럼 존재의 무늬(pattern of existence)를 구현하고 존재론적인 자신만의 추상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이는 여백의 미로서 한국적 추상의 세계로 보인다.

 

▲ (좌) 무제(결) 130x162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우) 무제(결) 259.1x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 문화저널21 DB

 

위 ‘무제(결)’ 2020의 작품들에서 보면 작가는 대상의 표면적인 모습을 넘어 그 본질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공간의 해체 속에서 이를 재구성했다. 안정감을 주는 좌우대칭의 구조로 원(시작점과 끝점)처럼 기본 도형(기하학적인 형태)과 단순화된 색의 조화로 추상미술의 짜임새 있는 구도(두 개의 원이 겹친 구도), 환원된 투명한 빛 결속에서 존재의 이중성(빛의 씨앗), 입자와 진동(파동)과 소리로부터 층층이 쌓였다가도 다시금 퍼져나간다(순환하듯 응축되거나 확산한다). 조형적으로 견고한 작업으로서 정적이고 안정적인 비례를 공간이 되거나 강렬하게 대비되는 비례를 만들어 역동적인 공간으로 완성된다. 음양(존재의 이중성)처럼 흰색(빛의 광명을 상징)과 검은색(생명의 원천인 물과 깨달음의 원천인 지혜를 상징)은 빛의 삼원색(三原色)인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을 합하면 흰색(White)이 되고 색의 3원색인 파랑(Cyan), 빨강(Magenta), 노랑(Yellow)이 합쳐지면 검은(Black)색으로 표현된다. 순간과 영원처럼 수렴(통합)과 발산(분열)의 순환으로 보여 진다. ‘순간과 영원: 질 들뢰즈의 시간론’에서 철학자 들뢰즈의 말처럼 공간이란 이를테면 ‘죽은’ 시간의 장면이다. 시간적인 흐름의 극한이 그 정지에 이르는 사태가 포함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 (좌) 무제(결) 130x162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우) 무제(결) 259.1x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 문화저널21 DB

 

위 ‘무제(원상 결)' 2021의 작품과 ‘무제(원상 결)' 2020의 작품을 보면 작가는 붓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헤아릴 수 없는 노동의 시간 속에서 스밈(안으로 파고드는 일)과 번짐(밖으로 확장하는 일)의 미학(효과)으로 표현했다. 화석처럼 공간의 면에서 원의 층들마다 존재(생명)의 거품(indra)과 그 옆모습처럼 ‘원상 결’은 물질과 비물질의 변화를 파악하려 한다면 미시세계와 같이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거나 때로는 직관(오랜 시간에 거쳐 관찰된 많은 사실을 조직화하고 통합함으로써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이는 절대의 세계(죽음 너머의 세계)란 인간이 의식하는 수준으로 볼 때 시공간이 없는 무의식의 세계이며 초월의식, 깨우침의 세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동양적 무(無)의 체험을 말하는 듯 보인다.

 

▲ 무제(오방 결). 259.1x130cm. Mixed media(석채 등) 2021  © 문화저널21 DB

 

위 ‘무제(오방 결)’ 2021의 작품은 고령토 등의 복합 재료 사용과 역동적인 구조로 오방색(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가운데는 황색)과 삼원색을 두 개씩 서로 섞어주면 보라색, 녹색, 오렌지색이 만들어진다. 색상환은 삼원색 사이에 이들의 색을 배치하면 둥글게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열린 세계(외부의 질서에 의해 변화)와 닫힌 세계(내부의 질서에 의해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미의 원형과 우주의 원리처럼 원심력(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강할 때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구심력(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원운동을 할 때, 원의 중심을 향하여 작용하는 힘)이 강할 때는 원심점이 필요하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우주(宇宙)의 기운과 하나가 되어 표현된 본질의 세계로 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융합하듯 우주의 원리인 오방색(방위와 관계)과 시공간에 대해 해체와 재구성(분석과 사랑)을 통해 보는 이의 시선을 다시금 하나의 시공간에 모으게 하고 있다.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삶과 예술의 딜레마 속에서 균형과 조화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으로부터, 어쩌면 물질과 비물질의 균형, 이상과 현실의 조화, 신체와 정서의 조화 등이 행복의 요체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보어(Niels Bohr, 1885-1962)의 말처럼 파동-입자의 해석은 상보적이라고 한다. 이는 물질과 빛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어떤 조건에서는 파동의 모습을 보이고, 어떤 조건에서는 입자의 모습을 공유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기론(理氣論)’에서 "우주 만물은 이(理)와 기(氣)가 결합해 있다"는 주희의 말과도 맞닿아 있다.

▲ 무제(결의 빛). 333.3x218.2cm. Mixed media(석채 등) 2021

 

위 ‘무제(결의 빛)’ 2021 작품은 안정적인 비대칭 구도 속에서 수많은 곡선의 선(결)들이 반복되어 통일감이 생겨난다. 형태의 안정감과 변화의 효과를 함께 주고 있다. 빛과 어둠의 세상은 상대의 세계로 선악, 범성(凡聖), 미추(美醜), 장단, 등 이원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먼 우주의 블랙홀과 화이트홀처럼 인생이란 결국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작점인 푸른 영혼의 씨앗으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통해 한 송이 꽃처럼 피었다가 꿈의 열매를 맺으며 끝이 아닌 영원의 삶을 이어간다. 사물과 여백 사이 흐르는 ‘결의 빛(빛의 결)’처럼 바다와 파도 사이 맺힌 흰 물거품(생명의 불꽃), 영롱한 이슬처럼 구르다가 서서히 사라져 간다. 웜홀(인연)처럼 빛과 어둠의 경계(존재의 주름)는 지식-지성-지혜의 인드라망(그물은 한없이 넓고 그물의 이음새마다 구슬이 달려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주는 관계)을 의미한다. 

 

▲ (좌)무제(결 조각). 130x130cm, 나무. 2020 (우)무제(결 조각). 쇠. 130×130cm. 2021 © 문화저널21 DB

 

위 무제(결 조각) 2020의 작품과 무제(결 조각) 2021의 작품에서 보면 나무로 축구공처럼 완벽한 구(球)의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기하학 도형인 육각형의 조각(20개)과 오각형의 조각(12개)을 이어붙인 구조로 구성(정이십면체의 꼭짓점을 잘라 만든 도형)하여 최대한 구(구면을 경계로 하는 입체)에 가까운 작업이고 오브제(ready-made)로 사용된 기하학적인 구조와 다양한 각도의 자전거바퀴들을 서로 용접한 구형(공같이 둥근 형태)과 오방색의 조화가 대단히 짜임새 있게 3차원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박종용 화백은 오랫동안 조각 작품을 해 왔으며, 2019년 예술의 전당에서는 자연과 문명이라는 주제로 돌과 쇠를 소재로 한 입체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이번에 다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을 응용한 기하학적 ‘결 조각’을 탄생시켰다. 이는 그의 예술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징표이다. 이렇듯 그의 예술세계는 마치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자연의 섭리)처럼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주의 본원을 찾아나서는 몸부림이 ‘결의 조각’을 탄생시켰고, 향후 본격적인 ‘결의 조각’ 창작을 예고하고 있어, 그의 예술세계 변화가 더욱 기대된다.

 

▲ (좌) 무제(정물 결). 162x130cm. Mixed media(석채 등) 2021 / (우) 무제(인물 결). 162x130cm. Mixed media(석채 등) 2021  © 문화저널21 DB

 

위 ‘무제(정물 결)’ 2021과 ‘무제(인물 결)’ 2021의 작품은 구상적인 정물과 인물의 소재로 한 ‘결의 교향곡’이다. 거피 잔과 주전자, 커피분쇄기 등 팽팽한 대비를 이루며 균형을 잡아주면서 적절한 비례미가 돋보이고 연주자와 색소폰 등 큰 비례로 구성하여 전체적인 아름다움으로 극대화된다. 잘 짜여 진 ‘결의 교향곡’처럼 밝은 빛의 결과 어두운 어둠(그림자) 결의 변주가 돋보인다. 원(시작점과 끝점)의 방점을 찍듯 경계와 경계 사이 요소의 안쪽 여백과 요소의 바깥 여백 속으로 생명의 바람이 불어온다. 눈에 보이지만 급변하는 현상의 세상에서 관찰하거나 통찰을 통해 의식은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처럼 인식의 지평선 위아래로 현상의 결과 존재의 결을 품어 간다. ‘장자’에서 나온 얘기 중 수레바퀴를 돌리는 축을 무로 설명하듯 무(無)의 중(中)으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끝내 모든 것을 주관하는 무에 관해 얘기하는 것과도 같은 의미(주제)가 흐른다.

 

박종용 화백은 2020. 12 작업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나의 (추상) 작품을 상징하는 ‘결’은 만유(萬有)의 세계이다. 즉,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본체이다. 우주 변화의 원리 속에서 만물이 어떤 원리로 변해 가는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결’예술이다. 또한 켜켜이 쌓인 시·공간의 ‘결’ 속에서 ‘순정(純正)결’과 ‘색채 결’, ‘공전(운행) 결’ ‘결의 빛(빛 결) ‘근원(환상·원상)결’ ‘인물 결’ ‘입체 결’ 등등 ‘만유(萬有)의 종합(결)’을 창작하여 세계적 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한국적 추상화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박종용 화백은 ‘만유(萬有)의 결(결의 교향곡)’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아우르면서 변화하는 현상이라는 색채의 결(점)들을 통해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성을 담아내듯 빛의 결(점)들로 어둠 속에서 푸른 바람의 소리처럼 존재의 무늬(pattern of existence)를 구현하고 여백의 미로서 한국적 추상의 세계로 이끈다.

 

박종용 화백의 ‘결’은 그의 표현대로 만유(萬有. 존재하는 모든 것)로서 생명의 본원이자 우주만물을 있게 한 근원이다. 그의 ‘결’에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들 위로 생명의 빛과 함께 흔들흔들 운명의 수레바퀴가 구르고 있다. 영원과 무한의 시·공간 속에 태어난 별처럼 희망의 씨앗 한 송이 꽃을 피워내듯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결의 교향곡’은 서로 엮어놓는 순환의 고리처럼 우주의 파동과 공명을 울리게 하고 있다. 

 

▲ 박종용 화백, 미술평론가 김월수  © 사진=김월수

 

【활동(경력)사항】 

 · 동서울미술관장(1986〜1988)

 · 서울역사 프라자미술관장(1989〜1992)

 · 미술대전(국전) 심사위원(한국화. 2016. 8)

 · 충청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장)(한국화. 2019. 6) 

 · 미술대전(국전) 심사위원(한국화. 2020. 3)

 · 내설악백공미술관장(2011. 11〜 현재)

 

【수상내역】 

 · 창조문화예술대상 大賞(2019. 5. 국회)

 ·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2019. 12.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 한국경제문화대상(미술부분)(2019. 12. 한국경제문화연구원)

 · 제40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비구상부분 대상(2021. 8. 한국미술협회)

 

【저서】 

 · 미술관·전시관의 건립과 운영(2013. 공저. 작품오늘)

 · 동양의 눈 서양의 눈(2016. 공저 도서출판 재원

 · 미술관의 건립ㆍ운영과 21세기 미술관’(2020. 박우찬-최기영-박종용 등 공저)

 

2021. 11. 12  미술평론 김월수(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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