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80년대생 향한 사회과학적 송가 '세습 자본주의 세대'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3/31 [09:09]

[신간] 80년대생 향한 사회과학적 송가 '세습 자본주의 세대'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3/31 [09:09]

▲ '세습 자본주의 세대'(사진=인물과 사상사 제공)

 

1986년생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의 축복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기자이자, 현직 박사 과정 신분인 저자는 글과 가깝고 세상과 밀접하다. 그가 경험한 자본주의 한국의 어제, 오늘에 대한 이야기다. 80년대생이라는 동류들이 공통적으로 향유하고 경험했던 자본주의의 축복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80년대생은 사다리를 잃은 세대, 결혼을 못하는 세대, 결혼과 부동산 시장의 패자 등으로 불리며,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꿈꾸는 대로 살다간 망한다는 지혜를 체득했으며, 부동산 정책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이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 나서 깨달았다.

 

이들에게는 사다리 한 단계를 올라가느냐 마냐가 중요한데, 사다리가 놓인 그 땅 자체가 정글이 되었다. 부동산 자산을 얻을 수 없는 절망감이 이들을 감쌌다. 부동산 자산 증식의 꿈은 속절없이 바스러졌다. 한국 경제는 더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며,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조건의 그림자는 오랫동안 짙게 드리울 것이다.” -저자

 

1980년대 생은 신낀(새로 낀)세대다. 88만 원 세대라는 동정 속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고, Z세대의 등쌀과 X세대의 쪼임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내 세대의 그들이 딱하고 눈물겹다. 이 책 ‘세습자본주의 세대’는 그런 그들에게 보내는 사회과학적 송가(頌歌)가 아닐까. 

 

부제가 가슴을 때린다. ‘88만 원 세대는 어쩌다 영끌 세대가 됐나’. 영혼까지 털릴 정도로 일을 해도 벌리는 돈은 세후 88만 원이었던 암울한 20대를 지나, 세상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 30대 중, 후반 대출을 위해 영혼까지 팔고 끌어모아야 했던 세계의 잔인함과 무도함이 마음 한 켠을 서늘하게 한다. 털릴 대로 털렸지만, 아직 더 털릴 물적, 영적 조건들이 남은 세대가 80년대생들이 아닐까. 

 

문화적 열등감은 없어도 사회적, 재정적 열등감은 있을 테다. 비교와 대조라는 망국병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잖을 거다. 꼰대라는 말도 듣기 싫어해 MBTI도 부지런히 따라하는 세대. 

 

“1980년대생은 문화적 열등감이 없는 첫 번째 세대다. 우리는 우리를 약소국의 시민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애국과 사대주의 틀로 문화의 위계를 설정하는 행태도 거부한다. BTS가 ‘우리 시대의 비틀스’로 불리고, 봉준호·박찬욱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시대에 사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에게 그 자부심의 크기는 훨씬 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30대 이하 청년들에게 한국은 문화의 영역에서 자긍심을 가질 만한 성취를 거둔 국가다. 그 앞에서 ‘드디어 우리나라도’ 같은 K 타령만 하다가는 꼰대라는 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

 

추천사도 어마어마하다. 유승민, 우석훈, 이준석…그들이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이제 새로운 80년생 필자의 탄생을 이 책을 통해 목격한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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