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풀리는 주류업계-1] OEM에 미소 짓는 주사(酒社)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5/20 [17:24]

[술술 풀리는 주류업계-1] OEM에 미소 짓는 주사(酒社)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5/20 [17:24]

# 정부가 한국 주류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혁파에 나섰다. 풀어줄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다 풀어준 배경에는 정체된 성장세에 반해 증가하고 있는 주류수입이 영향을 미쳤다. 보다 다양한 술을 원하는 소비수요는 있는데 시장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정부가 한 것이다. 

 

오랫동안 주류규제 완화를 외쳐왔던 업체들은 이번에 공개된 정부의 방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당장 직접적인 특혜는 아니라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주류업체들은 또다른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 참고 이미지로 기사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데일리비어)

 

이번 주류 규제 개선방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주류 위탁제조(OEM) 생산 전면 허용이다.

 

OEM 허용은 국산맥주 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제조시설을 갖추지 못한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로서는 하이트진로‧OB맥주‧롯데주류 등 대형사에 제조를 맡김으로써 보다 쉽게 제품생산이 가능해지고, 대형사들 역시도 지역의 이색 수제맥주들과의 콜라보를 추진하기 용이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OEM이 제품 각각의 개성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 전체가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맥주OEM,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주류업계에 허용한 ‘OEM(위탁제조)’은 이미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방식으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특정 업체가 자신들의 브랜드명을 단 맥주를 생산해달라고 제조사에 주문을 넣으면 해당 제조사가 요구한대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주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물론 치킨집‧레스토랑 등에서도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PB 맥주상품을 만들기 쉬워진다. CU맥주‧bhc맥주는 물론 레스토랑 이름을 단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맥주업계의 지각변동은 다양한 혜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들이 완전경쟁을 함으로써 가격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이점이 있다. 

 

대형 맥주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제조시설을 통해 OEM을 함으로써 주력사업 외 부가적 수익창출이 가능해지고 공장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갖게 된다. 

 

소형 맥주업체들로서는 별도 제조시설을 구축하거나 해외에 위탁생산을 맡겼던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국내 제조시설에서 위탁생산이 가능해져 생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놀고 있는 주류제조시설과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주류제조업자들이 만나게 되면, 제조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함께 해외로 나가는 생산물량이 국내로 전환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대형 맥주업체들과 소형 맥주업체들과의 콜라보가 용이해지면서, 지역‧원재료 등의 특색을 살린 맥주를 대형사들의 제조공장에서 만들어 두 업체가 시너지를 내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맛’ 즐거워질 맥주 러버들

 

일각에서는 OEM 허용으로 여러 브랜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게 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상품을 개발한 중소업체들이 물량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PB상품을 내놓으면 소형 수제맥주 업체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미 OEM을 활발하게 추진해온 업계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차별성이 있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수많은 OEM 맥주가 쏟아지더라도 특이한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맥주라면 수요가 분명히 유지될 것이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레시피를 보유한 업체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결국 맛”이라며 맛만 있다면 경쟁력 있는 수제맥주들은 살아남게 되고 OEM으로 성장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업체들도 많은 만큼 멀리 보면 맥주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실제로 이육사 선생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에서 출시한 ‘264 청포도 와인’은 2016년 OEM 방식으로 처음 생산됐지만 2019년 ‘264 청포도 와인 와이너리’를 개소하고 자체생산에 들어갔다. OEM을 시작으로 자체생산까지 성장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맥주 시장에서는 △대동강 페일 에일 △강남 페일에일 △강서 맥주 △제주 위트 에일 △해운대 맥주 등 지역이름을 건 맥주들이 이미 출시돼있는 상태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특정 지역에서만 생맥주 형태로 맛볼 수 있는 맥주를 OEM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되고 이는 업체들의 수익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내에서도 보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필요로 하는 대형업체일수록 지역 곳곳의 맥주 양조장들과의 콜라보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을 통해 보다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이라 관측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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