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로 가능했던 아름다운 '감행'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7/18 [14:13]

우리로 가능했던 아름다운 '감행'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7/18 [14:13]

어떤 이들은 ‘기독교를 개독교’, ‘목사를 독사, 먹사’로 부른다. 최근 개신교는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언제부터인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재편된 개신교는 교회가 가진 공동체의 본질적인 신앙 추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개신교의 힘은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공동체가 인위적인 힘을 행사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보여주는 나눔, 사랑, 소망의 집합체라는 순수함이 외부에 자극을 주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공동체,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온전함을 누리는 그런 공동체가 있다. 돈, 사업, 목적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들은 오직 자신이 속한 곳에서 온전함을 누리는 것과 더 큰 소망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공동체에는 함께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돈으로 할 수 없는 온전히 몸과 마음이 맞아야만 가능한 기부가 있다. 울고, 웃고, 듣고, 말하며 함께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그런 기부를 하고 있다.

 

▲ 빛소금교회 제공

 

그들에겐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곳 '제주'

빛소금교회 사랑부, 수련회 사역에 나서다

 

서울 빛소금교회 사랑부(장애인 부)는 지난 2017년 여름 수련회를 기획하면서 제주도를 소망한 바 있다. 제주는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지이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경험하고 싶은 장소였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이들에게는 꿈같은 소망이었다.

 

쉽사리 이뤄질 수 있는 소망은 아니었다. 무려 6년이나 걸린 일이었다. 장애인 신자들과 ‘여름 수련회’를 제주도에서 열고 싶다는 생각은 시간이 흘러 현실이 됐다. 시작은 장애인들을 돌보며 신앙활동을 하는 사랑부 교사들의 바람이었다. 

 

“제주도는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지이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수련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수련회 실현은 코로나 등으로 미뤄져서 올해가 되어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련회를 주관했던 빛소금교회 김호식 장로의 말이다. 

 

제주도는 육로로 가긴 멀고 먼 곳이어서 비행기로 가야 했는데, 장애인들을 태우고 가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비용부터 문제였다. 김 장로를 비롯한 교회 식구들은 성도들을 대상으로 특별헌금을 모금한다. 장애인과 가족들에겐 5만 원만 부담시켰다. 성도들은 이들의 아름다운 ‘감행’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김 장로와 수련회 스태프들은 그런 마음들이 기꺼웠고 예산은 이내 모였다.  

 

장애인들과 가족들은 휠체어가 출입하기 용이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을 탔고, 교사들과 스태프들은 저가항공을 타며 제주도에 안착했다. 이동 수단을 두고 스태프들은 1년을 고민했다. 답사 2번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장애인들이 맞닥뜨릴 이동상의 핸디캡들을 떠올렸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휠체어 서비스와 리프트 서비스를 신청했고, 제주도에 내려서 대절한 대형버스의 리프트 시스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다. 

 

제주에서의 일정은 제주자연사박물관에서 시작됐다. 오리엔테이션과 기도회를 가진 뒤 팀을 나눴다. 팀은 학생(장애인)들과 부모팀으로 나뉘었는데, 장애인 자식을 늘 염두에 두고 신경써야 했던 부모님을 위한 배려였다. 학생들은 제주의 자연과 풍광을 체험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너그러웠다.  

 

▲ 빛소금교회 제공


수차례 답사에도 눈앞에 놓였던 진입 장벽 

그때마다 은혜롭게 풀어나갔던 경험의 연속

장애학생들, 평화의 마을 보며 ‘자립’ 고민

 

이동 중에 목적지마다 휠체어가 진입하고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지 고려했다. 최근에는 장애가 있어도 아무 제약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무장애(Barrier Free)’ 여행지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일행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었다. 교회 스태프들의 사전 조사로 학생들의 제약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시설을 대여해 휠체어로 사장에 들어가는 등 추억을 만들었다. 

 

“숙소 잡는 일도 애를 먹었어요. 제주 시내 많은 숙박시설을 알아봤는데 장애 학생들의 숙박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찾다 찾다 서귀포시의 마땅한 곳을 찾았는데, 휠체어 이용과 장애인 전용호실, 집회를 위한 공간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김 장로는 기도 끝에 응답을 받은 셈이라며 웃었다. 수련회 몇 달 전부터 릴레이로 금식기도를 올리기도 했단다. 기도는 출발 전까지 이어졌다. 기도의 효과가, 그 응답이 제주에 내린 걸까. 

 

학생들은 신이 나게 놀았다. 난생처음 바다를 보는 학생도 있었다. 매번 좁다란 공간 안에서 하루를 보내곤 하던 학생들의 세상이 하늘, 바다처럼 넓어졌다.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이 젖었다. 스태프들은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표정에 함께 웃었다. 

 

▲ 빛소금교회 제공

 

수련회에 참여한 한 스태프는 “아이들이 전보다 한층 적극적이 됐다.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부분 부모나 보호자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실제 해수욕을 할 때 강렬한 의지를 보였고 제주 평화의 마을에서 자립에의 도전도 느꼈다”고 말했다. 

 

2박 3일 사이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한 학생들이었다. 특히 장애인 자립 공동체인 평화의 마을에서 사랑부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마주하고 깨닫는 바가 많았다. 평화의 마을엔 장애인들의 직장과 공동주택이 있었는데 크리스천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주체와 자립의 마을로서 유럽과 독일의 모델을 한국화한 곳이었다.

 

사랑부 학생들은 특히나 이곳의 사람들과 마을을 오래 응시했다. 부모들은 장애인 자립과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을 일찌감치 알았던 터라 이 귀한 마을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행함으로 나의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야고보서 2장 18절 

 

김 장로는 이번 수련회를 통해 더 깊어진 신앙의 성숙을 바랐다. 야고보서의 경구를 새기며 수련회라는 사역에 함께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 수련회를 바라보며 염려하는 시선, 격려하고 후원하는 손길,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분에 넘치는 복이자 그분이 주신 사랑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김 장로의 눈이 반짝거렸다. 

 

함께 만들어간 수련회, 예수님 사랑 느끼다

김호식 장로 “신앙적 성숙을 기대, 이뤘다”     

모두의 마음이 이뤄낸 작은 기적 

 

사랑부는 예수님을 떠올렸다. 예수님의 관심은 철저하게 세상의 관점에서 낮은 이들에게 향한다고 알고 있다. 이번 수련회를 치르면서 예수님을 닮자고 하는 마음을 먹었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줬다. 그 가운데서 ‘사랑’을 봤다. 교회가 성장만을 추구하고 교세를 확장하며 세속적으로 굴 때 사랑부의 관심은 도움이 필요한 주위의 이웃을 향했다. 그것이 예수님의 마음이자, 옳은 신앙이라고 여겼다.

 

김 장로는 예수님이 이런 마음에 ‘응답’해주셨다고 믿는다. 증거가 있었다. 바로 ‘날씨’. 가는 일정마다 좋은 날씨 아래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강우가 예보된 하루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날씨가 좋았다. 학생들은 물론 가족들, 스태프들이 모두 사흘 동안 아무 탈 없이 일정을 마쳤다. 

 

“사람도 없고, 바람도 없고, 햇빛도 없었습니다. 날씨를 주관하시는 그분이 우리를 위해 마련해주신 날씨는 훌륭했고 일정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김 장로는 그 사흘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사랑부는 ‘이후’를 예비한다. 비슷한 계획을 세울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명문화”란 답이 돌아온다. 김 장로는 5년마다 비슷한 수련회를 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개정되면 좋겠다는 마음. 5년은 너무 먼 주기고 3년이 적당할 것 같다고 한다. 동심이 엿보이는 답변이었다. 

 

▲ 빛소금교회 제공


처음엔 장애학생과 수련회를, 그것도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에 수련회를 떠났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단순히 그 사실을 응시했다. 마치 ‘곡예’를 보듯 그들의 수련회를 지켜봤다면 취재를 마친 지금은 그들의 ‘마음’에 주목한다. 장애인 가족에 대한 진심이 이 수련회를 움직였고, 장애인 정책과 자립에 대한 관심이 이 수련회를 풍요롭게 했다. 낮은 곳, 때묻은 곳, 아프고 병든 곳에 임하였던 예수님의 사랑을 배워 서로에 마음을 쓰는 경험을 나눴던 기억이다. 

 

김 장로는 그 사흘만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그는 “우리는 제주도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신앙적으로 한층 성숙해졌고, 모두 한 뼘 자랐죠.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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