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음악인 노조 설립할 것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 추진 및 코로나로 인한 오페라계 정책지원 요청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7/10 [13:29]

[인터뷰]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음악인 노조 설립할 것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 추진 및 코로나로 인한 오페라계 정책지원 요청

박명섭 기자 | 입력 : 2020/07/10 [13:29]

국립오페라 비정규직 정규직화 좋지만 예술가 고용 아쉬워


 

코로나 19로 사회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에게 오페라계의 근황을 들었다.

 

박현준 회장은 “공연 예술계 전반에 위기가 왔고 오페라계에도 큰 위기가 왔다”면서 “열악한 오페라 시장이 코로나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70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오페라는 민간오페라와 국립오페라가 양대 축을 형성했지만 초, 중기는 민간이 흐름을 주도했다. 그 후 1980년대에 시립오페라단이 생겨 우리 오페라의 발전에 기여했고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국립오페라단이 재단법인이 되고 예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생존형인 민간오페라단과는 크게 차이가 생겼고 그로인해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시장을 주도하는 현재의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 박명섭 기자


그는 “유인촌, 김종덕 장관 시절부터 최근까지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문성을 무시하고 낙하산으로 국립오페라단장을 투하해 오페라 생태계가 교란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과도한 제작비 투여로 예산이 낭비되고 투자에 비해 작품성이 도마위에 자주 오르는 등 오페라 제작 운영 시스템의 부족함 또한 지적 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 임명된 박 형식 단장은 그 동안 문제가 많았던 국립을 추스르고 행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는데 힘을 쏟고 있고 어질러진 국립오페라단을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임 국립 오페라단장이 국립오페라단 행정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데 대한 질문에는 “정규직 전환은 잘한 일이라 보여진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은 현 정권에 중요한 정책이자만 정규직 전환 이전에 행정직원들의 전문성을 들여다 보고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단장은 3년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행정 직원들은 고스란히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기에 행정이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 뿐만아니라 공연예술계 전체에 해당되는 걱정이다. 정규직 전환도 중요한 일이지만, ‘음악인들의 고용창출’ 이 먼저 선행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 “수십년 오페라를 공부한 성악가들, 세계적인 극장에서 노래하는 성악가들, 오페라판에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스텝들을 행정 직원들이 어떻게 가이드하고 콘트롤 할 수 있는지 전문적인 지식 검증 없이 국립오페라단에서 평생동안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오페라단 직원들은 음악인들과 현장에서 항상 호흡하고 가깝게 만나는, 보통 일반 행정직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단장의 행정직원 정규직 전환 실행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국립오페라단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그 동안 후하게 주변을 많이 챙겼다면, 이제는 미래를 위한 정책을 서서히 세워가야 할 때라며 많지 않은 예산이 오페라 저변 확대와 미래를 위해 쓰여져야지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은 절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경쟁력 상실 오페라페스티벌, 상품성 있는 축제로 새 모델 필요


 

최근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끼리끼리 내부 페스티벌이 돼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됐고, 관객에게 전혀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박 회장은 예산확충과 공개적 작품공모를 해법으로 내놨다. 

 

“예산이 7억에서 4억 5천으로 삭감됐다는데, 오페라 한 편 제작비도 안 되는 예산으로 축제를 한다는 것은 이미 축제의 기능이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서초동 오페라 하우스 주변이라도 오페라 열기와 축제 분위기로 들썩들썩 해야 하는데 페스티벌이란 이름이 정말 무색하다. 이 페스티벌이 존재해야 한다면 예산을 확충하고 공개적으로 작품을 공모해야 하며 공개적이면서도 엄격한 기준의 선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2년씩 격년제로 돌아가면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을 독식했던 단체들은 당분간 배제돼야 할 것이다. 그 단체들이 애쓰고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책임을 져야 될 것이다.” 

 

▲ 박현준 회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던 2005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최장기 오페라 ‘투란도트' (사진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박현준 회장은 예술의 전당 유인택 사장을 만나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오페라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와 그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우리나라 오페라의 꿈과 발전을 위해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을 설명하고 한 달간 대관을 요청했다.

 

“1차적으로 대관이 되어야 페스티벌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오페라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새로운 오페라를 만들어 저변을 넓히고 세계시장에 오페라의 대한 인식을 바꾸는 새로운 오페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세계오페라를 주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 페스티벌로 오페라가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려고 한다.” 

 

최근 국립오페라단에 배역 오디션 심사를 갔던 박 회장은 “오디션에 참가한 200명 이상의 성악가들 노래를 들으며 그 중 놀랄만한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이들을 보고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유럽 극장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가수들에게 설 수 있는 무대가 너무 부족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부와 문체부, 오페라 종사자들의 노력과 인식전환을 통해 오페라 시장에 대한 환경개선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이라는 새로운 오페라 콘텐츠를 개발한 것은 생존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태동 같은 몸부림이다. 같은 뜻을 가진 모든 사람들과 혼신을 다해 만들어 내려 한다.” 

 


팬텀싱어즈 심사위원 구성 이해안가


 

JTBC ‘팬텀 싱어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 회장은 “팬텀 싱어즈는 심사단들의 구성에 오류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악, 오페라는 수 백년의 뿌리를 가진, 수학이 있고, 문학이 있고 언어에 대한 구사력과 이해력이 수반돼야하며 인문학적인 순수한 감성과 때로는 의학적인 요소도 필요한 학문이라고 봐야합니다. 발성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발음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PASSAGIO를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평가에 대한 중요한 요소다.

 

박 회장은 “가끔 팬텀 싱어즈를 보면서 금쪽같은 우리 후배들이 어이가 없는 심사단 앞에서

혼을 다하여 노래하고 있는 광경에 화가 났다. 오페라 무대에서 후배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지 못한 선배 중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저 ‘감동적이네요’, ‘숨이 멈출 것 같네요’, ‘열정적이네요’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심사단은 방송에 역기능을 가져오지 않을까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출연자들이 수긍하고 업계에서 수긍할 만한 심사단을 구성하길 바란다. 그리고 성악가들과 음악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존경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칭찬하고 싶은 것은 편곡이 좋다.”

 


음악인 노조 만들어 정책 현실화에 앞장설 터


 

박현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음악인 중심의 ‘음악인노조’를 만들어 성악가들에게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할 것이라 밝혔다.

 

박 회장은 “인천공항에 비정규직이 2,000명이나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데, 이런 것에 비해서도 예술가들은 아예 개념 자체의 설정이 없어 무한 사각지대에서 생존과 생계를 걱정한다”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음악인 중심의 ‘예술인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자가 정부(문체부)인 프리렌서 음악인 노조”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 노조가 잘 돼있는 프랑스 ‘예술인 노조’를 모델로 만들고 있다”면서 “음악인들의 생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데 빵 몇 개와 음료수 몇 병으로 배고픔과 갈증이 해소 되지 않는다. 노조는 음악인 300명 정도로 시작해 올해 중 1000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페라는 정부가 지원하는 가장 고용 창출 범위가 넓은 종합예술이다. 문학인 대본에서부터 작곡, 오케스트라, 조명, 장치, 디자인, 가수, 의상 등 관련 업종 전체가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음악인 노조와 창작오페라 페스티벌 등을 통해 민간 오페라의 역할과 구조가 시스템화 되어, 국립은 국립대로 길을 가고 민간 역시 ‘국립에 상응하는 예산’을 편성해 경쟁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되고 오페라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박 회장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공연계 지원에 대해 추경을 통해 풀리는 예산이 적재적소에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속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가 누가 있는지 궁금하다. 문체부와 박양우 장관은 코로나로 인해 풀리는 예산을 현장에 직접 전달이 될 수 있는 정책과 방법을 전문가들과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추경이 풀리는데 어디로 줄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마르고 배고픈 음악인들에게 직접 혜택이 갈 수있게 방법을 찾아주시길 바란다.“ 

 

박 회장은 “코로나 19가 새로운 표준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방역뿐만 아니라 오페라에서도 우리가 앞장서 세계 오페라에 희망을 주는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오페라 70년이 더 이상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오페라 페스티벌의 구상과 내용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도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 박현준 회장이 총감독을 맡아 2003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 '2002 월드컵' 기념  오페라 ‘투란도트’ (사진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그는 “2003년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투란도트’ 이후 야외 공연을 흉내낸 오페라는 한 작품도 성공 못했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제작자, 기획자의 긴 시간의 뿌리 깊은 고민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혼돈의 시대’입니다, ‘희망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중의 시대’입니다. 우리 음악인들에게 오페라가수 및 오페라계 민중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정책을 만들어 주시기를 문재인 대통령께, 박양우 장관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은 한양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태리 롯시니 국립 음악원, 파르마 국립 음악원 및 페스카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테리 오지모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2003년, 2002 한일월드컵 기념 상암 월드컵 경기장 오페라 ‘투란도트’ 총감독과 2005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최장기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총감독, 2019년 강남국제 음악제 예술감독, 202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1주년 기념 대규모 합창교향곡 ‘부석사의 사계’ 예술감독 및 연출을 맡았다. 바른 미래당 문화예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한국음악협회 이사, 한신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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