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무대가 있나요?”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4/27 [09:57]

“대학생을 위한 무대가 있나요?”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3/04/27 [09:57]

제법 더운 주말 오후 올림픽공원은 산책을 즐기려는 가족, 연인들과 인기 아이돌 EXO 콘서트를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이 한데 섞여 활기를 이뤘다. 혼재한 공간 속 이들의 시선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아이돌의 공연도, 풍광도 아닌 대학생들의 거리공연이었다. 

 

여느 때의 거리공연과는 달랐다. 잘 갖춰진 장비와 전문 프로듀서까지 있는 완성형 공연의 형태를 갖춘 엄연한 프로들의 무대였다. 올림픽공원 광장 한 가운데에 우뚝 선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준비해온 곡들을 차례로 불렀고,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유모차를 탄 아기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관객은 다양했다. 

 

나이와 목적에서 벗어난 공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무대와 다양한 관객은 노래하는 학생들에게 큰 긴장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었다.

 

 한국융합콘텐츠컴퍼니 조이향 대표(우), 레전더리이엔티 조용석 대표 © 문화저널21 DB

 

“대학가요제 이후 학생들을 위한 무대가 있었나요?

 꿈을 이루기 위한 디딤돌 같은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진짜 제대로 말입니다

 

올림픽공원은 올해 처음으로 거리공연(버스킹) 무대를 시도했다. 매주 토, 일요일 열리는 무대는 혹서기인 7, 8월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계속된다. 무대 한켠에는 한국융합콘텐츠컴퍼니 조이향 대표와 레전더리이엔티 조용석 대표가 있었다.

 

이들은 가진 달란트가 달랐지만 ‘학생들에게 디딤돌을 주고 싶다’는 목표는 같았다. 조이향 대표는 무대라는 기회의 장을 만들었고, 조용석 대표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들의 시도는 올해가 처음이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대학교와의 협약이었지만 이제는 대학생 모두의 무대로 성장했다. 대학생 또는 졸업 3년 이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버스킹은 이미 11월 공연까지 출연 예정자가 모두 꽉 찼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생을 위한 무대가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는 소중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가요제가 등용문의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기획 소속사 체제가 당연시되면서 선택받지 못한 학생들은 작은 무대의 설 기회도 잃게 됐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핑계까지 무대를 앗아갔다.

 

  © 문화저널21 DB

 

올림픽공원이라는 장소는 이런 배경을 모두 이해한 선택이었다.

 

“(조이향 대표)올림픽공원은 체조경기장 등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도 많이 열리는 장소로 지금도 EXO(엑소) 공연이 있어 사람들이 붐비고 있습니다. 올림픽공원은 학생들에게 꿈을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상징적 장소라고 생각해요. 이런 취지를 알고 올림픽공원에서도 함께 공연을 만들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줬습니다.”

 

취지가 취지인 만큼 꾸려진 길거리 무대에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조용석 대표는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로 학생들의 자존감 때문이다. 

 

“(조용석 대표)신경을 많이 쓴 무대입니다. 음향부터 전 부분에 전문팀들이 투입됐어요. 거리공연이라고 하면 소속사 없는 소외된 실력 있는 아마추어들이 꾸리는 무대라는 인식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주어야 했습니다. ‘너희들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이런 메시지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습니다.”

 

  © 문화저널21 DB

 

되려 학생들이 거리공연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왔다가 잘 갖춰진 무대와 많은 관객에 당황해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가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학생은 연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가다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용석 대표)이런 모든 것들이 경험이 없어서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 큰 무대나 방송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요. 과거 대학생들은 대학가요제 등의 무대를 발판 삼아 아마추어에서 프로의 무대로 나아갔는데, 지금은 기획사 소속사가 주를 이루면서 선택받은 일부를 제외하면 무대에 설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이런 경험은 앞으로 꿈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 문화저널21 DB

 

때로는 어리숙하고 때로는 프로 못지 않은 실력을 뿜내는 학생들의 무대는 특정지을 수 없는 관객들에게도 이미 새로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노신사는 노래하는 학생에게 오만원권을 쥐여주기도 했다. 학생은 순수하게 이 돈을 공연 기획자에게 가져다주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묻기도 했다. 학생들은 단순 길거리 공연이 아닌 이미 출연료를 받고 노래를 부르는 프로의 무대를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석 대표가 프로의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무대경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리메이크 앨범 등을 함께 제작해 프로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학생들은 리메이크 앨범 공동 제작을 통해 편곡 등의 부분에서 수익을 낼 수 있고 기획사는 유통수익을 낼 수도 있는 그런 구조입니다. 물론 전문적인 트레이닝도 포함됩니다. 여기에 방송사나 대형기획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참여 학생들은 언제든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 문화저널21 DB

 

공연 전반을 기획한 조이향 대표는 올림픽공원 버스킹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향후 더 큰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분명히 했다. 

 

“(조이향 대표)음악 외에도 기회를 받지 못하는 실력있는 학생들은 많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좋아하는 일을 해라’, ‘너희도 할 수 있다’라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진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이향 대표)올림픽공원 버스킹은 초석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수도권 뿐 아니라 각 지역 지자체, 대학 등과 협의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자존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꼭 유명한 사람만이 노래를 할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편견을 깨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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