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결산-환경·보건] 살충제 계란과 케모포비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12/26 [17:01]

[2017결산-환경·보건] 살충제 계란과 케모포비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12/26 [17:01]

[연말결산-환경·보건] 살충제 계란의 배신, 독성 생리대의 몰락 

 

당연하게 식탁에 오르던 계란은 살충제 파동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고 여성들의 필수품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이른바 ‘케모포비아’가 확산됐다. 

 

그런가하면 병원 측의 과실로 날파리가 든 수액이 환자에게 투여되거나 신생아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기부한 혈액이 녹십자로 흘러들어가 이윤창출에 쓰이고 있었다는 것 역시도 국민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2017년은 그야말로 믿었던 식‧제품들의 배신, 곪았던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터져 나오는 해였다. 올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그리고 그 속에서도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던 환경‧보건 이슈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미세먼지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신고리 5‧6호기 #4대강 개방 #가습기 살균제 #석면 #아우디·폭스바겐 조작 #문재인 케어 #햄버거병 #녹십자‧적십자 유착 #이국종 교수 #간호사 인권침해 #날파리 수액 #신생아 사망 

 

▲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도심 (사진=문화저널21 DB) 

 

◇ 미세먼지 오염 

 

중국발(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만성천식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외에도 뇌혈관에까지 침투해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사실상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인 셈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함께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의 동참 없이는 미세먼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살충제 계란 파동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논란은 국내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잔류농약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피프로닐·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총 52곳이었고 73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DDT가 검출된 농가도 2곳이나 나왔다.

 

모든 대형마트는 일제히 계란판매를 중단했고, 정부는 부랴부랴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전 단계를 체크하는 강도 높은 식품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대책마련에 발 빠르게 나섰지만 이미 살충제 계란은 시중에 유통돼버린 뒤였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하루에 126개 먹어도 문제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 릴리안 생리대 제품 환불을 약속한 깨끗한나라.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제품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릴리안 제품 홈페이지 캡쳐)  

 

◇ 발암물질 생리대

 

여성들의 필수품인 일회용생리대 10종에서 발암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조사내용은 여성들을 분노케 했다. 이중 가장 많은 양의 TVOC이 검출된 릴리안 생리대는 전량회수조치가 이뤄졌고, 면 생리대나 생리컵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생리대는 여성들이 무조건 써야하는 필수품인데다가 가장 민감한 피부와 직접적으로 닿는다는 점에서 좌시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차 전수조사 발표에서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해 여성단체 및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신고리 5‧6호기  

 

작년 경주지진으로 불붙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와 전문가들이 충돌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전력수급 등의 문제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찬성파와 탈원전을 주장하며 공사전면중단을 요구하는 반대파가 충돌하면서 공론화 기간 동안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이로 인한 피해액은 1385억에 달했다.

 

장기적으로 탈원전으로 가야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없는 만큼 노후한 원전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신고리 5·6호기는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해야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비전문가들이 감정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고 비난했지만, 큰 담론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여는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호평도 이어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월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가책임이라며 사과를 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피해보상을 위한 창구가 마련됐다. 

 

아직까지 책임에서 한발 떨어져 면죄부를 받은 기업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겐 끝나지 않은 싸움이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피해인정 신청자는 2547명, 이중 피해를 인정받은 피인정인은 404명이지만 잠재적 피해자 규모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이들은 1239명에 달한다. 

 

◇ 4대강 수문개방

 

MB정부때 만들어진 4대강 수문을 개방하는 조치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졌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을 이유로 전면개방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낙동강의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와 함께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의 6개가 상시개방이 이뤄졌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상시개방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보가 일제히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생태계 변화가 발생한 점 등을 감안에 종합적이고 신중한 평가를 바탕으로 보 개방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아우디 폭스바겐 경유차 배출장치 조작

 

폭스바겐이 디젤차의 배출가스양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폭스바겐은 전자제어장치(ECU) 프로그램을 조작해 공식 테스트 때는 질소산화물이 적게 나오도록 했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40배 가까운 질소산화물이 나왔다. 

 

독일 자동차가 소비자 신뢰를 져버리고 조작을 일삼았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실망을 불러왔고 국내외에서 해당 브랜드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됐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15만49991대가 리콜됐다. 이중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한 대상 차량은 10만 9297대에 달했다. 

 

◇ 학교의 석면 오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石棉)은 슬레이트나 바닥타일 등에 사용돼 왔지만 1급 발암물질에 해당돼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등의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학교나 어린이집 등이 석면으로 건축된 경우가 다수 보고됐고, 교육부와 환경부 등은 급히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의 조치로 초등학교를 비롯한 다수 학교는 방학기간 동안 석면교체작업에 착수했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도 힘을 얻고 있다.   

 

▲ 대한적십자사 본사 전경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녹십자·적십자 유착

 

내가 기부한 혈액이 제약회사로 흘러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녹십자에서 생산·유통하는 면역글로불린(IVIG) 제제와 알부민 제제는 사람의 혈액, 혈장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헌혈로 모인 국민들의 피다. 

 

대한적십자사로서는 혈액관리 일원화를 꿈꾸지만, 현재 수요자인 녹십자가 혈장가격을 결정하는 이상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우병 환자의 치료에 쓰이는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녹십자와 SK케미칼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과정에 대해 보다 투명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덜 익은 고기 패티가 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동이 신장장애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서 화제가 됐다. 피해를 입은 부모가 맥도날드를 상대로 고발조치에 나섰고, 검찰 조사결과 유통업체가 대장균 O-157균이 검출된 패티를 대량으로 맥도날드에 유통한 것이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덜 익은 패티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불러왔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증거도 없어진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지만,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거진 ‘햄버거 포비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월9일 건강보험 보장강화와 관련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이날 건강보험 보장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다. (사진제공=청와대) 

 

◇ 문재인 케어 도입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비급여로 처리되는 진료영역을 급여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재원 마련부터 수가보장 문제까지 불거지며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수혜자인 일반 국민들은 좋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편적 건강보장의 측면에서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제도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인하보다는 적정수가를 책정하는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 전공의 폭행과 간호사 인권침해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산대병원 교수가 수술도구나 주먹, 발 등으로 전공의를 피멍이 들도록 폭행하는 일이 공개됐다. 고막이 찢어지고 온몸에 피멍이 든 피해자의 사진이 공개되며 여론의 분노가 쏟아졌고 문제의 교수는 파면됐다. 

 

한림대 성심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등에서는 간호사들을 장기자랑에 동원에 노출이 과한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보고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많은 제보가 쏟아지면서 현재 의료계에 팽배한 비이성적 ‘갑질’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간호사나 의료진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데도 장기자랑 등 믿기 힘든 갑질 행위까지 이어지면서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갑질이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날파리 수액

 

지난 9월,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영아에 투여한 수액통에서 날파리같은 벌레가 죽은채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 외에도 인하대 병원, 아주대 병원에서도 수액에 이물혼입이 발견돼 2013년부터 이물혼입이 11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에 회수명령을 내리고, 주사기나 수액제조업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품질관리를 하지 않은 업체들도 문제가 있지만 적정수가 보전으로 품질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국종 교수와 권역외상센터 지원 

 

지난 11월에는 북한병사가 총격을 피해 JSA를 넘어 귀순하는 일이 벌어졌다. 총상을 입어 죽어가던 병사를 수원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가 수술을 통해 살려내면서 이 교수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쏠렸다.  

 

이 교수는 언론과 정부를 향해 현재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적정하지 않은 현행 수가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는 권역외상센터로의 정부지원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가 살린 북한귀순병사 오청성씨는 “주한미군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헌혈도 많이하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는 자필메모를 남겼다. 

 

◇ 노량진 결핵사태

 

11월29일 노량진에서 학원을 다니던 수험생이 결핵에 걸렸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노량진은 면역력이 저하된 수험생들이 밀집된 만큼 대형 감염사태로 번질 위험성도 제기됐다. 

 

첫 번째 결핵감염자의 접촉 대상자만 500여명에 달했고, 최근에는 두 번째 확진 환자가 보고되면서 잠재적 피해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결핵 확진에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집단감염 사태로 번질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지난 12월16일에는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가 혈액을 분석해 조사한 결과, 피해 신생아들은 같은 슈퍼 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9월 수액에서 날파리가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결핵확진 판정을 받았고, 2013년에는 좌우가 바뀐 환자의 X-Ray 영상으로 진료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종 사건이 끊이질 않는 이대목동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지정보류’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끊임없이 추락한 상태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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