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자 입김에 휘둘리는 ‘질병관리본부’…선진방역 뒷전

친환경 바이오 약품 있는데도 성충 방역에 농약 살충제 사용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12/26 [15:03]

[단독] 퇴직자 입김에 휘둘리는 ‘질병관리본부’…선진방역 뒷전

친환경 바이오 약품 있는데도 성충 방역에 농약 살충제 사용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12/26 [15:03]

성충 방역에 여전히 농약 살충제 사용…질병관리본부 퇴직자 입김 작용했나 

선진국은 유충 방제가 초점, 우리나라만 성충 방제…후진국형 모델 고집

 

전세계적으로 연간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기’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병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일본뇌염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염병은 전부 모기가 원인이었다. 

 

전세계가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방역은 ‘제2의 국방’으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 방역의 현주소는 처참하기 짝이 없다.

 

친환경 바이오 살충제를 사용해 유충단계부터 박멸하는 OECD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성충을 박멸하겠다고 농약성분으로 범벅된 살충제를 사용해왔다. 뿐만 아니라 후진국형 방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본부 퇴직자인 모 교수로부터 전염병 매개체(모기나 진드기 등) 감시와 관련한 지시를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질병관리본부의 '주요전염병 매개모기 방제 관리지침'을 비롯한 모기방제 자료들.   ©박영주 기자

 

지난 17일 본지는 2017년도와 2018년도 지자체 보건소에서 사용된 성충 퇴치용 살충제의 대부분이 농약성분이 포함돼 있는 살충제였다는 근거자료를 확보했다.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해본 결과, 유충 방제용 살충제는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충 방제에는 농약성분이 포함된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 발표한 '주요전염병 매개모기 방제관리 지침'을 통해 독성이 있는 농약성분 살충제 대신 친환경 바이오 살충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농약 성분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방역약품에는 주로 농약성분인 퍼메트린·비펜스린·에토펜프록스·싸이퍼메트린 등이 함유돼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모기방역에 사용되는 약품 중 인체에 유해한 케미컬 약품은 전체의 94.7%에 달한다. 이중 비펜스린의 경우 2013년도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일절 판매금지됐으며 미국환경보호청에서는 C등급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충에 쓰는 친환경 바이오 미생물 제제는 성충 방제약보다 비용 면에서 10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한번에 전환하기는 어렵다”며 “성충 방제 때는 친환경 제품은 효과가 좀 덜해서 금방 효과를 보이는 것(농약 살충제)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본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로 성충용 농약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틀린 주장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유충방제와 성충방제의 비율을 9:1 또는 8:2 정도로 하고 있으며, 환경과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S-메토프렌을 주성분으로 한 약품을 사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남부에서는 모기가 들끓는 지역에서 S-메토프렌(S-Methoprene) 과립제를 이용해 21일 마다 염습지 모기를 퇴치해 그 사례를 보고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에서도 친환경 바이오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사례는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도 기재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본부는 왜 굳이 성충방제를 고집하는걸까. 질본은 “유충방제를 하기 되면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돈도 돈이지만 유충은 찾기가 힘들지 않나. 물웅덩이라든가 정화조, 하수구 등을 찾아서 방제하는 부분이 노동이 많이 든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다.

 

질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질병관리본부에 근무했던 모 교수의 입김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퇴직한 모 교수는 성충 방제에 가열연무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폈으며 질본은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해당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주요전염병 매개모기 방제관리 지침'의 저자기도 하다. 

 

가열연무는 기존에 소독차 같은 연막소독이 아니라 물과 살충제를 희석해 분사하는 방식으로, 성충을 잡을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추세가 성충 박멸이 아닌 유충 박멸인 만큼, 해당 교수가 만든 지침에 질병관리본부가 휘둘린다는 비난을 피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방역, 국민 안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역을 위해서는 유충방역이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비용과 노동력 소요, 퇴직자의 조언을 이유로 비효율적이고 건강에 해로운 성체 방역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안전을 위해서는 친환경 바이오 약품을 사용한 유충 방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질병관리본부는 “지침 상으로는 3~5월에 유충 구제할 때 친환경 살충제를 우선적용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국회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친환경 바이오 약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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