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그린벨트 해제’ 발언…혼란만 불러와

홍남기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 이후, 반대입장 쇄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7/20 [10:34]

설익은 ‘그린벨트 해제’ 발언…혼란만 불러와

홍남기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 이후, 반대입장 쇄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7/20 [10:34]

홍남기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 이후, 반대입장 쇄도 

여권 주요인사들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수단, 신중해야”

국민 60% 그린벨트 해제 ‘반대’…靑 입장선회 “확정 안됐다”

  

‘그린벨트’는 도심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녹지대로, 도심의 허파기능을 하는 미래세대의 자산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최근 부동산 공급방안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그의 유지(遺旨)였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여론은 거세게 반발했고, 주요 대권주자들 역시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 수단”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도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악화일로를 걷는 여론의 움직임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했던 정부 역시도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MBC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을 더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데 이어 주택공급 범정부 TF의 단장을 맡고 있는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를 언급하고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려 한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그린벨트 해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절대 안 된다고 앞장서 반대해온 이슈다. 하지만 박 시장이 10일 사망한 이후 4일 만에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가 서울시장의 유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 역시도 싸늘한 시선을 보였다. 리얼미터가 YTN더뉴스 의뢰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4%는 녹지축소와 투기조장의 위험이 크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26.5%만이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고 답해 국민 대다수가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김부겸·이낙연·추미애 등 여권 유력인사들과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도 줄줄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 핵심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그린벨트 문제는 우리 세대만 향유해야될 권리가 아니고 다음세대 배려도 있어야 한다. 정말 최후의 수단이 되기 전까지 그린벨트 문제는 너무 쉽게 풀어선 안된다”며 MB정부 당시에도 그린벨트를 해제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의원은 2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공실 활용, 도심 용적률 완화를 포함한 고밀도개발, 근린생활지역이나 준주거지역 활용을 검토하거나 상업지구 내에서 주거용 건물 건축을 좀더 유연하게 허용하는 방안이 있는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국가에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칠 것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해서도 안된다”고 의견을 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그린벨트 해제 발언 이후, 정리되지 않은 정부여당 인사들의 입장이 난무하면서 부동산 시장과 일반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아직 정부여당간에 합의된 적이 없고 결론도 내지 못한 사안이라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서울시가 반대해도 국토부가 밀어붙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경고했다.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 이후 청와대와 여권을 중심으로 결이 다른 메시지가 쏟아지면서 여론은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청와대가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입장을 선회했지만,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뚜렷한 목표나 기준 없이 ‘땜질처방’ 식으로 이어져왔다는 것만 제대로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장관이 아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관련 TF 수장을 맡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청와대 내에서도 부동산 정책 추진과 관련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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