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만 하는 일방통행’…임신부 백신 접종은 바닥

강도훈 기자 | 기사입력 2021/12/08 [10:00]

‘권유만 하는 일방통행’…임신부 백신 접종은 바닥

강도훈 기자 | 입력 : 2021/12/08 [10:00]

델타 변이에 오미크론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백신 패스(방역패스) 카드를 도입하면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근 고등학교 학생이 올린 백신 패스 도입을 반대한다는 청원은 참여 인원이 20만 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해당 학생은 청소년에게까지 백신 패스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지나친 개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백신 패스 등을 근거로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압박하고 있다. 덕분에 소아·청소년의 누적 접종자는 16~17세 1차 65만6,790명, 2차 59만2,702명, 12~15세 1차 70만2,162명, 2차 30만7,8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실제로도 백신을 주저하고 있는 특수 계층이 있다. 정부는 그간 임신부에 대한 백신 접종을 독려해왔다. 백신 접종으로 오는 부작용보다는 이점이 더 크다는 논점이었다. 특히 해외사례를 종합해 태아에게도 백신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의협은 최근 임신부의 백신 접종과 의료적 대처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는데 정부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 서울의 한 대학병원 어린이병동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문화저널21 DB

 

임신부들은 불만

접종 강조에도 부작용 안내는 

공포심 보다는 부작용 대처 방안 내놔야

백신 1차 2,055명, 2차 1,149명에 불과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서울에서 백신 미접종자인 30대 산모 A 씨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지난 22일 임신 26주 만에 조기 출산했지만, 태아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접한 임신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만난 A 씨는 “코로나19로 태아가 조기 출산한 것인지, 태아가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것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라며 "상대적으로 부작용에 민감할 수 있는 임신부에게 사실상 백신을 강제하는 몰이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B 씨는 “첫째 아이를 발달센터에 보내고 있는데, 백신 패스가 확대 적용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라면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봤는데, 임신부 부작용에 대한 설명보다는 조기 출산으로 사망한 아이가 마치 부모의 백신 미접종 탓으로 몰아가는 것도 임신부에게 백신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할 따름”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임신부들이 많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임신부 대다수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부작용 우려와 백신 패스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특히 둘째 이상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경우 첫째 아이를 집에만 묶어둘 수 없는 처지라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국내 임신부의 백신 접종은 1차 2,055명, 2차 1,149명에 불과하다. 임신부가 약 10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미미한 접종률이다.

 

낮은 접종률은 임신부가 정부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하고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보다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고 강조하지만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혹은 어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백신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접종 독려는 하고 있지만, 임신부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대처 방법 등은 전혀 홍보하지 않고 있다. 임신부들은 고열이나 근육통 등의 백신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등을 방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서 A 씨는 “임신부는 마음 놓고 타이레놀 등의 약을 먹을 수도 없는데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대처나 상황 설명은 배제하고,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게 오히려 불신을 갖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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