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으로 삶을 연주하다.

색소포니스트 손진

최하나기자 | 기사입력 2008/01/23 [10:15]

색소폰으로 삶을 연주하다.

색소포니스트 손진

최하나기자 | 입력 : 2008/01/23 [10:15]
음악은 우리가 행복한 순간뿐만 아니라 슬픈 순간에도 늘 곁에 있어 삶의 위로가 된다. 색소폰이란 악기는 우리 감정을 나직이 잘 표현하는 악기 중의 하나이다. 여기 색소폰 연주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그려내는 사람이 있다. 기자는 색소폰 연주자 손진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색소폰 연주자 손진의 활동
 
즐거운 음악교실
 
 인터뷰 중인 손진 ⓒ최재원기자
매주 토요일 즐거운 음악교실이 열린다. 색소폰 연주자 손진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색소폰 합주 수업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색소폰 합주를 한다. 취미로 홀로 연주했던 색소폰을 함께 연주하는 재미를 주는 즐거운 토요 음악교실엔 8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그중 40명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강제성 없는 수업인데도 5년 동안 계속 참여하는 수강생도 있을 정도로 그 열정은 대단하다고 한다.
 
그는 자유롭고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함께 수업할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좋은 합주를 위해 가끔 일방적으로 스트레스를 드리기도 하지만, 모두 잘 이해해주고 따라주신다고 했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토요 음악 교실의 색소폰 오케스트라는 1년에 1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정기연주회를 하며, 외부연주도 연 1회 진행하고 있다. 한예종의 즐거운 음악교실은 전문적인 학교 인력과 학교 시설을 휴일에 일반 시민들에게 활용할 기회를 주어,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게 하고 있다. 앞으로는 즐거운 토요 음악 교실이 수업에서의 연주뿐만 아니라 실력을 쌓아 음악적으로 소외된 시설들에 연주하러 다니며, 음악적 봉사활동을 실천할 것이라고 한다.
 
전문 연주자가 아닌 취미로 연주하는 즐거운 음악교실의 단원들.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각자의 생활이 있고,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라 연습량 등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단원들의 모든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연주회를 앞두고 수업 외의 평일 저녁, 퇴근 후에 모여서 연주도 하고 다과도 함께 나눴던 시간이 행복하게 남는다고 한다. 그런 시간이 모여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흐뭇하게 이야기했다.
 
프로가 아니기에 즐거운 음악교실 단원에게는 음악적인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색소폰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거나,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다가 음악교실을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동아리, 동호회 등을 통해 각자 연주를 취미 삼아 하다가 합주는 음악교실에 와서 처음 하게 되는데, 강의는 기초적인 합주적 부분을 반영하여 진행된다.
 
앞으로도 손진 교수는 계속해서 즐거운 토요 음악교실과 함께 할 것이다. 단원들의 큰 목표는 차근차근 배워서 아마추어로서는 세계 순위권 안에 드는 오케스트라가 된다고 한다. 음반으로도 그들의 열정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하니, 즐거운 색소폰 연주가 행복한 결실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즐거운 토요 음악교실' 단원들의 모습 (2007년 6월 23일기사 '즐거운 직장인들의 바람소리') ⓒ최재원기자

 서울 중구 윈드 오케스트라
 색소폰 연주자 손진은 서울 중구 윈드 오케스트라의 단원이기도 하다. 2007년 시작된 서울 중구 윈드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구립 관악오케스트라이다. 지역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편안하고 활기찬 중구를 대표할 새로운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서울 중구 윈드 오케스트라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재즈 등 다양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손진, 그의 이야기
 
그는 색소폰을 일찍 시작한 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관악부의 연주를 접하고 감동을 받았던 그는 그곳에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침 아버지도 색소폰을 취미로 하고 계셨기에, 색소폰은 그에게 낯선 악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색소폰을 연주하며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그, 그에게도 짧은 방황은 있었다. 고등학교 2,3학년 무렵. 누구나 진로에 대해 방황하는 시기였다. 다른 악기 하는 친구들은 목표를 세우고 있을 때, 그 당시 색소폰을 뽑는 대학이 없어 그는 잠시 방황을 했다고 한다. 1년 동안 대학 진학을 위해 클라리넷을 연주하기도 했던 그는 고교 졸업 후 바로 군 입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경찰 군악대에서 활동하며, 색소폰 연주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대학 음악원 1기로 입학하여 색소폰 연주의 길을 이어 갔다.
 
색소폰은 나의 삶, 그 자체
 
그에게 색소폰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색소폰이 삶 자체라고 여겼기에, 특별히 매력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끈끈한 열정을 내비쳤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제가 저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고 느꼈어요. 모든 감정표현에 가장 잘 맞는 악기인 것 같아요.” 그는 그렇게 색소폰으로 자신의 삶을 나직이 이야기해 오고 있었던 것 같다.
 
색소폰은 1840년 이후에 생긴 악기여서 그 이후 곡에는 편성되어 규모가 큰 곡 일부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에 기본적 편성이 되어 있지 않은 악기였다. 색소폰이 생기고 나서는 연주가 클 때, 색소폰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독주로 많이 연주된다.
 
“기본적으로 클래식을 굉장히 좋아해요. 색소폰이 알려진 것은 대중적인 부분에서 먼저 생겼다고 알고 있는데, 그만큼 색소폰이 감정 표현에 뛰어나기에 대중적 연주에도 많이 사용되는 거죠. 저는 기본적으로 장르의 구별이 없다고 생각해요. 클래식, 실용음악, 가요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자 목표입니다.” 그는 색소폰 연주를 통해 함께 즐길 수 있기를 이야기했다.
 
모든 일에는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에게 슬럼프는 무엇일까. 그는 슬럼프는 항상 있다며 말을 이었다. “연주를 끝내고 나서 다음 연주를 준비할 때 슬럼프가 가장 크죠. 저는 슬럼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교만하지 않을 수 있고, 다시 돌아볼 수 있고, 연습도 더 할 수 있죠. 슬럼프가 없다면 더 발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슬럼프를 느낄 때는 힘겹지만 극복하고 나면 얻는 희열이 더 크다고 말하는 그는 늘 한 걸음씩 차분하게 올라가는 듯 보였다.
 
연주를 스스로 즐기는 연주자와 전달자가 되는 것
 
열 세 살 때부터 시작해서 삼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색소폰과 한 몸처럼 지내는 그는 이제 색소폰 연주자 이자 선생님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는 색소폰이 나의 업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그는 어떤 연주자이자 선생님이 되고 싶을까.
 
“일단 아직은 제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먼저 제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그 이후에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을 똑같이 제자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주하는 동안 온전히 자신을 몰입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충무로아트센터에 위치한 '서울 중구 윈드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손진교수가 색소폰을 들고 있다. ⓒ최재원기자
우리 삶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풍경이 없다. 연주자에게는 모든 연주와 무대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중 색소폰 연주자 손진의 기억에 남는 연주는 어떤 것일까. 그는 모든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대학교 졸업 전 학교에서 첫 정규 연주회를 했어요. 솔리스트로 연주했고, 그때 데뷔를 했다고 할 수 있죠. 인생에서 첫 프로로서의 준비를 하는 연주여서 기억에 남네요.”
 
그는 이어 유학시설 은사님과 함께 한 네덜란드 투어 연주를 꼽았다. “도심에서는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지만, 도 외지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젊은이들도 없고 거의 어르신들만 사는 시골에 가서 작은 교회 등에서 연주를 했어요. 어르신들 모셔놓고 선생님과 연주를 하는데,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연주 끝나고 소박하게 차려주신 음식을 나눠 먹고, 좋았다고 표현해주시며 안아주실 때 굉장히 행복했어요.” 그의 미소에서 행복이 묻어나왔다. 이어 최근에 한 아미띠에와의 협연에 오보에 곡을 하며 함께 만족을 나눴던 기억을 꺼냈다. 또 첼리스트 이숙정과 그가 리더로 있는 서울 퓨전앙상블 팀이 함께 팝과 탱고를 연주했던 것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했다. 이처럼 색소폰과 함께 그의 삶은 따뜻하게 기억되고 있었다.
 
앞으로 그는 서울 중구 오케스트라와 서울 퓨전앙상블에서 지금처럼 꾸준히 활동할 것이다. 이어 그는 올해 큰 목표가 있다고 한다. 색소폰 연주자 손진의 완성도 높은 클래식, 팝 음반을 함께 만드는 것. 그가 스스로 즐기며 한 연주가 많은 이들의 삶 또한 즐겁게 해 주기를 바란다.
 
“색소폰이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어 있는 악기임에도 다른 악기들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팝이나 클래식을 같이 연주하려는 이유도, 이 같은 색소폰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어서죠.”
 
색소폰 연주자 손진은 마지막으로 색소폰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고 말했다. 우리가 따뜻한 시선으로 색소폰이 만져주는 우리네 감성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네 삶과 감정을 잘 이야기 해 줄 그의 연주를 기다려 본다.

다채로운 문화정보의 쉼터 문화예술분야 선두주자
copyright ⓒ 문화저널21 www.mhj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Copyright ⓒ 문화저널21 www.mhj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저널21 / 문화전문기자

벅찼던 순간은 언제나,내가 누구와 혹은 무엇과 함께 소통하고 있음을 느낄때였습니다. 소통, 나눔, 공감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피플+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