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당후사 없는 김은혜 전 수석…당과 '기싸움'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3/12/06 [17:10]

[초점] 선당후사 없는 김은혜 전 수석…당과 '기싸움'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3/12/06 [17:10]

김은혜 전 홍보수석의 출마지를 놓고 당과 피곤한 대치전선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경기남부) 바람몰이를 위해 지명도 있는 김 전 수석이 험지로 평가되는 수원 지역에 출마해 주길 내심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을 지역구 출마를 위한 채비를 하면서 '희생불가'를 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공천과정에서 김 전 수석의 출마지역에 대한 한바탕 소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 김은혜 대통령실 전 홍보수석 ©문화저널21 DB

 

갇혀 버린 정치인 '갈팡질팡'

성남시 분당구 을 vs 수원 정 '저울질'

 

얼마 전 김은혜 전 홍보수석이 총선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나왔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을 지역구 출마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우수자원인 김 전 수석이 수원에 출마해 경기도 전체 선거를 지휘하면서 험지를 탈환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C앵커 출신인 김 전 홍보수석은 보수정당이 대패한 제21대 총선(2000.4.15)에서 분당구 갑(미래통합당)에 당선돼 전국적인 지명도를 알렸다. 지난 대선 이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다 모두 사퇴하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6.1)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에게 0.15% 차이로 석패했다. 이후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활동하면서 한때는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다는 주변의 시선으로 아쉬운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김 전 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성남 분당의 안방마님 역할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 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성남 분당구 갑에 공천됐고 당시 미래통합당이 전멸하는 상황에서 김병관 현역의원을 꺾으며 전국적 지명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분당구 갑 지역에서 상당기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되면서 자신의 지역구는 안철수 의원에게 넘어가 버렸다. 김 전 수석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 싫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2022년 8월부터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도 생각은 항상 국회로 돌아갈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지역구로 성남 분당구 갑을 생각했으나 해당 지역은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로 당선돼 만만치 않다고 판단, 분당구 을 지역 출마를 생각하면서 대통령실을 나온 것이다. 

 

지난달 하순경부터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실 인사(수석, 비서관, 행정관)들 중 김 전 수석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기 때문에 분당 을 구가 아닌 험지인 수원지역에 나가야하는 말들이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떠돌기 시작했다. 당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해달라는 무언의 요청이었다.

 

마냥 외면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승산이 보장되지 않는 수원지역 출마를 승낙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원지역 5개 선거구는 지난 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등 보수계열 정당 후보가 한사람도 당선되지 못한 험지 중의 험지다. 그가 출마하려는 성남 분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수원에 출마할 비중 있는 정치인을 물색하고 있다. 최적의 카드는 김 전 수석이 틀림없다. 김 전 수석이 끝내 거부하면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임명된 수원 출신의 방문규 산업통상장관을 투입할 태세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김 전 수석으로서는 윤 정부 동안 정치적으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당의 요청을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더해 지역에서 20년째 생활하고 있는 재선의원 출신인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이 분당 을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당에서 개입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김 전 수석으로선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다.

 

2020년 4월 미래통합당 후보로는 경기지역 최초로 현역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이제는 출마할 자리조차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오로지 자기정치에만 몰두했다는 주변의 평가도 김 전 수석의 발걸음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전 수석은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신의 원 지역구는 안철수 의원에게 빼앗겼고, 그나마 출마하려는 지역구는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나 혈전이 예상된다. 결국 당이 개입해 조정을 하기 전에 험지(수원)에 출마해 경기 남부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 달라는 당의 요청에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야만 한다.

 

어쨌든 김 전 수석의 행보는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기면서 4월 총선 정국의 서막을 열 것이다. 과연 어떤 길을 택할 지 관심이 모인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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