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K-가곡 콩쿠르 필요하다가곡 즐기는 동호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역할해야
가곡의 위기,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인가
우리 가곡이 더 이상 ‘가곡을 아는 세대’에게만 공유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이 위기는 이미 여러 정황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초 학습의 현장인 초·중·고 학교에서 가곡 교육이 사실상 실종되었고, 음악 수업조차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본 학습권이 박탈되고 있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더이상 가곡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우리 정서와 한글의 숨결이 스며 있는 문화유산이다. 해방 이후, 가곡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민족 정서를 지탱해왔다. 성악가뿐 아니라 동호인들에 의해 널리 불리고, 또 매년 수백 곡의 신작 가곡이 탄생하는 ‘살아 있는 예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가곡이 특정 세대에서만 소비되고 단절된다면, 우리 삶의 질을 지탱하는 정서의 비타민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문화의 흐름’이 끊긴다면 공동체의 미래 또한 밝을 수 없다.
K-가곡 청소년,대학생 콩쿠르 제도화 해야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K-가곡 청소년·대학생 콩쿠르’를 제도화할 때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기성세대가 나서야 하며, 특히 현재 가곡을 즐기는 동호인 세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는 단순 후원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며, 미래세대의 정서 건강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KBS가 주최했던 ‘K-가곡 슈퍼스타 국제 경연대회’는 우리 가곡의 위상을 대중에게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푸른 눈의 외국인 성악가들의 정확한 발음과 열창은 “가곡은 더 이상 우리만의 음악이 아니라 세계가 향유하는 콘텐츠”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 흐름이 지속되고 확장된다면, 역설적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외국인들이 부르는 한국 가곡을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새대가 세대에게 심어 주는 위대한 가곡의 유산
K-팝의 종주국에서 정작 학생들은 ‘가고파’, ‘보리밭’, ‘청산에 살리라’를 들어본 적조차 없는 현실,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정체성의 위기다. 따라서 ‘청소년·대학생 K-가곡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에게 가곡의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학교, 청소년 기관, 대학은 물론 지역 문화재단과도 연계하여 가곡을 ‘미래세대의 정서적 언어’로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우울증·정서적 고립 문제의 대안으로서, 노래를 통한 예술 치유와 자존감 회복 역시 중요한 사회적 가치다.
이제 가곡은 세계가 부르고 배우는 콘텐츠다. 아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글을 익히며 한국 가곡을 열창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청소년이 가곡을 모른다면, 이는 정체성의 부재이며 문화 존립의 문제다. 우리가 어린 시절 금발의 제니와 로렐라이를 부르며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듯이, 이제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 가곡으로 한국을 동경하는 시대다. 문화는 흐름이다. 세대 적응력과 교육의 연속성이 없다면 그 문화의 미래는 약해진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가곡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지금의 가곡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지 않는다면, 가곡은 향유층이 노쇠함과 함께 자연 소멸될 위험에 놓여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나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가곡을 아끼고 사랑해온 동호인들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문화 지킴이이며, 그 책임과 사명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가곡의 세대 전파는 선택이 아니라 문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책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뛰어야 한다. 가곡의 미래는 오늘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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