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新풍속도-②] 소비자의 경험은 바가지의 명분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6/15 [16:18]

[바가지 新풍속도-②] 소비자의 경험은 바가지의 명분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6/15 [16:18]

▲ 2022년 10월 부산시는 BTS 콘서트 현장점검을 한다며 공연장을 점검했으나 정작 팬들이 묵어야 하는 숙박시설의 바가지요금을 막지는 못했다. / 부산시 제공

 

‘바가지(상술)를 쓰다’ 유래 

화교들 십인계(十人契)에서 유래됐을 가능성

 

바가지(상술)의 유래는 어디서 왔을까. 유래에 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용례를 보면 ‘쓰다/씌우다’와 함께 쓰이는 걸로 볼 땐 물건 ‘바가지’에서 사용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래 설 가운데 하나로 ‘화교’ 관련 설이 있다. 조선 말 개화기에 중국서 들어온 화교들이 주선한 ‘십인계(十人契)’라는 도박이 있었다. 1부터 10까지 쓰인 그릇이나 바가지를 놓고 이리저리 섞은 다음 바가지 한 개에 돈을 걸고 숫자를 맞히는 도박이었다. 여기서 숫자를 못 맞혀 돈을 잃으면 ‘바가지를 썼다’고 했는데 그러한 표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바가지가 발생하는 몇 가지 구조

수요과잉, 공급부족

공급독점이 이뤄지는 순간 

소비자의 경험을 볼모로 이뤄졌던 부산 사례 

 

바가지가 발생하는 구조는 간단하다. 수요는 과잉인데 공급이 적거나, 공급 독점이 이뤄지는 곳(것)들이다. 예컨대 여름철 해수욕장을 찾는 수많은 행락객들이나 가격을 담합해 공급이 이뤄지는 용산의 전자제품(부품)등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시장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가며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객이 큰 돈을 지불하며 누리고 싶은 경험을 사로잡아 바가지를 씌우는 곳도 있다. 

 

그룹 BTS의 콘서트가 열렸던 부산에 바가지 선풍이 일었다. 세계 각지에서 그룹을 보러 오는 관광객, 팬들이 묵고 쓸 숙박시설과 부대시설 등의 가격이 일제히 치솟았다. 평소엔 1박에 10만 원 하던 숙박업소가 콘서트가 열리는 앞뒷날 만큼은 1박에 125만 원까지 요금이 올랐다. 팬들은 하룻밤의 소중한 경험을 위해 떨리는 손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팬이자 소비자들의 소중한 ‘경험’을 볼모로 바가지를 씌웠던 경우다.  

 

공급 독점으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도 있다. 독점을 한 곳이 아니면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인기인 아이스크림을 독점으로 수입해 막대한 가격에 공급한 수입업체의 사례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싼 가격을 주고 해당 아이스크림을 구매했지만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 지난 2019년 6월부터 시작된 청정계곡 복원 사업후 의 포천 영평천 / 경기도 제공

 

바가지요금이라는 시장실패에 개입해야 하는 국가

경기도 계곡 상인, 대표적인 바가지요금과 지대추구 현장 

 

이처럼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만 재화와 서비스를 맡겨두면 공급독점이나 수요과잉인 바가지의 사슬에 걸릴 수밖에 없다. ‘시장 실패’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럴 때 개입해 정상적인 비용책정을 유도하거나 독점을 해체하는 정부의 구실이 중요해진다.  

 

매년 여름 행락철이면 바닷가와 계곡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바가지요금 근절 노력이 연일 기사에 오르내린다. 어쩌면 생의 단 한 번뿐인 기억과 경험에 눈물지으며 바가지요금을 내는 소비자들이 여전하지만 뒷맛은 좋지 않다. 그들은 고약한 바가지 사슬에 당한 셈이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곳들이 바가지가 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담합 구조를 파쇄하려고 하는 것이다.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경기도는 계곡에 불법 시설물을 축조한 뒤 소비자들을 받아 백숙 같은 음식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던 상인들의 시설을 철거했다. 당시 상인들은 대대적으로 반발했지만, 대표적인 ‘지대추구’(별다른 노력 없이 일정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비생산적이고 부당한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네이버 백과)인 바 경기도는 상인들의 진정과 반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계곡의 상인들은 일정의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불법 시설물을 축조해 자연경관과 음식을 함께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웠다. 주변 상인과 요금을 담합했고, 더 멋진 경관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자연을 훼손했다. 공급독점, 수요과잉, 지대추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바가지의 대표적인 현장이었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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