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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제도 취지와 달리 노동시장 격차 심화 우려 정년 60세 연장 때도 고용효과 대기업 쏠림… 고용 증가율 최대 2배 차이 취약부문 고려한 정교한 제도 설계 요구 높아져
노사 간 의견차로 정년연장 논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제도 도입이 자칫 사회적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년연장 혜택이 대기업‧공공부문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정년연장 법제화의 숙제로 지적된다.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고령화 심화 속에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상향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로 국가 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정부도 정년 연장 연내 입법화를 목표로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정년연장의 효과가 대기업·공공기관 중심으로 편중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 평균 근속연수, 사회보험 가입률 등만 살펴봐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의 월 임금총액은 대기업 정규직의 57.9%에 그쳤고 평균 근속연수는 대기업 정규직의 4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대기업 정규직은 100%에 달하지만 그 외 부문은 64~75%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대상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정년연장이 자칫 상층노동자의 고용안정성만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경우, 노동시장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법정 정년 60세 의무화 과정에서도 고령자 고용 확대 효과가 대기업·공공부문에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24년까지 대기업 정규직은 83.6%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은 48% 증가에 그쳤다. 특히 2013년 법제화 이후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 증가 속도가 크게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2004~2012년 고용 증가율은 대기업 25.3%, 여타 부문 22.5%로 유사했으나 2013년 이후 대기업 정규직의 증가율은 40.7%로 뛰어올랐다. 반면 여타 부문은 18%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는 “지난 20여년간 대기업 정규직의 진입장벽이 높아졌음에도 고용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인위적·강제적 정년연장 등에 따른 인력 적체 영향이 일정 부문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중소기업에 충분히 미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하는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 95.1%, 100인 이상 기업 93.4%였으나 100인 미만에서는 22.5%로 크게 낮아졌다. 기업 규모에 따른 제도 정착률 격차가 뚜렷한 만큼 정년연장 효과가 대기업 중심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영여건이 불안정해 직원이 정년에 도달하기까지 근속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사업체 운영 기간이 7년 이하인 비중은 2023년 기준 59%에 달한다.
현재 정년연장 논의의 핵심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임금·고용 안정성 보전’과 경영계가 주장하는 ‘인건비 부담 완화’ 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노·사 중심의 협상 틀을 넘어, 제도 변화의 영향이 크게 미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부문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정년 60세 법제화 과정에서 고용 확대 효과가 특정 부문에 집중됐던 만큼,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화저널21 이정경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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