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임대차 보호 3법’ 누가 누굴 비난하나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0/06/10 [18:08]

[초점] ‘임대차 보호 3법’ 누가 누굴 비난하나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0/06/10 [18:08]

전·월세 계약 기간을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연장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온라인 여론시장이 뜨겁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기사 제목과 블로그 등을 대충 챙겨보니 골자는 전세와 월세의 통상 약정 기간인 2년을 없애고, 기간에 따로 제약을 두지 않는 백지계약서를 작성케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표면적 내용을 추슬러보니 “와..쎄다. 이건 무슨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야?. 한국식 물질주의에 제도적 불평등으로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인가?”라는 다소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 건물주 위 세입자”

“평생 전세 거주 가능해진 세입자”

“중대 과실 없으면 세입자에 집 뺏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법안이라는 것은 단순치 않다. 그럼에도 법안에 기반한 특정 주장과 내용이 반복적으로 머리기사에 강조된다면 법안의 취지와 구체적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우리 부동산시장을 파괴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그럼에도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 아파트 월세, 전세 계약서  © 최재원 기자

 

현행법상 주택, 임대차계약 기간은 2년이다. 이는 1989년 1년에서 상향조정 된 것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같이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2년마다 갱신되는 이 전세 계약은 분명한 독소조항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집주인이 2년에 한 번 찾아오는 계약 갱신일에 전세, 월세금을 올리면 속절없이 집을 떠나야 한다. 계약 연장은 우리 부동산시장에서 당연히 시세 상승분을 반영한 인상으로 귀결됐고, 이는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간 정부와 국회는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전월세인상률 조정, 기한 연장 등을 논의했으나 실제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집 주인의 재산권이라는 자본주의에서의 기본재산권 때문이다.

 

현재 법안이 빗발치게 비판받고 있는 것도 전월세 무한연장이라는 부분이 집 주인의 기본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다. 세입자가 기간에 제한없이 무한으로 살면서 계약 갱신금액은 상한선을 둔다는게 집 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을 자세하게? 아니 간단하게만 살펴봐도 이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안은 세입자에 대한 권리도 보장하지만 집 주인에 대한 재산권과 필요권리도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다.

 

△임차인이 3번 이상 연체한 경우 △거짓이나 부정으로 임차한 경우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주택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 △건물이 노후, 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경우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 △임차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해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해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조항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제도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차액만 내는 조건으로 집을 구매하면서 끊임없는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박주민 의원의 법안에는 임차인의 거주기간을 강력하게 보장하면서도, 집 주인이 스스로 들어와 살겠다는 것에는 임차인도 어찌할 도리없이 집을 내주어야 한다는 재산권과 가장 밀접해 있는 조항을 당연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여론이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갭투자 수요가 완전히 말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갭투자 수요가 마르면 작금의 부동산 조세정책과 맞물려 매매호가는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시장은 공급만 있을 뿐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패닉에 놓이게 된다. 이는 우리 경제상황에서 수치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주기에 충분할 만큼 거대하다. 언론이 우려하는 것처럼 임차 보증금이 폭등하는 누름목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필요한 이유는 31년 만에 우리나라 부동산 임대시장을 재정의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투기로 떠받들어진 자금이 우리 경제를 부양하고 있다면 이는 절대적 소득 양극화는 물론 건설경기에 나라살림을 맡기는 개발도상국적 경제의존방식을 벗어던질 수 없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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