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한울 3·4호기만 재개해도 숨통은 틉니다”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4/09 [10:50]

[인터뷰] “신한울 3·4호기만 재개해도 숨통은 틉니다”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4/09 [10:50]

워크아웃 두산중공업마산만 덮친 쓰나미

 

경남 창원시 마산만과 인접한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은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듯 적막했다. 발전 및 담수화 설비를 생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인원 감축을 걱정하는 노동조합의 현수막만 바닷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두산중공업이 사실상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1조원의 대가는 두산중공업의 자구노력이다. 통상 기업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포함되는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인원 감축은 두산중공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은 330일 주주총회를 비롯해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인력 구조조정만은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성배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장은 1조원으로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막기에도 역부족일 것이라며 그 대가로 가혹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정문.  © 성상영 기자

 


네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야 한다


 

이성배 지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네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야 한다는 식의 불신이 퍼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2~3년 전부터 위기를 직감했다고 한다. 이 지회장은 수주 실적이 악화하고 일감이 줄어들면서 이미 인원 감축이 알게 모르게 진행돼왔다고 전했다.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복지를 축소하는 한편,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계열사로의 전출이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은 사무직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지난 218일부터 34일까지는 현장직도 명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이 지회장은 “1차 명퇴 인원이 안 채워지니까 휴업을 진행한다면서 다음은 정리해고다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7000명이 넘던 조합원 수는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줄어 올해 드디어 5000명대로 내려앉았다. 정년에 따른 자연 감소와 신규 채용 중단, 조용한 명퇴, 계열사로의 전출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된 결과다. 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2227억원이었다. 직전 연도(2018)1482억원보다도 8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 (사진제공=두산중공업지회)

 


무능한 경영진, 정부의 급발진이 키운 화


 

이 지회장은 지금 두산중공업의 위기에 대해 이전부터 쌓여온 부실 경영에 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이 불을 붙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경영진은 국책사업이나 정부 주도의 해외 사업 수주에 의존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소홀히 했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사업과 석탄화력발전소 성능개선 사업이 중단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여러 사업으로 예정됐던 매출 10조원 정도가 날아갔다라며 신한울 3·4호기와 화력발전 성능개선 공사를 위해 투자했던 설비나 인력 등 수천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의 마무리 작업이 끝나면 원자력 공장의 부하율(가동률)0%로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유휴인력은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유지보수에 투입되고, 이 작업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중소기업은 일감을 잃게 돼 고용불안이 연쇄적으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이 지회장은 우려했다.

 

두산중공업이 창원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그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매출은 창원 전체 기업의 15%를 차지한다. 협력업체는 270여 곳, 이를 포함한 원자력 부문 종사자는 경남에 23000명이고 창원에만 13000명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의 붕괴는 창원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지회장은 현 정부 들어 중단된 사업을 재개한다면 두산중공업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간부들이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인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중공업지회)

 


총선이 분기점, 지역 정치권은 무사안일


 

이 지회장은 오는 15일 총선을 인력 구조조정의 시발점으로 봤다. 선거 이전에 인원 감축을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러우니, 비교적 느슨한 조치인 휴업으로 며칠 버티다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칼질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이 지회장은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이 속한 지역구인 창원시성산구의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이러한 우려를 꼭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두산중공업 문제를 심각히 여기지 않는 듯했다. 이 지회장은 노동조합과 궤를 같이해오던 진보진영은 탈원전의 필요성을 언급할 뿐 피해 업체들에 대한 보상 이상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은 탈원전 정책의 중단을 말하면서도 단순히 정권의 실패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나마 창원시가 노조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둔 지금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들의 민심을 들으려는 정치권의 태도다. 이 지회장은 이제는 노동조합도 무조건 투쟁하고 때려 부수는 식으로 할 수 없다라며 신한울 3·4호기와 화력발전 성능개선은 멈춘 일을 재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결단만 내려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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