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자료부족 지적에 가족 신상털기…“인사청문회 왜 이래요”

청문회는 히어링(Hearing)인데…국회의원 ‘몸값 올리기’로 변질된 청문회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06/02 [17:25]

[Why] 자료부족 지적에 가족 신상털기…“인사청문회 왜 이래요”

청문회는 히어링(Hearing)인데…국회의원 ‘몸값 올리기’로 변질된 청문회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06/02 [17:25]

인사청문회, 국민 궁금증 해결이 최종목표 돼야

청문회는 히어링(Hearing)인데…국회의원 ‘몸값 올리기’로 변질된 청문회

“없는 자료 어떻게 내나”…공격만을 위한 질의에 후보자 정책검증 ‘뒷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서훈 국정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내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료부족이나 가족비리 등으로 발목을 잡는 행태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입장에서는 보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많은 자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후보자 가족비리가 후보자 개인을 평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타당하다는 주장을 펴지만 매 인사청문회마다 진행되는 공격만을 위한 질문은 오히려 국민 피로감만 높인다는 우려가 있다.

 

더욱이 청문회가 후보자의 사상이나 정책 방향에 대해 ‘듣는’ 자리가 돼야 함에도 질의를 하는 의원들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자의 말까지 끊어가며 질의를 퍼붓는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회 본회의장 내부모습 (사진=박영주 기자 / 자료사진)

 

7번 손봤지만…아직까지 갈길 먼 ‘인사청문회’

與는 ‘방어’ 野는 ‘공격’…치고 막기만 급급

정작 국민 궁금증 해결 안 되는 경우 많아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이었다. 그 전에는 단순히 대통령이 임명한 후보자를 국회 본회의에서 가부 투표로서 결정하는 방식이었지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면서 후보자의 도덕성·자질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인사청문회법은 활동기간 연장, 인사청문대상 확대 등을 위해 총 7번의 개정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나 교육수준의 증대에 비해 현행 인사청문회법이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야당은 흠집내기를 위한 공격에만, 여당은 이를 막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방야공(與防野攻: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한다)식 청문회는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모양새다. 

 

청문회 질의를 자신의 ‘몸값띄우기’로 이용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상당수 있다. 일부 의원들은 7분정도 주어지는 질의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장황하게 연설하고 후보자에게는 “네 아니오로만 답하라.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7분이라는 시간동안 후보자의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질문하는 의원이 자신의 말만 하는 경우, 국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후보자 청문회하는 건지 의원들 아무말 대잔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작 국민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배우자 학군배정을 위한 위장전입과 처갓집의 재산상황 공개 등이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 후보자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 자료제출 부실 등을 중점적으로 공략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핵심 정책들에 대해 총리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과 일을 해나갈 생각인지 등을 궁금해 했다.

 

후보자를 청문하는 자리가 엉뚱하게도 후보자의 가족을 검증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사청문과정에서 국민들의 불만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국민의 59.8%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5대원칙에 저촉되더라도 역량이 있으면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인사청문회를 생중계로 시청한 국민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질의했던 동성애 찬반논란·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에 대한 후보자의 시각을 묻는 질의가 그나마 유의미한 질문으로 꼽았고, 정치적 자질이나 정책검증에 집중한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의 질의도 날카로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 이낙연 총리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살펴보며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국민들, 탈세·병역·부동산투기에 ‘분노’…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은 ‘글쎄요’

검증은 좋지만, 지나친 신상 털기 자제해야…정책 검증 집중했으면

 

한국갤럽이 지난달30일부터 6월1일까지 전국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들이 가장 용납할 수 없는 비리는 증여나 상속 등에서 발생하는 탈세비리(7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병역비리(42%), 부동산 투기(38%) 등을 크게 문제 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야당 소속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위장전입(16%)과 논문표절(13%) 문제에 대해서는 중대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출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야당의 공세 역시도 국민들은 다소 불편하게 느꼈다. 특히 역대 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율을 보면 △정홍원 총리 65% △이완구 총리 53% △황교안 총리 78% △이낙연 총리 82%로 나타나 자료제출 요구에 충분히 협조했음에도 문제 삼는 것은 전형적인 발목잡기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이낙연 총리후보자는 “아들의 병역면제 판정 이후 어깨수술 자료를 내라는데 수술한 적이 없는데 없는 것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는 2일 진행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고스란히 불거졌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2월에 집중적으로 통장이 정리됐다”며 지난해 말 통장개설현황과 최근 폐쇄한 통장과 잔고내역을 요구해 여당 의원들로부터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납부 및 체납실적 사항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기업 및 개인의 적법한 금융 또는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인사청문회를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할 수 있는 만큼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 정도의 자료공개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후보자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펴갈지에 대한 검증으로 미래를 설계해야할 인사청문회가 과거 사생활 검증에 치우치는 것은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의 모습. 당시 누리꾼들의 제보로 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많았다.  (사진=박영주 기자 / 자료사진)

 

문자폭탄, 문자행동·정치참여로 봐야

최순실 청문회 당시 누리꾼들 제보 받아 진행한 질의 ‘호평’

인사청문회 역시도 국민 궁금증 해결이 최종목표 돼야

 

의원들이 자신들만의 리그식으로 운영하는 인사청문회 방식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누리꾼들로부터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허점을 찌르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은 보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제보를 이어갔고, 이러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유의미한 답변을 끌어내는데 일조했다. 

 

인사청문회 역시도 이러한 방식을 일부 차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다. 국회의원 개인이 당론에 따라 질의를 준비하는 방식이 아닌 마리텔(마이리틀텔레비전)식으로 실시간 댓글을 보고 국민들로부터 질문을 제안 받는 쌍방향 청문회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과 즉각 소통을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기술이 발전되면서 국민들이 SNS나 생중계 댓글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논의는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한 의원이 인사청문회 도중 날아온 문자를 읽고 삭제하려 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문자폭탄’은 단순히 의정활동 침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정치참여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정치학 교수는 “모든 혁명과 변화가 처음에는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반복될수록 점차 세련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지금 문자폭탄 역시도 처음에는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는 좋지 않은 양상으로 표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치참여라는 소기의 목적에 맞는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 분석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도 문자폭탄을 대신하는 브랜드로 ‘문자행동’을 제안하며 “문자행동은 칭찬도 질책도 가능하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도 있다. 여러분의 의견을 문자행동으로 보여 달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운영하고, 나라를 끌어갈 일꾼이 어떤 사람인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그 검증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 생중계 시스템이 도입됐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자리 잡히려면 특정 정당이 정치적 이해타산에 근거하지 않고 순수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해 질문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또 한번 개편돼야 한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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