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북칼럼]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

박항준 | 기사입력 2023/12/01 [16:48]

[박항준의 북칼럼]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

박항준 | 입력 : 2023/12/01 [16:48]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기적 유전자, 파리대왕, 리바이어던 부류의 책들은 인간은 생존과 경쟁, 종족 번식을 위해 살인, 전쟁과 학살로 국가와 사회를 존속시키면서, 살아남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폭력성으로 대변되는 성향들을 가졌다는 것이다. 21세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과 인종청소, 전쟁 등을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의문점이 든다. 왜 이 잔인한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고 오히려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매일 살인과 살육, 무질서가 판치는 인류사회가 돼야 했는데 지금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은 꼭그렇지마는아니지 않은가?.     

 

이 물음에 해답을 주는 책이 바로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다. 앞서 인간의 잔악성을 비판하던 책들과는 달리 “위기의 순간, 인간은 선한 본성에 압도당한다!”라고 주장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통 지저분한 뉴스들을 보다가 따뜻한 온정의 뉴스를 본 느낌이랄까? 물론 인류애와 선성설에 사로잡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형이상학이나 신파적이기보다는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류의 악랄함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험환경의 조작적 정의 문제점과 한계를 공론화한다.     

 

아무리 나쁜 뉴스가 만연하더라도 이는 자극적인 기사에 쉽게 노출 되었을 뿐 우리 인간사회는 더 따뜻하고 좋은 소식이 더 많다. 그 점을 휴먼카인드는 즉시 한다. 휴먼카인드는 성악설을 주장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나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나쁜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조국과 가족을 위해 전쟁에 나가는 것을 폭력적이며 인류의 본성이라 할 수 없다. 극한 생존의 상황에서 나온 인간의 행동이 인류 전체의 행동인양 취급하는 것 또한 옳다고만 볼 수 없다.     

 

필자는 휴먼카인드를 읽다가 ‘디엔트로피’의 개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대학교에서 처음 읽었던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 대한 반대개념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말이다. 엔트로피(Entropy)는 무질서도 또는 혼돈의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학적 개념이다. 엔트로피가 높다는 것은 시스템의 무질서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열역학적 과정에서 이 무질서도는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정된 공간 내에서 뜨거운 물과 얼음을 놓아두면 분자운동이 활발한 불완전한 열은 안정된 구조의 얼음을 녹인다. 불안전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반면 열은 안정성이 높은 얼음을 녹게 할 수는 있어도 얼릴 수 없다. 에너지는 점점 더 불안정한 상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에너지가 점점 불안정한 상태로 변환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은 사회학에도 대입되어 선악설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모이면 모일수록 불완전하여 폭력과 경쟁 속에 노출된다고 사회물리학자들은 주장한다. 비합리적 의사결정 주체로서 대중의 불안전성을 익히 경고한다.     

 

그러한 엔트로피는 한정된 공간을 전제로 한다. 한정되고 특정한 환경 내에서는 불완전한 엔트로피가 발현되지만 반면 환경이 바뀔 경우 디엔트로피 즉, 안정된 상태로 전환되는 현상이 있다. 열에너지가 얼음을 얼리는 냉장고의 경우다. 인간이 공동선에 동의하고, 인류애적 활동을 벌이는 디엔트로피적 모습은 잔인하고 잔악한 인류활동보다 훨씬 많이, 넓게 세계에 퍼져있다. 이들의 희생과 따뜻함이 디엔트로피 즉, 사회적 안정성을 만들어 문명을 발전시킨다. 물론 그 역사 속에서도 어느 한켠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갈등이 일어나고, 살인과 학살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인류모습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휴먼카인드는 인간을 연구한 책 중 오랜만에 만난 기분 좋은 책이다. 부끄럽지도, 악하지도 않다. 다 읽고 나면 “아!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틀려도 믿고 싶을 정도다. 매일 흘러나오는 전쟁과 학살소식, 살인사건, 총기난사, 종교갈등, 민족갈등, 정치적 다른 이의 악마적 행태 등을 보면서도 이것이 우리 인간의 전부는 아니라는데 위안이 생긴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21세기 석학 유발 하라리의 추천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이나 즐거웠다.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만들어 주고, 오랫동안 이어온 나의 신념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매우 유익한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책을 열렬히 추천한다.”

 

박항준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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