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들 ‘주가조작’ 의혹…고개 숙인 일양약품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10/31 [10:13]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들 ‘주가조작’ 의혹…고개 숙인 일양약품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10/31 [10:13]

약 2년간 기승을 부렸던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을 맞은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며 1679억에 달하는 정부지원을 받았던 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거나 중도포기한 업체들이 일제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업체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장 큰 질타를 받은 것은 GC녹십자와 일양약품이었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협의과정에서는 GC녹십자 등 국내 주요 제약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로 끝내 GC녹십자 허은철 대표의 증인 소환은 무산됐다. 적어도 백신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힘쓴 기업들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무색하게도 일양약품은 김동연 대표가 직접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물의가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일양약품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쪽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 일양약품 김동연 대표이사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효과와 관련해 주가조작 등의 의혹을 받았다.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 갈무리)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社들, 줄줄이 실패·포기
  • ‘먹튀’ 논란 국감 도마 위로…일양약품 증인 소환
  • GC녹십자 허은철 대표 증인소환, 野 반대에 무산 
  • 코로나 특수 노렸나…정부지원사업 점검 필요성 

 

일양약품은 신약재창출 분야로 정부지원을 받았다. 일양약품 ‘슈펙트’(성분명:라도티닙)는 원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비임상결과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신약재창출에 돌입한 바 있다. 

 

일양약품이 지난 2020년 3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슈펙트를 사용한 in vitro(시험관내 시험)를 진행한 결과 투여 후 48시간 내 대조군 대비 70%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특히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독감치료제인 ‘아비간’에 비해 우월한 효능을 확인했다고 사측은 강조했다.

 

이후 5월에는 코로나19 적응증으로 러시아 임상 3상을 실시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내 최초로 해외임상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해당 보도를 기점으로 2만원 대였던 일양약품 주가는 10만원 넘게 치솟으며 상한가를 쳤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형제 등 오너일가가 주식매입 및 매도 등을 통해 시세차익을 봤다는 점이다. 매도 사유는 유산상속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일양약품은 지난해인 2021년 3월4일 러시아에서 진행하던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임상 중단을 발표했다. 임상중단 발표에 일양약품 주가는 2만원대로 돌아섰다. 

 

업체가 공유한 코로나19 치료제 정보에 일양약품 주식은 롤러코스터 마냥 널뛰기를 했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신현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피해자분들이 의원실을 많이 찾아오셨다. 택시기사분은 일양약품에 투자했다가 3억원을 잃고, 지금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변호사 선임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에서는 일양약품이 R&D 결과를 왜곡 발표하며 주가 변동성을 부추긴 후 오너일가가 유리한 시점에 각각 매수‧매도에 나섰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에서는 일양약품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A교수가 작성한 연구보고서와 다른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양약품 김동연 대표는 20일 국정감사에서 “고려대학교 연구 결과를 다르게 설명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 기관을 통해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일양약품 역시도 “경찰수사 배경은 당사 주식거래로 인해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2021년 5월 고소장을 접수해 1년여간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라며 “고려대학교 연구결과를 다르게 보도한 사실이 없음을 소명했다. 또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본건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없음을 소명했다”고 공식해명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일양약품發 악재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임상지원을 받은 업체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신약개발에 충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합당한 데이터 또는 성과를 도출해낸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코로나 특수를 노린 업체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제약사들의 사업 전반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하는 평가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임상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14개 기업 중 개발을 중단한 기업은 총 4개(GC녹십자·대웅제약·제넥신·HK이노엔)다. 이중 GC녹십자의 경우,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GC녹십자가 임상2상의 첫 단계인 2a상 단계에서 사업을 종료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과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의지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을 문제 삼기는 무리가 있지만, 코로나 특수를 노리고 성급히 발을 들인 이후 홍보에만 열을 올린 기업들도 없지 않았다”며 일양약품을 시작으로 다른 업체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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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야!! 2022/10/31 [21:48] 수정 | 삭제
  • 언제적 기사를 이제야 쓰노 기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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