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살린 李 집안의 ‘입’ 이번에도 통할까

송준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5/13 [16:30]

삼성 살린 李 집안의 ‘입’ 이번에도 통할까

송준규 기자 | 입력 : 2020/05/13 [16:30]

경영위기 때마다 나온 삼성家 총수들의 선언들

이병철 됴코선언,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 재조명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 과거와의 결별로 삼성 변하나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사실상 삼성의 경영승계식 지배구조 종식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유는 지난 3월 삼성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노조 와해 논란·준법감시위 활동과 재판 논란 등 관련해 이 부회장의 사과를 권고하면서다. 여기에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음으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선언’이라며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1983년 ‘도쿄 선언’이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부회장의 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지며 총수 매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 이병철의 ‘도쿄선언’…삼성 반도체의 시작

 

“삼성이 이번에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켜야만 첨단 산업을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추진을 결심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데에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선언’이 있었다.

 

이병철 회장은 1983년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반도체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 회장은 반도체 중에서도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의 개발도 얼마되지 않았던 때라 미국 인텔은 그를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었다.

 

삼성은 모두가 만류하고 안 된다는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시작했고 결국 오늘의 삼성반도체 왕국을 만든 계기가 됐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오늘날까지 D램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반도체 신기록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이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국내 사업에서 한계를 직감해 내린 결단”이라며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 이상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스마트폰 신화 밑거름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200여명의 임원 앞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보자”는 유명한 말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하며 혁신을 강조했다.

 

이듬해 삼성전자는 국민 휴대폰으로 불렸던 ‘애니콜’을 탄생시켰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비평이 잇따르자 이 회장은 “돈받고 불량품을 판다”고 분노하며 시중에 판매 중인 핸드폰 전량 수거 후 소각하는 ‘화형식’이라는 충격요법을 썼다. 당시 세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불리우던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혁신을 통해 휴대폰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며 1996년 51%의 점유율로 한국 휴대폰 시장의 선두에 처음으로 등극했다. 이 성공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8년 연속 휴대폰 판매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국내 1위에 만족해 오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선두 기업을 발 빠르게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세계 1위를 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 “4세 경영권 승계 없다”

'지금과는 다른 삼성' 약속, 총수매직 이어갈까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또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주문한 경영권 승계, 무조노 경영 폐기, 준법감시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격적 선언은 사과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삼성이 나갈 방향성을 함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더 이상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삼성에서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재판과 무관하게 준법감시위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이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의 성장 배경엔 위기 때마다 리더의 결단과 변화에 대한 강력한 주문이 있었다. 재계는 이번 파격 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이재용 부회장만의 또다른 삼성을 만드는데 큰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지만 이면에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 방침이라는 복병을 안고 있던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새 국면을 맞으면서, 삼성이 과거와의 결별과 새출발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송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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