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기여,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비전입니다"

배문희기자 | 기사입력 2010/06/17 [10:25]

"문화에 기여,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비전입니다"

배문희기자 | 입력 : 2010/06/17 [10:25]
[특별대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병철 회장
문화저널21 최세진 발행인

 
윤병철(73)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사장, 하나은행 초대 행장, 하나은행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친 한국 금융계의 거목(巨木)이다. 하지만, 그가 빛나는 이유는 화려한 프로필이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사랑과 나눔을 위해 앞장서는 그의 또 다른 모습 때문이다.  금융인으로 현직에 있을 때부터 사회적 기여에 많은 관심과 공헌을 해온 그가 사랑과 나눔의 전령사로 본격적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 200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 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기업이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하며 특히 문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니 돈은 한낱 종잇조각, 쇠붙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통해 어떻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금융계에 있으면서 평생 돈을 만져온 그는 좋은 일에 쓰이지 않는다면 돈은 한낱 종잇조각과 쇠붙이에 불과하다고 표현하며 가치있게 돈을 쓰고 나누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재원기자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세계는 문화의 전쟁 시대라고 하는데 문화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전 시대가 경제의 시대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경쟁 아이템은 단연코 문화입니다.
  예를 들어 가방 하나를 보더라도 예전엔 기능만 좋으면 됐지만 이제는 디자인이 아름다워야 가치가 올라갑니다. 기능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문화적인 요소가 얼마나 담겼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즉 아름다움이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복싱을 할 때도 라이트급과 헤비급이 붙으면 누가 보더라도 성패가 눈에 보이겠지요. 하지만, 헤비급끼리 붙여 놓으면 머리카락 하나라도 기술이 좋아야 이깁니다. 여기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문화의 힘, 즉 창의력입니다. 롤렉스 시계가 세계적인 명품 시계라고 하지만 기능면에서 우리나라 시계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롤렉스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역사와 가치, 디자인 등이 수백 배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에 관심을 돌려야 하며 문화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문화산업을 변방에 둔다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입니다”

- 금융인으로서 나눔문화에 앞장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사실 시골출신입니다. 촌에서 나서 은행장까지 됐다고 하면 사회에선 출세했다고들 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나 혼자가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메세나 운동을 통해 문화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을 쏟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메세나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메세나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우리 경제가 문화의 옷을 입혀야만 오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그래도 문화인에 비해 돈이 많은 기업이 문화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식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1993년에 국립발레단 후원회를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국립단체를 왜 민간에서 지원하느냐고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회원을 모으기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더 좋은 공연을 즐기기 위해 문화에 후원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후원회의 취지를 알리고 활동을 이어갔더니 발레단의 공연에 감동했다면서 10만 원, 20만 원씩 후원금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그래도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하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구나!’, ‘꾸준히 하는 것을 이길만한 장사는 없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오대양에 잉크 한 방울 떨어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마는 그런 힘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여자가 원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을 품어도 그럴진대 좋은 뜻을 가지고 집중하면 그보다 더한 것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몸담고 계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 가운데에서 태어납니다. 우연히 태어났는데 누구는 명망가의 자식, 누구는 지게꾼의 자식으로 태어납니다.  또 사회에서 경쟁을 할 때도 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만큼 기회를 많이 얻는 반면, 부를 가지지 않고 태어난 사람은 그만큼 기회를 적게 얻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회를 적게 얻는 사람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든지,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지탱해주는 단체입니다.  물론 사회복지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지만 정부가 많은 수요를 일일이 섬세하게 챙길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기부를 해서 노약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 최근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제가 금융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돈 관리를 잘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을 하다 파산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그것이 오로지 개인의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돈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숱하게 친구하고 잘 지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습니까.  하지만,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스스로 판단해서 써야 하는 돈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 중에 돈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돈 관리를 가르쳐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서 사람들이 걱정 없이 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최재원기자
- 회장님의 인생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혜란 무엇인고하니 지식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지식은 많으나 지혜가 없으면 항상 불안하고 대립하고 싸우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대립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식은 많으나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단체를 이끌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지혜롭게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예전엔 사회 곳곳에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다들 지식은 넘치나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대중매체의 과잉 때문입니다. 예전엔 어린아이가 혼자서 놀고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스스로 내재한 잠재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릴 때부터 눈만 뜨면 텔레비전을 봅니다. 잠재력을 쓰고 키워나갈 기회가 없는 것이지요. 또 성공이라는 관점에 대해서도 자기 개인이 돈을 얼마 버느냐가 아니라 그 성공이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성공은 성공이 아니며,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성공이라는 부르는 사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회장님의 노익장이 대단하십니다. 왕성한 활동력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제가 좋아하는 시 중에 청춘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청춘의 시구처럼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으면 늙는 것입니다. 또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을 하게 되고 좋은 일은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생각이 많아져야 합니다. 꽃밭엔 꽃이 한 송이만 있어선 안 되고 여러 송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활동계획은 무엇입니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이 평탄해야 사회 전체가 화목해집니다. 그래서 가정이 행복해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가정이 자기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자산관리 교육 등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문화저널21에 제언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문화저널21이 사회에 좋은 역할을 많이 한 것에 대해 격려와 지지를 보냅니다.  언론은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느 한 쪽만 보듬을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고르게 보듬고 비쳐야 합니다. 앞으로 지식 중심의 사회에서 지혜의 사회로 나갈 때 문화의 힘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런 역할을 인지하고 지금부터 원대한 꿈을 갖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he is... 윤병철 회장>
1937년 5월 15일 경상남도 거제 출생 / 부산대학교 법학 학사 / 한국투자금융 사장 / 하나은행 초대행장 / 하나은행 회장 /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 1997년 한국능률협회 한국경영대상 금융, 공공부문상 수상 / 1998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 / 現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정리 / 배문희기자 baem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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