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Dynamic&Alive Korean Art) 전시가 7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품을 총망라하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조선 후기 민화 <까치 호랑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머리가 큰 귀여운 모습의 백호랑이 <수호랑>이었다. 두 올림픽 마스코트를 만든 디자이너들은 민화 <까치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적 행사에서 호랑이를 두 번씩이나 마스코트로 사용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로 호랑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옛 그림에는 호랑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한국미술에서 호랑이는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다. 김홍도의 <죽하맹호도>와 <송하맹호도>를 보면 1년 내내 푸르고 곧아 굳센 지조의 군자를 나타내는 대나무와 소나무를 함께 그려 근엄하고 위엄이 드러나는 호랑이를 나타냈다. 특히 이 그림에서는 호랑이 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본래 모습과 성질을 표현하려고 했다. 제목은 ‘맹호도’이지만 입을 찢거나 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사람을 해치거나 폭력적인 장면으로도 그리지 않았다. 맹수의 이미지보다는 고고한 자태와 위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 ‘호돌이’와 ‘수호랑’에게 영향을 준 우리 민화에서는 호랑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19세기 조선 후기 민화 속 호랑이는 서양화에 등장하는 맹수와 같은 이미지도 아니고 전통적 회화 속에 등장하는 위엄 있는 모습도 아니다. 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그림은 민화 ‘까치 호랑이’ 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호랑이 모습은 과장되어 있고 해학적이며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전해지는 까치 호랑이 그림은 그 수가 매우 많고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회화뿐 아니라 도자기, 목공예 등 일상생활용품, 장식품에서도 발견된다.
더 재미있는 그림은 <이묘봉인도二卯奉寅圖>라는 그림이다. 여기서는 호랑이와 토끼가 친구처럼 등장하며 토끼 2마리가 긴 대나무로 담배 피우는 호랑이를 도와 해학의 극치를 표현한다. 까치, 토끼 등과 어울리는 정다운 호랑이 모습은 서양에서는 보기 어려운 한국 호랑이만의 개성일 것이다
왜 민화 속에서 호랑이를 해학적으로 재미있게 그렸을까.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다시 보자. 지금까지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호랑이는 힘만 센 무능한 지배층을 뜻하고 까치는 지혜로운 존재로 민중을 상징해 당시 무능한 지배층을 비판하고자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그렸다고 보기도 하지만 실제 기록으로 확인되진 않는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설화. 민담이 많은데 호랑이는 나쁜 사람을 벌해주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인간에게 고마운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고마운 호랑이를 대우해 줘 정답게 그렸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또한 호랑이는 맹수, 무서운 존재로 귀신을 쫓고 나쁜 것을 물리쳐주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워낙 무서운 존재이니 오히려 친근하게 그려 무서움을 줄이고자 했으며, 우리 집을 수호해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을 것이다. 재미있는 호랑이 그림이 작가 미상의 민화에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많은 대중이 순수하게 호랑이를 좋아했고 호랑이에게 담긴 길상의 의미를 새기고자 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현대판 판소리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음악을 들으니 흥겨운 민화 호랑이가 떠오른다. 이렇듯 친근한 호랑이 표현은 전통 그림에서부터 현대판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이 가진 해학의 DNA일 것이다.
송지수 ((사)한국민화협회 간사, 미술사 석사과정)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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