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아일랜드' 한강의 기적? 한강의 경악?

배문희기자 | 기사입력 2010/06/17 [09:39]

'플로팅 아일랜드' 한강의 기적? 한강의 경악?

배문희기자 | 입력 : 2010/06/17 [09:39]
ⓒ김효주기자

 
한강은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유구히 흘러온 역사의 산증인이자 인간의 삶을 지켜온 생명의 젖줄이다. 강의 젖줄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어디 인간뿐이랴. 한강은 갖가지 동식물들을 넉넉히 품으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한강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특히 서울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플로팅 아일랜드’를 한강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는 2011년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한강에서 열어 한강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포부다. 

하지만, 플로팅 아일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편에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도심공간을 재창조하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안정성과 환경파괴 문제를 이유로 ‘한강의 경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강에 뜬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플로팅 아일랜드’가 과연 한강의 꽃이 될 수 있을지 문화저널21이 집중 취재해봤다.
 
◆서울시 “물 위에 뜬 3개의 섬, 한강의 랜드마크 될 것” 
6일 반포 한강공원에 가니 반포대교 부근에 3개의 인공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플로팅 아일랜드다. 플로팅 아일랜드는 반포대교 남단 한강에 띄우는 3개의 인공섬을 말한다. 플로팅 아일랜드는  한강에 인공섬을 만들어 색다른 수변문화 공간을 만들자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탄생됐다.  플로팅 아일랜드는 기존의 교각이나 건물처럼 지면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채 위에 건물을 짓는 형태로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3개의 섬은 각각 의미와 기능이 다르다. 제1섬인 비스타(vista)는 ‘만개한 꽃’ 형상으로  페스티벌, 컨퍼런스, 연극, 콘서트 등의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홀(692)석, 식당, 축제공간 등으로 운영된다.  제2섬인 비바(viva)는 ‘꽃봉오리’ 형상으로 테마카페와 문화체험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3섬인 테라(terra)’는 ‘씨앗’으로 형상화되며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보트계류장, 물보라 정원 등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플로팅 아일랜드의 둘레엔 발광 다이오드(led)를 시공해 ‘안갯속에 핀 등불’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김효주기자
◆“홍수와 태풍에 안전할까?” 우려

 하지만, 이와 같은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인공섬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안전성 문제다. 홍수나 태풍이 발생하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수가 발생할 시 3개의 인공섬이 한강의 범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연결 체인이 끊어지면 인공섬이 떠내려가다가 동작대교에 부딪쳐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안정성에 대해선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바닥에 아파트 1개 동만한 면적의 콘크리트 블록을 박아 쇠사슬로 매달게 되는 형식으로 시공해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통해 위치에서 벗어나면 와이어를 조정하면서 섬을 제자리에 고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강을 아프게 하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 비판 
 인공섬을 고정하기 위해 강바닥에 대규모 콘크리트 블록을 박는 설계방식에 대해 반(反)환경적이라는 지적도 거세게 일고 있다.  

녹색연합 최위환 정책팀장은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강에 인공 구조물을 띄우는 것 자체가 강의 자연적인 흐름을 방해하고 생태적 연결고리를 끊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강르네상스의 본질은 한강이라는 공간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것인데 사업 내용들은 대부분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건물을 세워 한강을 콘크리트 어항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플로팅아일랜드 담당 박철규 주무관은 “강바닥에 콘크리트 블록이 있는 것이 강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팩트(사실)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946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자해서 만드는 것 치고는 시민들이 즐길만한 시설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섬에 들어설 시설들이 행사장, 카페, 보트장 등 다른 곳에서도 즐길만한 것들이라 이색적인 아이템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시민들이 자연을 느끼며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다.

특히 모든 시설과 운영방향이 ‘대기업’과 ‘브랜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임대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 플로팅 아일랜드,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후보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두고 극과 극의 환경공약을 발표하며 뜨거운 쟁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한명숙 후보는 “한강에 화려한 시설을 짓고 개발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강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 볼 수 있었듯 화려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단기간에 무리를 하다가는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를 만드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플로팅 아일랜드 조감도를 보면서 왜 946억 원을 들여 이걸 한강에 띄워야 할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돼 그 속에 꾸려질 콘텐츠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주기자

◆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제대로 가고 있나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2007년부터 수상택시를 운영해오고 있다. 당시 서울시는 수상택시를 하루 1만 2000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한강을 바라보며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한강다리 6곳에 전망대 카페를 마련했으나 주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용객들의 차가 주변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등 주변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가 4500억 원을 들여 한강대교 옆 노들섬에 지을 예정인 오페라하우스의 경우도 취약한 교통과 접근성으로 인해 ‘그들만의 오페라하우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오페라에 대한 수요가 미미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거대한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필요까지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강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강바닥에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박는 설계방식의 플로팅 아일랜드를 비롯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의 주요사업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경제가치를 부르짖고 있을 뿐, 생태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 생명이 흐르는 한강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그렇다면, 생명이 흐르는 한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강복원연구단을 조직해 열정적으로 생태 살리기에 앞장서온 홍성태 교수는 한강에 설치된 콘크리트 제방과 콘크리트 댐인 수중보만 철거해도 한강의 옛 모습을 70~80% 가량 복원할 수 있고,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지금 한강은 엄밀히 말하면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이루어졌을 뿐 강이 아니다”며 “다시 강으로 만들려면 콘크리트 제방을 긁어내고 불필요한 댐인 잠실, 신곡 수중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콘크리트 수로와 수중보를 제거하면 강물이 탁해지며 홍수시 범람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수질문제는 지천에서 오염된 물이 유입되기에 그런 것이므로 지천에서 하수처리를 강화하면 된다”며 “오히려 잠실, 신곡보 수중보가 물을 가둬놓는 바람에 한강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크리트 제방을 긁어내도 뒤쪽으로 인공제방이 높게 건설돼 있기 때문에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콘크리트를 긁어내고 하천 습지를 조성하면 유수지 효과를 내서 홍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톱이 살아있는 미사리 한강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홍 교수는 “미사리 한강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쪽도 잠실 수중보 때문에 훼손된 상태”라며 “강변 습지가 남아 있어 사람들이 그 모습을 좋아하지만 그 모습도 예전 미사리의 100분의 1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 미사리 한강은 1000만 평이 넘는 모래밭에 곳곳에 여울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래밭을 신군부 시절에 다 긁어내서 없애고 인공수로를 만들어 한강 본연의 모습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한강은 거대한 자연의 보고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를 비롯해 참새, 까치, 딱새, 촉새, 박새 등 46종에 달하는 새들이 터전을 이루며 살고 있다. 한강으로 흐르는 지천에서 서식하는 생명까지 모두 합치면 총 1600 어종의 생물이 한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 생명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훌륭한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화려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계획하기 전에 한강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면 어땠을까.

배문희 기자 baemoony@mhj21.com



1>
  • 도배방지 이미지

  • visitor 2010/06/23 [15:03] 수정 | 삭제
  • 서울시 돈들어가는 거 하나 없죠..
    효성을 비롯한 기업 컨소시엄에서 투자하는 사업이니까요..
    환경적인 문제는 고려 대상이지만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건 곤란..
  • arigato 2010/06/20 [07:46] 수정 | 삭제

  • 저기 다 부실공사 해서 시멘트 다 흘러내리고, 홍수오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네요. 오세훈씨 재임 기간엔 자숙 좀 하시고 짱구 좀 굴리면서 서울시

    돈 좀 작작 써대셨으면 좋겠어요. 자기 돈이면 그렇게 쓰시려나..800억씩. 혈세로

    부실공사나 해대고~ 아 진짜 짜증 이빠이네요.
  • rdeo 2010/06/17 [15:38] 수정 | 삭제
  • 안그래도 여름만 되면 폭죽가지고 놀고 그래서 시끄러워서 잠도 못자는데 플로팅 아일랜드까지 생기면.....ㄷㄷ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