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룰을 둘러싸고 비명계(비이재명계) 출마자 3인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김두관 예비후보는 후보 사퇴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김경수 전 지사는 "아쉽지만 수용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직 경기도지사인 김동연 예비후보는 비판과 호소를 오가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지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재명 일극체제 아래 직접 비판은 금기
김동연 지사는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부족하다.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전혀 없었다. 이는 통상 대선 주자들이 선두주자에 대한 견제를 포함한 메시지를 내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대선 후보 출마를 위해선 5월 4일까지 공직을 사퇴해야 하며, 그 전에 경선에서 탈락하면 지사직에 복귀할 수 있다. 김동연 후보로선 탈락 후 지사직 복귀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도 이재명 후보와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가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향후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김두관, 김경수 예비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누구도 이재명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그들의 정치적 생존이 이재명 후보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이 모든 비판을 멈추게 만든다.
결국 이는 이재명 일극체제 하에서의 민주당의 민낯이다.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체제 내부의 자정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 모습은 민주당이 당면한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실력자(이재명) 앞에서 무력해지는 김동연의 고뇌
김동연 후보는 13일 여의도 '더 유쾌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름다운 경선을 기대했지만, 무의미한 경선이 되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 비율 5:5의 국민참여경선 룰에 대해 "형식적 참여에 불과한 들러리 경선이 아니냐는 자괴감이 든다"며 "당원 여러분께서 바로잡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14일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에서 이춘석 위원장이 주도한 경선 룰이 통과될 경우의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은 대답을 유보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김경수 전 지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대화는 나눴지만, 그런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던 '비이재명계 단일화'마저 실현되지 않는 현실은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무게감을 방증한다.
경제부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권 도전을 준비해 온 김동연 예비후보는 이번 경선을 통해 정치적 전환점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경선 룰 논란에서조차 강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은 실력자에 맞서 싸우지 못하는 정치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교체를 위해선 국민참여경선이 필수"라는 확고한 신념을 내세웠지만, 현실 앞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조차 어려운 것이다.
기대 모았던 대안주자 김동연, 전당대회 성적표는?
한때 이재명의 대안 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김동연 예비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할지는 여전히 관전 포인트다. 다만, 경선 전부터 체제 내에 강력하게 구축된 이재명 중심구도 속에서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연의 진정성과 정책 비전은 분명하나, 그것을 뒷받침할 정치적 돌파력은 미약해 보인다. 한때 이재명 대안재로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던 김동연 예비후보가 다가올 민주당 후보선출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득표율을 획득할지는 민주당 후보선출 전당대회의 또 다른 관전 요소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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