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문화로 세상보기] 연극 ‘미저리’

정재영 청소년기자 | 기사입력 2018/02/26 [10:36]

[18세, 문화로 세상보기] 연극 ‘미저리’

정재영 청소년기자 | 입력 : 2018/02/26 [10:36]

‘미저리’에 보다 강한 폐쇄성을 더하다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2학년)

심리 스릴러의 클래식이 된 영화 ‘미저리’가 연극으로 각색되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작가들이 겪는 압박감의 실체화에 집중했고, 영화 ‘미저리’는 각 인물의 광기에 집중했다. 연극 ‘미저리’는 폐쇄성이 높아지고, 장르적 특징은 줄어들어 보다 작가와 그의 넘버원 팬, ‘애니 윌크스’와 ‘폴 쉘든’에 집중한다. 자신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미저리’를 증오하게 된 ‘폴 쉘던’과  사랑에 빠진 광기어린 ‘애니 윌크스’. 이들은 작은 집에서 서로와 대립하고 두려워하며 점점 광적으로 변한다.

 

연극에서 영화보다 더욱 중요시되는 점은 폐쇄성이다. 영화는 보안관 ‘버스터’를 통하여 외부상황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선택을 하여 스토리적 개연성을 택하지만, 연극 ‘미저리’는 관객들에게 인물들의 상황을 강조하려고 노력한다. ‘애니 윌크스’의 집의 현관, 침실, 그리고 주방으로 이루어진 회전무대는 외부세계와 보다 단절되고 고립되어 보인다. 이는 극 자체를 두 인물 사이의 대화와 관계에 집중시켜주는 동시에, 휠체어로 밖에 움직일 수 없는 ‘폴 쉘든’의 상황을 더욱 처절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무대가 회전하며 ‘폴’이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과 ‘버스터’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영화보다 더욱 상황을 긴박하고 제한적이게 표현한다. 

 

두 인물들의 대사들로 대부분이 이루어진 연극은 둘의 관계에 집중한다. 분위기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에, 각자의 광기보다는 둘이 대립하고 서로 속고 속이면서 생기는 시너지에 초점을 둔다. 작가들이 느끼는 창작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폴’과 그를 물리적으로 압박하는 ‘애니’의 위협적인 행동들은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극이 진행될수록 인물들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어 관객들 앞에서 분노를 터트린다. 한 쪽이 강할 땐 다른 쪽이 약한, 서로가 압도하고 압도당하는 관계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 연극 ‘미저리’ 공연장면 (사진제공=Story P )

 

‘미저리’는 영화의 연극화라는 점에서 연극적인 요소들이 흐려질 때가 있다. 영화보다 장소적, 시간적 제한이 많기 때문에 장르성이 많이 희생된다. ‘애니 윌크스’의 광기어린 모습들의 임팩트가 부족하고, 그녀가 왜 이런 선택들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원작을 접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방금 일어난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긴장되고 완전한 몰입과 정적을 요구하는 장면을 실소로 답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에선 그냥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을 대사로 풀이해야 하거나 특정 행동을 크게 강조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스릴러로써의 특성들이 연극의 다소 느린 호흡과 어울리지 않아 긴장감의 유지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특히 마지막에 ‘폴’과 ‘애니’의 사투는 영화와 소설에서 등장한 것처럼 처절하게 진행되지 않고 그저 몸싸움으로 표현되어 임팩트가 덜하다. 원작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 있고, 스토리와 주제의식의 심각성이 경량화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감수=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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