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헛웃음 부른 KBS뉴스의 대리수술 고발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2/06 [10:57]

[단독] 헛웃음 부른 KBS뉴스의 대리수술 고발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2/06 [10:57]

KBS, 부산 관절병원 대리수술 단독보도

같은날 대리수술 재판의사 ‘신기술’ 소개 뉴스 보도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가 뉴스를 통해 관절·척추병원 의사와 간호사, 영업사원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같은 날 대리수술로 재판 중인 또 다른 의사를 뉴스에 출연시켜 '의료신기술'을 소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KBS뉴스(부산)는 지난달 31일 부산지검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해당 병원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납품 업체 직원 등 1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관절·척추 병원에서 벌어진 무면허 대리 수술 실태를 영상과 증언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단독보도를 통해 고발해 왔으며, 이번 보도는 여기에 따른 후속보도 차원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같은 날 '지방줄기세포로 관절염 진행 늦춘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지방줄기세포 치료법을 소개하고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고 알렸다.

 

문제는 뉴스에 출연해 치료법을 소개하면서 등장한 의사가 KBS가 같은날 보도한 부산의 관절병원과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연세사랑병원의 고용곤 원장이라는 점이다.

 

관절병원의 대리수술 논란을 보도하면서 같은 날 같은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는 인물을 뉴스에 출연시킨 것이다.

 

▲ KBS는 지난달 31일 관절병원의 대리수술 논란을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같은날 같은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인물을 송출시키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KBS 뉴스보도 갈무리

 

‘대리수술’ 아닌 ‘수술보조행위’ 키워드 논쟁

KBS는 ‘대리수술’로 키워드 종지부

 

당초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검찰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후 줄곧 '대리수술'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에서 문제 삼은 내용에 대해 '대리수술'이 아닌 간호조무사의 '수술보조행위'라고 주장해왔다.

 

고 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대리수술은 면허 유무를 떠나 집도를 하기로 한 의료인이 수술을 하지 않고 다른 이가 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이고, 간호조무사의 수술보조행위는 인력부족으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득이한 범죄이기에 중대성과 행위 자체가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부분은 KBS뉴스가 부산의 관절병원 기소건을 다루면서 '대리수술'이라고 명확하게 정리한 바 있다. KBS는 그간 수술방에서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뼈를 깎거나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등의 수술보조행위(?)를 두고 꾸준히 '대리수술'이라고 지속적으로 명시해 왔다. 이는 연세사랑병원이 기소된 내용과 흡사하다.(관련기사 참조)

 

물론 고 원장의 검찰 기소장에는 여기서 말한 '대리수술(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긴)'의 정황과 범죄사실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이를 배제하고 앞서 설명한 수술보조행위만 놓고 보더라도 명백한 ‘대리수술’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보조역할로 의료행위에 참여했다면 이 역시도 대리수술로 볼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리수술이냐 수술보조행위냐의 키워드가 아닌 불법을 저질렀느냐의 유무가 아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을 위반한 상황에서 키워드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본질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KBS가 특정 병원을 출연시켜 의료기술을 소개한 보도와 같은날 발맞춰 게재된 온라인 뉴스 보도 / 뉴스 갈무리

 

KBS, 재판 중인 의사들 영업(방송, 수술)활동 참담하다더니…

같은 날 '대리수술 재판 중'인 의사 출연시키고 ‘의료기술 소개’ 황당

시민단체 “(특정병원)문제 없다는 오인 불러일으킬 가능성 높아”

 

앞서 KBS는 대리수술 혐의로 재판 중인 의사들을 두고도 "대리 수술 영상이 보도되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해당 병원은 여전히 정상 영업 중"이라면서 "재판이 끝나기까지는 해당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재판 중인 의사들의 활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병원이 SNS를 통해 홍보까지 하고 있는 상황도 알렸다.

 

특히 공익제보자의 말을 빌려 "고발 후에 의사들이 오히려 수술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 참담하다"고 보도했다. (2024년 1월 KBS보도 "대리수술 의사 더 있다" 추가 폭로…병원은 버젓이 '정상 영업') 

 

그런데 KBS는 시청자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대리수술 의사들의 기소 보도를 내면서 같은날 또 다른 대리수술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 중인 의사를 뉴스에 출연시키고 신기술을 홍보해 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은 "방송사가 '대리수술' 실태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면서, 유사한 재판을 받는 병원에 대해 자칫 광고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을 같은날 보도한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문제가 없다는 식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공영방송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 노을바 2025/02/25 [08:29] 수정 | 삭제
  • 기자님 응원합니다..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도록 힘써주세요
  • 비전 2025/02/25 [03:03] 수정 | 삭제
  • 연세사랑병원 대리수술 사건 대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함. 비단 이 병원만 그럴까? 연세사랑병원에서 여러 언론사와 유착 중이고, 돈을 엄청 뿌려서 덮는 것 같음. 진짜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이 이슈가 안되다니...미쳤다 진짜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