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얻은듯 '워크아웃' 외치는 기업들

팬택, 에스콰이아 등 워크아웃 신청

박현수기자 | 기사입력 2014/03/07 [08:46]

만병통치약 얻은듯 '워크아웃' 외치는 기업들

팬택, 에스콰이아 등 워크아웃 신청

박현수기자 | 입력 : 2014/03/07 [08:46]
 
[문화저널21 = 박현수 기자] 건설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워크아웃 재수생’이 또 다시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이다. 팬택은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 2개월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단은 이를 받아 들였다. 5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중견 제화업체 ‘에스콰이아’ 역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매년 이어지는 기업들의 워크아웃 신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팬택 ‘워크아웃 재수생’의 길을 택하다
팬택은 이미 2007년 워크아웃을 한번 겪었다. 당시 팬택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CP와 회사채가 8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위기 상태였다. 결국 당시 팬택에게 투자했던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국민은행은 2006년 4분기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추가 충당금으로 쌓는 바람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었다.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도 100억원 이상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 팬택 사태에 충격을 입은 금융당국은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팬택은 워크아웃을 탈출하는데 4년 8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워크아웃 탈출과 동시에 펼쳐진 ‘스마트폰 경쟁’에 팬택은 다시금 어려움을 겪게 됐다. 온힘을 쏟아 개발한 팬택의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위기타개를 위해 박병엽 당시 부회장은 퀼컴으로부터 2300만달러의 출자전환을 이뤄냈고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로부터 팬택 지분(10%) 인수 조건과 함께 53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2012년 3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막지는 못했고 이 과정에서 박병엽 부회장은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작년 10월에는 임직원 30% 6개월 무급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한숨 돌린 팬택, 흑자전환이 최우선 과제
일단 워크아웃을 신청한 팬택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채권단 분위기도 1차 워크아웃 때보다는 팬택의 위기감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팬택의 현재 위기 상황이 제품과 기술력 등 경쟁력의 퇴보 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른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재정적 상황만 해결된다면 회생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팬택 관계자는 “1차 워크아웃은 회사의 직접적인 존폐가 걸렸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꼭 거쳐야 판단 아래 먼저 신청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상반기 흑자전환이다. 지난해 4분기 3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분기 대비 적자를 1600억원 가량이나 줄인 규모다. 팬택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로 분산됐던 영업망을 내수로 집중하는 등 사업 재편도 본격화되고 '베가' 시리즈 등 제품 경쟁력 또한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다만 3~4월 예정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삼성, LG에 비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팬택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객 서비스센터 이용시간을 늘리는 등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서비스센터 토요일 운영시간을 기존 오후 3시에서 3시간 더 연장하고, 이마트 입점 서비스센터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 입점 서비스센터의 경우, 올해 20곳 이상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서울과 수도권, 하반기에는 지방도시 위주로 입점을 추진한다.

아울러 팬택은 다음달 최신 모델인 '베가 시크릿 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기존 모델의 운영체제를 '킷캣'으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을 승인한 채권단은 기업 실사 후 이르면 4월 추가 채권단 회의를 거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기존 부채의 출자전환, 이자율 조정 등 채권 재조정안과 신규 자금 지원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54년 역사 ‘에스콰이아’ 무너질까?
비슷한 시기에 ‘에스콰이아’ 역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콰이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H&Q AP 코리아’는 지난주 채권단에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을 상대로 대출금 만기 연장을 추진했으나 실패해 이대로 가다가는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에스콰이아가 금융권에 진 부채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약 980억원에 달한다.

에스콰이아는 1961년 고(故) 이인표 전 회장이 창업해 가족기업으로 성장, 종합 패션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소비시장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2009년 H&Q AP 코리아로 매각됐다. 2011년 사명을 ‘이에프씨’(EFC·에스콰이아 패션 컴퍼니)로 바꿔 재기를 노렸지만, 해외 브랜드 등에 밀려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워크아웃 재수생 막을 방법 없나?
이렇듯 워크아웃 기업이 늘어날수록 은행업계는 부담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워크아웃 재수생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은행의 지원 방안에 대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지난해말 경남기업이 두 번째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고 쌍용건설은 두 번째 워크아웃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은 아니더라도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태의 지원이 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hs@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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