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대중주도사회! 새해는 '가스 라이팅'의 익숙함으로부터 해방되는 원년

박항준 | 기사입력 2022/01/04 [09:19]

[박항준 칼럼] 대중주도사회! 새해는 '가스 라이팅'의 익숙함으로부터 해방되는 원년

박항준 | 입력 : 2022/01/04 [09:19]

가톨릭에서 12월 31일은 성녀 멜라니아(383~439) 축일이다. 멜라니아는 로마시대에도 불구하고 8천여 명의 노예를 해방시킨 자선가다. 그러나 이후 해방된 노예들에 의해 멜라니아는 고소를 당하게 된다. 다시 노예로 삼아 달라는 취지였다. 노예로부터 해방된 후 집과 직장을 잃은 해방된 노예들은 노숙과 힘든 일, 매춘 등에 빠지게 되면서 관대한 주인의 회초리가 더 부드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최근 들어 ‘가스 라이팅’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가스 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라 한다. 그런데 최근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리더십’이 이 시대에는 ‘가스 라이팅’으로 취급받고 있다.‘리더십의 인지 감수성’이 우리가 급히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수년 전 모 중견기업 오너가 회사에서 나이 많은 임직원들에게 윽박지르고, 발길질까지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다음날 모두 출근하는 모습에 더 놀란 적이 있었다. 당시 임직원들은 익숙함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가스 라이팅’의 익숙함에 젖어 있는 관계는 행복하지 않다. 심지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리더(부모, 상사, 동료)의 행동을 덮어주고, 무마해주고, 주위에 변명과 변호할 때가 잦아지면서 자기 자신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기성세대는 그런 조직문화에서 다소 길들여져서 살아왔고, 그것을‘카리스마 리더십’이라 칭송하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추앙하며 살아왔다. 독재를 미화하거나, 일사불란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 또한 ‘익숙함’에서 오는 ‘가스 라이팅’에 대한 향수다. 로마시대 자신들을 해방시킨 멜라니아를 고소한 노예들처럼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 필요했었을 수도 있었던 리더십을 지금 비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는 이러한 리더(부모, 상사, 동료)의 모습이 온전하게 ‘가스 라이팅’으로 정의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의 개성과 능력, 창의성을 무시하고, 리더만을 따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독재요, 사회적으로는 ‘가스 라이팅’이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위급할 때 열어보라고 조자룡에게 주었다는 세 개의 비단 주머니 속 계책 ‘금낭 묘계(錦囊妙計)’는 지금 시대에는 ‘가스 라이팅 리더십’의 표본이 된다. 전투에 나가는 지휘관의 능력을 믿지 못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전쟁터의 상황에 따른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막고 제갈량 자신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가스 라이팅 리더십’을 한 번에 멈추게 하거나 바뀌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익숙함 속에서 앞으로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로‘기득권’이다.

 

현대 기업 리더들이 MZ세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가스 라이팅 리더십’의 익숙함 때문이다. 많은 기업의 경영자(부모, 상사, 동료)들이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솔직히 그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이전 ‘가스 라이팅 리더십’으로의 회귀였을 뿐이다. 어떻게든 신세대들을 이전 일사불란했던 ‘가스 라이팅 조직’ 시스템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소통이 어려웠던 것이다. ‘익숙함’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마음 없이 ‘혁신’과 ‘소통’은 없다.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바꾸고, 소통창구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특히 익숙함과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 혁신이란 있을 수 없다. 2022년은 그간 우리가 가져왔던 ‘익숙함’과 ‘기득권’의 노예근성을 버리고, ‘대중주도 사회(Crowd-based Society)’를 받아들임으로써 이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박항준 현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현 (사)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부회장

현 (사)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 

현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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