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해가는 영어유치원, 아이들이 곪아간다

교육부 모니터링 결과, 영어유치원 불법 명칭사용 59건 적발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1/08 [17:41]

규제 피해가는 영어유치원, 아이들이 곪아간다

교육부 모니터링 결과, 영어유치원 불법 명칭사용 59건 적발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1/08 [17:41]

교육부 모니터링 결과, 영어유치원 불법 명칭사용 59건 적발돼

어린이집·유치원들 “영어교육 안하면 학부모들 불만…영어유치원 잡아내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일제 영어유치원 금지 등 강력한 조치 있어야”

 

“예전에는 한국어가 쉬웠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유치원에서는 다 영어로 말하는데 엄마 아빠는 한국어로 말해서 가끔은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놀러가고 싶은데 숙제가 너무 많아서 놀 시간이 없어요.”

 

6살 아이의 하소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안쓰럽고 측은한 고민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자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서울 지역 반일제 영어학원의 하루 평균 영어 수업시간은 4시간 57분으로 중학교 수업시간과 동일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수업과 숙제에 치여 ‘쓸데없는 고민’에 울상을 짓는다. 영어유치원에서 내준 숙제를 엄마아빠가 대신 해주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영어유치원을 보냈더니 학부모의 영어실력이 늘 지경이라 비꼰다. 

 

28일 교육부는 영어·한글 등에 특성화된 선행학습을 막고, 놀이·돌봄 중심의 교육을 펴겠다는 취지의 유아교육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아이들이 과도한 학습에 노출돼 놀이조차 즐기지 못하는 비상식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규제의 칼날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갔다. 

 

방과 후 영어수업이 사라지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영어교육이 축소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학부모들은 “사교육 조장 정책”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누리과정을 초등 준비교육 등에서 놀이문화 중심으로 바꾸는 교육과정 개선을 준비하고 있으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과정에서의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며 “의견수렴을 통해 추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교육부의 해명에도 아직까지 여론은 들끓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인 A씨는 “영어교육을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왜 우리 어린이집은 안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한다”며 교육부의 규제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A씨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한 인격 형성 및 발달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학원처럼 읽고 쓰는 형태로 교육을 할 수 없다. 노래 부르기나 역할극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놀이를 통한 영어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러한 방식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영어유치원’이다. 기본적으로 영어학원의 변형된 형태인 영어유치원의 경우, 교사들의 자격에 대한 규제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유아교육 전문가가 아닌 아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연령별로 배워야하는 필수적인 유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0월 말부터 시도교육청과 함께 유아 영어학원의 불법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59개 학원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유아 영어학원이 명칭을 영어유치원, 킨더가든(Kindergarten), 프리스쿨(preSchool)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영어 학원을 마치 유치원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한 것”이라며 명칭변경 및 과태료 부과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지나친 사교육을 막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칭사용에 대한 모니터링 외에도 영어유치원이 육아교육 자격증을 제대로 갖고 있는 교사들을 채용하는지, 제대로 된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는지 등 총체적 점검이 요구된다. 영어유치원 역시도 일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단속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어교육 자체를 규제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유아교육을 하지 않으면서 영어만 가르치는 학원형 유치원을 막아야 한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영어유치원 규제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교육시민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전일제 영어유치원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홈페이지 하단 메뉴 참조 (ad@mhj21.com / master@mhj21.com)
  • 도배방지 이미지

영어유치원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