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업 이면계약, 공사비 리베이트 연루 허위 사업계획서·건축 인허가 없는 분양 제안
국내 백화점에 여성의류를 납품하는 중견 브랜드 J사 대표가 투자금을 유치해 페이퍼컴퍼니로 건설업자에게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분쟁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도중,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시공사로부터 일정 자금을 회수하는 전통적인 수법이다.
투자자가 접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여성의류 브랜드 대표 전 모씨는 투자자와 함께 지분 5대5로 시행사 공동대표를 맡았고, 전 씨의 아내 남 모씨는 투자자가 모르는 페이퍼컴퍼니 대표로 자금회수 역할을 맡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투자자를 유치한 전 씨는 공동시행과 함께 공동대표 자격을 주면서 의심을 피했다.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면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기존에 없던 인테리어 업체가 추가되며 기성금(공사비:공사 중간에 지급되는 금액)을 부풀려 지급하는 형태다.
명분은 있다. 인테리어업체가 보유한 3D도면 등을 도입하면 더 많은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다. 하지만 해당 인테리어 업체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였고 대표는 의류브랜드 전 씨의 아내였다. 더욱이 인테리어 업체가 차지한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2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해당 인테리어업체는 공사 종료 직후 해당 법인은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여성의류 J사 대표 전씨 “나는 개발 전문가” 기업 대표 앞세운 사기…경찰 수사 착수
피해자는 지인소개로 전 씨를 만났는데, 그는 자신을 “부동산 개발 컨설팅 전문가”라고 소개했고, 나아가 자신이 운영하는 여성 의류 브랜드가 “연 매출 500억 원 규모로 국내 주요 백화점에 납품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는 “브랜드 이름을 검색해보니 실제 유명 연예인에게 의상 협찬 등이 이뤄지는 중견 브랜드로, 언론 인터뷰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씨가 해당 브랜드의 대표인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컨설팅을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전 씨는 여성의류 브랜드 J사의 대표로 회사에서는 경영을 외부에서는 부동산전문가라는 말과 함께 피해자들을 유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씨는 다세대주택 분양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수익률 30% 이상을 보장한다”는 말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계약을 종용했다. 관련 서류와 사업계획서를 들고 나와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J사의 일부 직원들까지 동원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때문에 정상적인 법인사업자를 가진 기업 대표가 사회적 지위를 사기 수단에 활용하고, 이면계약까지 활용했다면 해당 행위가 단순한 일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전 씨는 현재까지도 의류 납품업체 대표 명의로 등록돼 있으며, 일부 백화점 유통망을 통해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해 전 씨 부부의 배임수재죄, 배임증재죄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 씨가 대표로 있는 기업의 자금 흐름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유명인의 부동산 사기 동일한 수법 ‘유명세, 철저한 사업계획, 리베이트’
법조계 관계자는 “정상 기업 대표가 자신의 신분을 앞세워 투자 유치를 시도한 사건은 단순 사기를 넘어선 ‘사회적 신뢰 기반 조직사기’의 성격을 갖는다”며 “기업 자금이 사기 자금 세탁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 법인과 실체 있는 브랜드를 사기 수단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회적 신뢰 기반 사기’”라며 “과거 스타트업 대표, 유튜버, 시행사 관계자 등이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인 사례가 있다”면서 “기업 자금이 사기 자금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과 동일한 수법은 사건도 존재한다. 지난 2022년 유명 부동산 유튜버가 자신의 신뢰와 전문가 이미지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사업계획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 뒤 실제 공사비를 부풀린 사례가 있다. 여기에는 내부 인테리어 업체 끼워넣기로 자금을 챙긴 수법이 병행됐다.
피해자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닌, 누군가의 지위와 신분을 믿은 결과가 이런 사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며 “민사소송과 함께 가압류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 부부가 나 외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피해자 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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