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없고 집착만 보인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권 및 콜옵션 등 향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되찾아올 수 있는 여지 마련

김남배 기자 | 기사입력 2015/10/16 [10:29]

의지 없고 집착만 보인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권 및 콜옵션 등 향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되찾아올 수 있는 여지 마련

김남배 기자 | 입력 : 2015/10/16 [10:29]

[문화저널21=김남배 기자] 지난 2013년 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매각해 3.3조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현대증권의 지분을 버팔로파이낸스 유한회사와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악화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였다. 하지만 사모펀드를 끌어들이고 계약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조건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정은 회장의 이 같은 의지에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현대증권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 ‘파킹딜 논란’

 

지난 6월 12일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의 지분을 버팔로파이낸스 유한회사에 매각한다고 공시하고 정확이 6일 뒤인 18일 현대상선은 버팔로파이낸스와 자사가 가지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 22.56%를 6512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했다.

 

주식 처분 당시 현대상선은 그 목적을 “자구계획 일환으로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재무고 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버팔로파이낸스와 매매 계약을 맺으며 외부에 지분을 잠시 맡겼다가 미래의 약속된 시점에 다시 찾아오는 ‘파킹딜’ 이란 꼼수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증권의 경영권에 대한 현 회장의 집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버팔로파이낸스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오릭스그룹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오릭스금융PEF(오릭스금융섹터사모투자자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오릭스금융PEF는 75.9% 지분을 출자하여 버팔로파이낸스를 설립했다.

 

현대상선 반기보고서에 공시된 출자자간 약정 내용을 보면 버팔로파이낸스가 현대증권 지분 인수 3년 이후 주식매각을 추진하는 경우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1년간 우선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인수 후 4년 경과 시 1개월간 콜옵션 행사도 가능하다.

 

계약에 포함된 주식매수 우선협상권 및 콜옵션 등 향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줬다. ‘파킹딜’의 의혹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과 오릭스의 관계도 의심의 소지가 있다. 오릭스그룹은 다수의 국내 M&A 거래에 참여한 바 있고, 지난해 7월에는 현대그룹의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등 현대그룹과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오릭스그룹은 오릭스금융PEF에 1831억원, 현대상선은 오릭스금융PEF와 버팔로파이낸스에 각각 1200억원과 808억원씩 총 2008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등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5%를 6512억원에 매각하고 동시에 매각 당사자인 오릭스금융PEF와 버팔로파이낸스에 2008억원을 투자했다. 두 회사의 우호적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세세하게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 조건을 부여한 점 등을 들어 파킹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파킹딜이 성립되려면 현대그룹이 반드시 되사도록 하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릭스에 풋옵션 계약이 부여돼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와 현대그룹 측이 파킹딜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독이 돼 돌아 올 수 있는 자베즈 투자

펀드투자자 수익 보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과연 재무구조 개선 의지 있었나?

 

파킹딜에 이어 현대증권에 투자한 자베즈의 수익률 보장 계약 체결 문제도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난 2012년 자베즈는 현대증권에 투자할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연 7.5%의 수익을 100% 보장받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272조 6항은 원금 또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펀드투자자를 유치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펀드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베즈는 사모펀드 운영사다. 따라서 PEF가 수익을 100% 보장받고 사실상의 대출업을 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현대그룹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면서 까지 자베즈의 투자를 끌어들인 것은 현대증권 경영권에 대한 현대그룹의 집착을 볼 수 있다.

 

또한 현대그룹의 자회사도 자베즈의 수익 보장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앤아이에도 기본현금신탁담보라는 부담을 떠넘겼고, 현대글로벌에는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현대그룹의 재무구조에 또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자베즈의 이러한 법 위반 정황을 고려해 파킹딜 의혹을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산’으로 가는 현대증권 매각

 

현재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올라간 안건 중 오릭스PE의 현대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은 제외됐다. 매각 작업이 넉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역시 ‘파킹딜 논란’이다. 파킹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금융회사의 경우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불분명해 금융관련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또 파킹딜과 관련해 이면 계약을 맺었을 경우엔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또한 향후 정말로 현대그룹이 오릭스에 콜옵션을 청구한다면 현대그룹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우선매수청구권 등의 행사 시 현대그룹은 연 15%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계약했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다시 살 경우 고가에 사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심사를 한 금융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어 적격성 심사에 이래저래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ad@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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