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21] 값에는 값, 윤홍근이 쏘아올린 ‘치킨게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8/23 [16:39]

[저널21] 값에는 값, 윤홍근이 쏘아올린 ‘치킨게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8/23 [16:39]

  © 문화저널21 DB


6990원의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쏘아올린 ‘총성 없는 치킨전쟁’은 고물가 속 위축된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치킨 한번 배달시켜 먹으려면 최소 2만원은 넘게 필요한 요즘, 7000원에 치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전국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는 당당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앞다퉈 판매대 앞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고, 1시간 넘게 줄서서 겨우 구매했다는 후기도 줄줄이 올라왔다. 

 

당당치킨은 가격 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 KFC와 살짝 비슷한 염지맛이지만 그렇게 짜진 않아 오히려 좋다는 호평 속에서 당당치킨은 치킨시장에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작년에 취임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가 KFC 대표 출신이라는 점이 함께 맞물리며 ‘대표가 KFC 출신이라 맛도 믿을 만하다’는 입소문이 번졌다. 

 

당당치킨 열풍은 과거 ‘통큰치킨’ 사태를 연상시킨다. 대형마트를 필두로 한 저가제품의 등장, 점주들의 반발과 미끼상품 논란, 그리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항변까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10년 롯데마트에 선보인 ‘통큰치킨’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점주들이 대형마트의 횡포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트위터에 통큰치킨을 비판하는 글까지 올리면서 결국 일주일 만에 판매중단 국면을 맞은 적이 있었다.

 

다시 당당치킨으로 돌아와 12년 전과 똑같이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기계적으로 외치는 상생에 귀 기울이기 보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향해 원가를 공개하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거기다 지난 3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네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이 한 라디오방송에서 “치킨 값이 2만원이 아닌 3만원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것이 재조명되면서, 값비싼 프랜차이즈 치킨이 소비자들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모양새다. 

 

▲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왼쪽)과 치킨 프랜차이즈 로고들. (사진=홈플러스, BBQ, bhc, 교촌치킨)

 

마트와 프랜차이즈, 출발선이 다르다

임대료·인건비·부대비용 부담 없는 마트

원재료에서도 차이나, 가격이냐 품질이냐

 

마트에서 6990원에 판매되는 치킨이 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2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걸까. 소비자들과 점주들은 본사의 높은 유통마진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본사의 생닭 공급가만 6000원 이상”이라며 출발선이 다르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출발선이 아예 다르다.

 

대형마트의 경우 건물‧설비‧매대 등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상품만 추가한 것인 만큼 임대료 부담이 전혀 없고 원재료인 닭과 기름 역시도 마트 자체 유통망을 통해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홈플러스에서 원가구조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육계업계에서는 마리당 공급가격이 3000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고모델을 쓰거나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광고비 부담도 없는데다가, 치킨무나 콜라‧소스‧젓가락 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대비용이 들리도 없고,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사가는 만큼 배민이나 요기요 등 배달대행업체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인건비 측면에서도 기존 조리직원들이 추가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출이 발생할 리가 없다. 대형마트가 치킨만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치킨을 사러온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들도 같이 사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차피 마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치킨 자체가 미끼상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미끼’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매월 나가는 임대료와 인건비, 본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 비용과 원재료 비용 등을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가 없는 구조다. 

 

치킨을 튀길 때 쓰이는 기름도 다르다. 대표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을 전면에 내세운 BBQ의 경우 치킨에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뿌링클‧맛초킹 등의 대표메뉴를 자랑하는 bhc 역시도 치킨에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마트 등에서는 일반적인 기름을 사용한다. 

 

닭 가격만 놓고 봐도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당당치킨이 어떤 닭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에서는 생닭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염지를 적용한 염지절각닭을 가맹점에 제공한다”며 일반 생닭가격과 손질과 염지를 마친 닭은 가격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닭의 사이즈 역시도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10호 닭을 사용하는 반면 마트 치킨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8~9호 닭을 사용해 차이를 보인다. 

 

지난 3월 제네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은 치킨 가격과 관련해 생닭이 가공과 조리를 거쳐 치킨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2만원이 아닌 3만원 정도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본사가 결코 막대한 수익을 남겨먹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지만 이러한 윤 회장의 발언에 대해 소비자들은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bhc가 매출 4771억원에 영업이익 1538억원을, 교촌치킨이 매출 4935억원에 영업이익 280억원을, BBQ가 매출 3624억원에 영업이익 608억원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bhc의 경우 32.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폭리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사측은 “bhc의 영업이익률은 비용 효율화에 따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매출이 늘면 판매관리비도 늘어나는데 판관비나 마케팅 비용을 고정비화해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라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프랜차이즈 치킨에 불만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치킨 구매에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도 맛이겠지만 ‘가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홈플러스에서 6990원에 선보인 당당치킨. (사진=홈플러스)

 

당당치킨 돌풍…업체들은 상관없다, 점주들은 울상

결국 관건은 차별성 확보…셈법 복잡해진 프랜차이즈

 

당당치킨 열풍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업체 관계자는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사실 같은 노선에 놓고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값싼 치킨을 찾는 소비층도 있겠지만 특정 업체의 특정 메뉴를 찾는 소비자들도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튀긴 닭이라면 시장에서 팔든 매장에서 팔든 가성비만 좋으면 된다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특정 브랜드의 메뉴를 선호하는 소비층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BBQ의 황금올리브치킨, bhc의 뿌링클치킨, 교촌치킨의 허니콤보 등 각각의 브랜드에서는 고유의 맛을 자랑하는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치킨은 단순히 튀긴 닭 이전에 하나의 요리’라는 것이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당당치킨 열풍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트가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프랜차이즈는 차별성이나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우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과 달리 가맹점 등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마트 인근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매출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는 홈플러스 관계자의 말에 “어디서 약을 팔아”,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이니 제발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라는 분노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일련의 논란에 대해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성비 떨어지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앞으로 먹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집에서 편하게 앉아 배달된 치킨을 먹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트에서 초밥 판다고 일식집에서 항의하는 것 봤냐’며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유독 치킨에만 과민반응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홈플러스에서는 당당치킨을 계속 판매하며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간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신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라며 라인업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레드오션이 돼버린 치킨시장에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마트 치킨에 프랜차이즈 치킨이 대항하려면 ‘골목상권 침해’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가격 이외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차별성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홈페이지 하단 메뉴 참조 (ad@mhj21.com / master@mhj21.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